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지배했던 세속주의와 과학주의로부터 교육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으로, 교육도 예외 없이 교육의 영적 원천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88년 영국에서는 일반학교에 전통적인 종교교육 대신에 영성교육을 필수로 실시하기로 했다. 그 이후 영국의 교육자들은 영성의 의미가 무엇이며 종교와 관련시키지 않고 영성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린이들의 영적 생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영성교육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오랫동안 종교적·영적 경험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던 David Hay와 그의 연구 조교였던 Rebecca Nye는 어린이의 영성에 대한 경험연구를 실시하고 그 보고서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문헌연구, 조사, 고찰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핵심 되는 부분은 Nye가 쓴 경험적 연구편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어린이들의 영적 세계를 탐구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ay의 영성에 대한 지형을 참고하여 Nye는 38명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1,00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분석하였다. 어린이들에게 깨달음, 신비, 가치와 같은 주제로 질문을 했는데 그에 대한 어린이들의 대답의 범위는 인지적 세계로부터 꿈과 비전의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많은 어린이들이 종교를 가지지 않은 가정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 중에 삶, 양심, 창조 등 종교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종교가 제공하는 전통적인 영적 언어가 어린이들의 영적 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신과 자신, 다른 사람과 자신, 자기 자신, 그리고 세계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많이 언급했다. 저자들은 영성이란 결국 관계의식이라고 결론 내리고, 학교는 시간과 에너지를 관계의식을 양육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Hay와 Nye는 영성이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일반적인 견해를 거부한다. 모든 학교교육은 신과 자신, 다른 사람과 나, 나와 나, 그리고 나와 세계와의 관계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Hay의 20년에 걸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적인 깨달음과 윤리적 행동사이에는 강한 연결이 있었다. 그러므로 도덕교육을 위해 영성교육을 시켜야 하고 영성교육을 위해서는 관계의식을 함양시키는 교육을 해야 함을 주장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본 연구에서 기독교의 영성을 찾으려고 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저자들이 다루고 있는 영성은 기독교의 영성이 아니다. 다시 말해 기독교에서 말하는 어린이 영성의 특징과 어린이 영성 함양을 위한 방법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들은 어린이의 영성은 보편적이며, 관계의식이 영성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대로 나와 신,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나 자신, 그리고 나와 세계, 이 모든 관계가 영적이라면 사실 어느 특정한 것에 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영성이라고 말하는 기독교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존의 Jean Piaget 이론이나 이를 기초로 한 Ronald Goldman의 종교발달이론이 주장한 어린이의 영성 이해에 도전을 주고 있다. Goldman은 어린이가 사고의 한계 때문에 영적인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므로 종교적 개념이나 영적인 것을 어린이와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Hay와 Nye의 연구에 따르면 영성은 보편적인 것으로 어린이들조차도 영적인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어 종교적 믿음이나 개념에 대해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Piaget 이론의 한계를 확인한 연구라 할 수 있다.
본 연구가 가진 몇 가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의 영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 어린이의 영적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특히 저자들의 과학적인 경험연구방법이 후속 연구 설계에 길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요즘 우리나라에 대두되고 있는 품성교육, 도덕교육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시사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본인의 작업에 촉매제 역할을 한 백석대학교 대학원생들과 번역한 글을 여러 번 읽고 수정해 준 윤해영, 조은희 선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역자 서문 중에서
놀랍게도 영성교육이 기사거리가 되었다. 그 주된 이유는 Philip Selznick이 말한 ‘도덕국가’를 유지하는 데 영성이 중요하다는 직관에 따라 사회의 결속에 관한 공적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1996? 초 영국에서는 학교 커리큘럼 평가위원회(Schools Curriculum and Assessment Authority)가 영적·도덕적 교육에 대한 국내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이러한 문제에 대한 불안감에 신호를 보냈다. 그 후속으로, 인식된 위기에 대한 실제적 교육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국내 포럼이 정해졌다.
영적 교육을 어떻게 가장 훌륭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이해하고자 할 때에 두 가지 주된 어려움이 있다. 하나는 영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일치된 의견이 없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어린이들의 영적 생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의 인지발달에 대한 연구의 양과 이론적 성찰을 고려해 볼 때 자료가 부족한 것이 분명하다. 다른 교육과정에서 자료가 이처럼 부족하다면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은 자료 부족 때문에 영적인 교육을 다루려고 할 때 흔히 진공 상태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 책에 보고된 연구는 평범한 어린이들이 자신의 영성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를 발견하여 불확실한 것을 해소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일단 연구를 시작해보니 영성이 어린이들의 생활 속에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분명한 것을 무시하려고 하는 문화적으로 조성된 망각 때문에 어린이의 영성이 숨겨져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영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교육계에서 어떻게 영성을 무시하게 되었는지, 왜 영성이 방해를 받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본 책을 구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제1부 오리엔테이션: 영성이 무엇이며 종교와 어떤 복잡한 관계가 있고, 영성의 정치적 중요성은 무엇인지 설명하며 1장을 시작했다. 2장에서는 영성을 표현하는 데에 파괴적인 영향을 준 문화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러운 인간의 기질로 여겨지는 영적 깨달음을 평가하려고 시도했다. 나는 또한 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해서 영성의 정치적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언급한다. 3장에서는 이 어려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어린이들의 영성이 표현되는 방식에 관해 우리가 이미 조금 알고 있는 것을 요약할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종교, 보통 기독교의 언어로 영성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가정해왔다. 영국과 같이 세속화된 나라에서는 언어로 영성을 규명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영적생활의 많은 부분을 무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영성의 숨겨진 다른 면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서 비롯된다. 4장에서는 전통적 종교 언어가 항상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환경에서 그 과정을 시작하는 방법을 규명한다.
