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서는 지난 몇 년간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된 동?서양 그리스도교 문헌 강독 모임의 자그마한 결실이다. 그리스어, 라틴어, 한자어로 쓰인 문헌을 지속적으로 강독하면서 연구진이 절실히 깨닫게 된 사실은, 교회사 연구가 일차문헌에 의존해야 함에도 우리 글로 번역, 소개된 그리스도교 문헌이 일천하다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원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망라하여 중요한 그리스도교 문헌을 원문 대역본으로 출판하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그리스도교문헌총서 편찬위원회를 구성했다......총서 편찬위원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선 원문 대역본으로 간행하되,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본문을 원문으로 소개하고 이를 저본으로 삼아 충실하게 번역하고 독자를 위한 주해를 덧붙이는 것이다. 다음으로 해당 작품과 관련된 기존 번역 및 연구를 참조하고 재해석하여, 작품의 구조와 중심 사상,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 등을 역자 서문 혹은 주해자의 해제에 담아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다.
--- [그리스도교문헌총서] 발간사 중에서
오리게네스의 『기도론』 번역은 2010년 8월 1일에 출발한 강독 모임에서 출발했다. 이 모임은 서원모 교수
의 제안으로 장시은 박사의 집에서 시작되었다. 서양 고전 강독 모임은 많이 있는데 그리스도교 고전을 원어로 읽고 공부하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사명감 아래 출발하였고, 처음에는 서원모, 이두희, 장시은, 곽문석, 네 사람이 참여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하나님 곁에 있는 도진해 선생을 비롯해서 장로회신학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우경윤, 심에스더 학생이 함께 강독에 참여하였다. 모임 장소는 장시은 박사의 집에서 용산의 정선심리치료연구소를 거쳐 새문안교회로 옮겨졌다.
초반부에는 오리게네스의 사상이나 표현이 낯설어 해독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 단어와 표현을 두고 오랜 시간 토론을 갖고, 더 분명하게 이해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넘어간 부분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오리게네스의 사상에 친숙해지면서, 비록 그가 주장한 모든 내용에 다 동의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의 깊은 영성과 해박한 지식과 철저한 신학에 점점 더 매료되었다.
--- 역자 서문 중에서
고대 기독교는 다양한 종류의 기도문을 남겼으며, 현대 전례갱신운동에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대 교회는 기도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신학적으로 해설하고 풀이하려고 노력했다. 3세기의 대표적인 교부 오리게네스의 『기도론』은 기도를 학문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기독교 신학서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오리게네스 이전에도 기도에 관하여 저술한 교부들이 있었다. 라틴 교부 중 테르툴리아누스는 『기도론』(De oratione)을 저술하였고, 오리네게스와 동시대인인 키프리아누스는 『주님의 기도』(De dominica oratione)를 남겼다. 또 그리스 교부로 오리게네스 이전에 활동한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자신이 쓴 『양탄자』(Stromata)의 곳곳에 진정한 기독교인의 기도에 대해서 언급했다. 하지만 오리게네스의 『기도론』은 기도의 용어, 정의, 형태, 필요성, 유익 등을 이론적으로 고찰하는 한편, 주님의 기도에 대한 세밀한 주해를 제시하며, 기도자의 마음가짐, 몸의 자세, 장소, 주제 등에 대한 실천적인 지침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도의 이론과 실천을 총망라한, 기독교 공인 이전 시기 기도 신학의 결정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리게네스의 『기도론』은 3세기 기독교인이 기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실천했는지, 즉 당시의 기도의 이론과 실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뿐만 아니라 『기도론』은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기도에 관한 외침은 당대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기독교인의 기도 생활에 관한 이론적이고 실질적인 기반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영감을 준다.
--- 제1부 “작품 해제” 중에서
I. 1. 1 이성적이고 죽을 존재인 우리가 파악하기에 불가능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비할 데 없이 위대하고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며 우리의 죽을 본성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파악 가능한 것들이 됩니다. 하나님이 인간들에게 부어주신 측량할 수 없는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를 위한 더할 수 없는 은혜의 일꾼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동역자 성령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러므로 만물을 지은 그 지혜를 인간의 본성이 얻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윗에 따르면,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지혜로”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에게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지혜가 되시며, 의와 거룩함과 구원이 되신”c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불가능한 것에서 가능한 것이 됩니다. “어떠한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 누가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죽어야 할 인간의 생각은 보잘것없고, 저희의 속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썩어 없어질 육신이 영혼을 무겁게 하고, 흙으로 된 이 천막이 시름겨운 정신을 짓누릅니다. 저희는 세상 것도 거의 짐작하지 못하는데, 하늘의 것을 밝혀낸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늘의 것을 밝혀내는 일이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가능한 것이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로 가능한 것이 됩니다. 셋째 하늘로 이끌려 간 자는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사람이 말할 수도 없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에, 세 하늘에 있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한편, 주님의 생각을 아는 것이 인간에게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e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은혜로 이것도 가능하게 하십니다...
--- 제2부 “실천학 원문-번역-주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