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책의 제목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남자라고? 무슨 헛소리야?” 우리는 어디서나 남자들의 삶을 볼 수 있다. 텔레비전에서, 스포츠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남자들은 전혀 비가시적이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남자들 내면의 삶은 대부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게 숨겨져 있고, 종종 자기 자신조차 모르기도 한다. 수 세기 동안 남자들은 자신의 불확실한 모습, 고통, 공포 등을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배워 왔다. 그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이나 일, 자식의 질병 혹은 자신에 대해 느끼고 있는 점들을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슴 속 깊이 묻어둔다. 그렇게 하도록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그간 관습화되었던 남자다움의 조건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이 성취한 것들을 사람들이 널리 보고 듣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두 번째 기준은 자신의 내면의 삶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남자의 내면의 삶을 둘러싼 이러한 침묵과 비가시성이 만들어내는 여러 문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문제들은 단지 남성들 자신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 아이들, 공동체, 그리고 이제는 글로벌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p.22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 중 많은 부분이 우리의 인식 밖에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자동속도 조절장치로 장거리를 운전해 가는 것과 같이 인생에는 리듬이 있다. 교통 체증으로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고, 라디오에서는 좀처럼 재미난 프로그램 이 흘러나오지 않아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인생의 경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대처방식이 더 이상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며, 이는 의식적인 변화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고용 상태의 변화, 신체적 질병, 이혼, 혹은 아이의 출산 등은 우리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 중의 하나다. 스트레스를 접하게 되면 우리는 기존에 사용하던 대처방식이 효과가 있든 없든 이 대처방식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나는 술, 마리화나, 코카인, 헤로인 등을 포함해 광범위한 약물을 남용한 과거를 가진 남성을 치료한 적이 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12년 동안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직장을 잃게 되자 과거의 충동이 되살아나, 두 번이나 자동차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는 처음에는 그가 걱정되었지만 이후로는 그의 박약한 의지력에 화가 났다. 결혼 생활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의 약물에 대한 충동은 더 강해져만 갔다. 남성의 침묵과 비가시성에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난다. 어떤 남성이 문제를 혼자서만 삭이고 모든 문제를 자기 스스로 해결하려 하고, 스트레스는 가능한 피하려고만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향은 스트레스가 커지면 더욱 강해지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스트레스 수준에 따라 스트레스 사건의 순서를 정해놓았다. 스트레스가 큰 사건은 남성이 침묵과 비가시성에 싸여 있으면 더욱 대처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사건들로는 이혼, 실직, 신체 질병 및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 포함된다. --- p.262
2010년 6월 2일, 디트로이트 타이거 팀의 투수인 아르만도 갈라라가(Armando Galarraga)는 퍼펙트게임을 거의 목전에 두고 이를 놓치게 되었다. 퍼펙트게임은 점수도 나지 않고, 안타도 없고, 사사구도 없으며, 상대 선수가 1루 베이스를 한 번도 밟지 못하는 게임이다. 야구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은 극히 드문 일이다. 첫 번째 퍼펙트게임은 1880년에 있었다. 그 이후 겨우 20번의 퍼펙트게임이 있었다. 9회초 2사 상황에서 클리브랜드 타자인 짐 도날드(Jim Donald)는 디트로이트 1루수인 미구엘 카브레라(Miguel Cabrera) 앞에 평범한 땅볼 타구를 쳤다. 투수인 갈라라가가 1루를 커버했고, 카브레라가 볼을 던지자 관중들은 일어서 갈라라가의 퍼펙트게임 성공을 환호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1루 주심인 짐 조이스(Jim Joyce)는 도날드가 세이프라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역사적 게임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갈라라가의 퍼펙트게임은 평범한 디트로이트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스포츠 해설자, 언론 분석가 및 전 세계의 야구팬들과 마찬가지로 관중들은 대경실색했다. 도날드는 분명히 3피트 정도가 모자란 아웃이었고, 갈라라가는 말 그대로 퍼펙트게임을 날려버리게 되었다. 심판인 조이스는 말도 되지 않는 판정을 했고, 갈라라가와 타이거즈 팀과 모든 야구팬들로부터 퍼펙트게임을 빼톾아가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심판 판정이 잘못되는 경우는 야구 경기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이 판정이 정말 문제가 되면, 이 사례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단 한 번의 판정 실수로도 그 심판의 인생은 수 초안에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1985년 월드 시리즈 6번째 경기에서 돈 덴킹거(Don Deninger) 심판은 세인트 루이스 카디날스가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판정을 내렸다. 그 후유증으로 그는 언론에 의해 뭇매를 맞았다. 세인트 루이스의 DJ들은 덴킹거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덴킹거는 엄청난 혐오 편지와 심지어 살해 협박도 받게 되었다. 2010년 짐 조이스는 그의 실수에 대해 매우 다른 방식의 반응을 보였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덴킹거의 실수 이후에 일어났던 일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선 조이스는 그가 오심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자신의 오심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조이스는 “제가 그만 일을 망쳐버렸네요. 제 잘못입니다. 저보다 더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디트로이트 자유 언론(Detroit Free Press)의 6월 8일자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글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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