제2부 조사: 조사연구는 오리엔테이션 단계에서 제기했던 의문에 대한 설명이다. 5장은 논쟁 중인 영역에서 연구자의 편견에 직면하여 우리가 어떻게 그 연구를 진행할지를 결정하는 실제적인 세세한 문제를 설명한다. 현장 작업과 데이터 분석의 주요한 부분은 연구 조교 Rebecca Nye가 맡았다. 그러므로 그녀가 6장과 7장을 쓰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 6장과 7장에서 Nye는 자신의 발견을 생생하고 예리하게 보고하고 있다.
제3부 고찰: 3부에서 나는 결과에 대한 이론적인 생각을 제시한다. 결과들이 영적인 깨달음을 생물학적 실재인 자연스러운 인간의 기질로 지지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문화적 구성이 압도하는 인간의 기질은 문화의 구조에 영향을 받지만 생물학적 실재이다. 나는 또한 영성을 진지하게 여기는 교육제도가 직면한 가공할 만한 어려움을 규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어린이들의 영성을 격려하고 그것이 번성하도록 하는 교육 접근에 대한 네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하려 한다.
이 프로젝트에 연구비를 지원한 세 기관에 감사를 드리게 됨이 기쁘다. All Saints 신탁기관, Duverton 신탁기관, 그리고 익명으로 남기를 원하는 한 신탁기관에 감사를 드린다. 그들의 관대한 후원 덕분에 Rebecca를 나의 연구조교로 고용할 수 있었다. 나는 Rebecca의 열정과 탁월함, 내가 어린이의 영성을 이해하도록 도운 그녀의 풍부한 통찰들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이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그녀는 Cambridge대학교 신학대학의 교수로 임명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후임으로 Kate Hunt를 고용할 수 있었다. Kate와 나는 이 작업을 마무리했고 Kate가 이 일을 기꺼이 맡아 준 것에 감사한다.
이 프로젝트가 Nottingham대학교에서 수행되었지만 Oxford대학교 Westminster대학의 연구 이사회 모임에서 처음 자극을 받았다. 나는 Mich-ael Argyle, Stephen Bigger, Laurie Brown, Bernard Farr, Mike Jackson, Oliver Knowles, Carrie Mercier, Meg Maxwell, 그리고 Gordon Wakefield의 지원에 감사한다.
나의 Nottingham 동료인 David Wood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조언을 해 주었고 이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Edinburgh의 Margaret Donaldson과 Oxford의 Rosemary Peacocke가 정규적으로 조언해 주었다. 많은 다른 동료들도 기꺼이 시간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특히 Peter Davies, William Kay, Arthur Peacocke, Roger Poole, Roger Murphy와 Michael Taylor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어떤 사람은 조언을 주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초본을 읽고 비판해 주기도 했다.1) 나는, 친구 Denis Rice가 2장을 제외하고 모든 장을 읽고 자세하게 평가를 해준 것에 대해 특히 감사한다. 논문들이 몇 차례 British Journal of Religious Education,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Children's Spirituality,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Psychology of Religion, The Month, Religion, Research Papers in Education and The Tablet에 게재되었다.
가장 크고 실제적인 도움은 연구가 행해진 Nottinghamshire와 Birming-ham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받았다. 바쁜 학교 일정 중에서 그들 모두가 보여준 친절과 관심에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 초판 서문 중에서
초판이 출판된 이래 짧은 시간 내에 영성이 세계의 사회 및 정치생활에 매우 크게 부각되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서구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은 제도적 종교와 영성과의 전통적 관계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 모호한 현상에 너무 많이 가까워 그것의 원인에 어떠한 확신도 가질 수 없다. 사람들은 ‘9·11’의 결과로 종교들이 참으로 종교가 의도하고자 하는 영적인 메시지를 전하는지에 대해 염려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종교는 전쟁을 격려할까 혹은 평화를 가져올까?
제 3세계의 부채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공적인 각성의 증가, 은신처와 수용소를 찾는 사람들의 문제,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서구에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놓인 장애를 가리키는 ‘요새 유럽(fortress Europe)’과 같은 어구의 사용을 통하여 세계화가 다른 방법으로 영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문제들에 대한 매일의 뉴스는 우리 인류가 일들을 운영하는 방식에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 결과로 우리는 우리의 복지에 중요한 영적인 차원이 있다는 전통적인 견해를 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하여 인간의 품위의 요소들에 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영성교육과 종교교육의 미래를 위해 많은 적용들이 있다. 그들 중 많은 것은 여전히 자세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어린이 영적세계의 탐구]의 초판이 감사하게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성교육 영역의 발달 속도는 매우 빨랐고 개정판에서 나의 목적은 본문(text)을 최신의 것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1998년 이후 영성에 관한 과학적, 교육적 연구의 진전을 설명하기 위해 10장을 첨부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한 Nye가 쓴 두 장과 함께 오래된 것이나 부정확한 본래의 본문에 변화를 줄 기회를 가졌다. Nye가 집필한 두 장은 책의 논의에 대한 풍부한 경험적 기초를 제공하고 더 이상 수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영성과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이 있다. Rebecca는 물론 아래의 사람들이 특히 영향을 끼쳤다. Clive Erricker, Gerry Hughes S. J., John Hull, Michael Mason, Helmut Reich, David Tacey, Colwyn Trevarthen, 그리고 Andy Wright이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고 나를 환영해 준 나의 이전 동료인 John Drane과 Aberdeen대학교의 신학 및 종교학과에 명예직을 갖도록 지명되었을 때 나를 지원해 준 John Swinton에게 고마움을 전하다. 그들의 친절을 통해 나는 학문의 고향을 찾았다.
--- 개정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