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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의 밤

열다섯 번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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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76g | 120*188*20mm
ISBN13 9791195869343
ISBN10 119586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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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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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의 외로움을 흉내 내다가 진짜 외로움을 적어 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아침을 가장한 밤이었다. 감정이 덕지덕지 묻은 언어는 오래전에 진실을 삼켰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의 글이 오로지 엄마를 향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밤, 우리가 말했던 언어」중에서

반복되는 노래만큼 길고 지루한 여름 한 철을 그와 보내며 나는 그런지를, 펑크를, 얼터너티브 록을, 커트 코베인을 배웠다. 마약이 없이 취했고, 권총 없이 자살하던 밤들이었다. ---「커트 코베인에 대해 배운 모든 것」중에서

그렇게 늙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잃고 젊음 그 자체를 잃겠지. 가슴이 있었던 자리에 상처만 남듯, 도려 나간 젊음 역시 포유류의 입 같은 우둔한 흔적만 남길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반듯하게 누워서도 가슴이 아팠다. 한쪽 가슴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찾아왔다. 가슴과 젊음을 잃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 두렵다. ---「루앙시」중에서

나는 행복에 집착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더 악착스러웠던 것 같다. 빵 냄새가 행복이라면 매일 먹지도 않을 빵을 10개도 넘게 살 수 있었고, 사랑이 행복이라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것을 구걸할 수 있었다. 그것이 언젠가 그가 말했던, ‘힘 있는 놈이 잘 사는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힘이 없어서 실패했다던’ 그의 결론을 통째로 부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시차」중에서

웃긴 일이다. 나는 늘 떠났고 나의 모든 이들은 남겨졌는데, 정작 나는 내가 없는 자리를 글에 담길 워했다. 그러니 내가 말한 남겨짐과 고독과 외로움은 모두 환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한철 다녀간 내가 잊히는 게 두려워서 허구를 적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여름, 크리스마스, 로베르」중에서

그런 기술을 배우고 싶다. 사람의 말과 불행의 말을 구분하는 법, 사람의 마음과 불행의 마음을 알아보는 법, 그것을 안다면 예의 없이 손을 내미는 불행에게 완벽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행한 사람을 구하러 갔다가 불행에 빠져 죽지 않고 사람만을 건져오는 법, 지금 우리에게는 그것이 절실하다. ---「흔적」중에서

파리는 축제여야 파리다. 거리에서 음악이 흐르고, 카페에서는 언제나 잔이 넘치고, 지하철역 귀퉁이에서 오줌을 싸는 노숙자를 비웃는 젊은이들과 그 젊은이들을 호통치는 유대인 할머니 그리고 유난히 점잖은 신사와 엉덩이의 반을 내놓은 힙합바지를 입은 흑인 청년, 한 줄기의 빛을 향해 절을 하는 무슬림 신자와 사진을 찍는 아시아인, 그 모든 이들이 뒤죽박죽 섞여 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는 파리를, 나는 영원히 축제로 기억할 것이다.
---「파리는 축제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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