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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죽음

창백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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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514g | 140*210*30mm
ISBN13 9788901137490
ISBN10 8901137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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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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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서유리
한국외국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석사,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교수법을 수료했으며, 현재 국제회의통역사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사라진 소녀들』, 『카라바조의 비밀』,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월요일의 남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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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러분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있을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습니다. 엄연한 사실입니다. 100명 중 4명은 양심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심리학자들은 이를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이라 지칭하고 그런 사람들을 소시오패스라고 부릅니다.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일컫는 사람들이죠. 100명 중에 4명이 말입니다. 또는 25명 중에 1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pp.20~21

쭉 늘어선 검은 나무 군단 뒤로 창백한 달이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무들은 여전히 그녀를 뒤쫓고 있었고 가지를 뻗어 그녀를 잡으려고 했다. 나무들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낮은 속삭임 같았으나 이내 배고픈 늑대가 화를 내며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변했다. 소리는 아주 가까이 다가와 안으로 파고들었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크게 쩍 벌린 입이 보였다. ---pp.33~34

“소시오패스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기려고 합니다. 그들은 우리와 게임을 해서 이기고 싶어 합니다. 우리의 돈, 우리의 자부심, 우리의 동정심, 우리의 힘,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목숨까지 원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입니다. 자극에 대한 욕구가 평균 이상으로 강하기 때문에 충동을 느끼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못하는 거죠.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도 없고 돌보고 싶어 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감정 교류를 위해서 어떤 관계를 맺지도 않아요. 이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승리하는 것입니다.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승리를 거두는 것 말입니다.” ---p.42

입술이 없는 벌어진 입에서 가지런한 치아 두 열이 야생동물의 이빨처럼 환하게 드러났다. 턱뼈가 허옇게 아른거리는 구멍이 숭숭 난 잇몸이 훤히 드러났고 오른쪽 뺨에는 너덜너덜한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 사이로 회색빛으로 변한 혀가 삐져나와 있었다. 눈꺼풀이 없는 눈과 색깔 없이 탁한 눈알은 커다란 구멍에 비해 너무 작아 보였다. 색이 없는 길고 거칠거칠한 머리카락은 좀비 영화에 등장하는 낡은 가발 같아 보였다. 피부가 광범위하게 녹아내려 그야말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무릎뼈와 갈비뼈가 미라가 된 몸 안에서 더 이상 있을 자리가 없었는지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p.94

그곳은 아주 어두웠다. 지평선에만 아주 작은 반짝이는 점들이 떠다녔다. 별, 아마도 별일 거야, 하고 그녀는 처음에 생각했다. 그런데 니콜라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반짝이는 점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점점 더 커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얼굴! 어린 남자아이들의 끔찍하게 하얀 얼굴들. 그들은 모두 속아 단 한 사람의 생각에 의해 살해됐고 이제 고통에 울부짖고 있었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침묵의 울부짖음이었다. 대신에 이런 침묵을 상쇄하려는 듯 어린 소년들의 부자연스럽게 하얀 피부가 어둠 속에서 환하게 반짝거렸다.
---pp.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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