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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7
프롤로그 | 헌법이란 무엇인가 12 제1부 헌법사의 흐름과 갈래 1장 시민혁명이 있었는가, 없었는가?-근대 헌법의 두 갈래 길 39 시민혁명과 헌법 40 근대 입헌주의 헌법 대 외견적 입헌주의 헌법 47 온갖 헌법체제의 파노라마: 프랑스 근대 헌법사 54 좌절된 혁명, 외견적 입헌주의: 독일 근대 헌법사 104 외견적 입헌주의의 변종: 일본 메이지 헌법 141 아래로부터의 혁명 대 위로부터의 개혁 152 2장 사회경제적 갈등에 어떻게 대응했는가?-현대 헌법의 여러 갈래 길 157 비극의 탄생: 바이마르 헌법, 그 후 159 국체 천황제에서 상징 천황제로: 일본국 헌법 187 법원에 의한 헌법혁명: 미국 헌법 212 전환기의 분단국 헌법: 한국 1948년 제헌헌법 219 3장 시장국가란 무엇인가? - 미래 헌법이 가는 길 국민국가의 퇴장 252 시장국가의 특성과 유형 260 새로운 불확정성의 시대 265 제2부 한국 87년 헌법,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4장 87년 헌법의 탄생 273 6월 혁명, 빛과 그늘 274 87년 헌법의 키워드 286 한국 헌법사의 몇 가지 패턴 291 5장 제왕적 대통령제의 실패인가? 293 제왕적 대통령제인가? 294 실패한 대통령제인가? 306 6장 헌법재판, 비민주적 사법통치인가? 325 헌법재판 30년, 사법통치인가? 326 헌법재판, 비민주적인가? 345 제3부 헌법의 이해와 오해 7장 ‘촛불항쟁’, 헌법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 359 촛불항쟁의 헌법론 360 새로운 주권행사 방식 371 박 대통령 탄핵심판결정 평석 378 촛불항쟁 잔상 386 8장 한국 헌법 최고의 원리는 무엇인가? 389 9장 8·15는 ‘건국절’인가? 409 10장 남북분단, 헌법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 427 남북한은 두 개의 국가인가? 428 흡수통일, 위헌인가? 437 11장 집회시위 허가제, 모두 위헌인가? 445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446 집회시위법의 헌법적 재해석 454 12장 대통령의 통치행위, 초법적인가? 463 13장 감사원, 대통령 소속 바람직한가? 479 14장 헌법재판, 정답은 있는가? 491 법은 확정적인가? 492 정답은 뚜렷한가? 506 15장 이원정부제란 무엇인가? 527 에필로그 | 개헌에 대한 다른 생각 563 대한민국 헌법 557 대한민국 헌법개정안 579 주 605 찾아보기 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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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란 무엇인가
헌법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헌법제정이든 헌법재판이든 헌법의 영역에서 정치성은 피할 수 없다. 싫든 좋든, 헌법의 정치적 색깔은 숙명이다. 헌법재판이란, 헌법의 이름으로 내리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헌법의 이름으로’ 치장된 그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가 문제될 뿐이다. --- p.33 87년 6월항쟁의 혁명적 성격 헌법이론에 따라 보더라도 6월혁명이라고 불러 마땅하다. 교과서 차원의 헌법이론에 의하면 혁명이란 ‘헌법제정권력의 변동’에 의한 헌법체제의 전환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헌법제정권력의 변동’을 꼭 군주에서 국민으로, 또는 국민에서 프롤레타리아로 바뀌는 것에 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렇게 좁게 해석하면 마르크스-레닌주의의 혁명 개념과 별 차이가 없게 된다. 헌법제정권력의 성격에 근본적 변화가 있다면 이를 혁명으로 보는 것이 옳다. 6월혁명을 통해 헌법제정권력의 소재가 ‘의제적擬制的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국민’으로 전환되었다고 본다면 헌법이론에 비추어서도 이를 혁명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여기에서 의제적 국민이라 함은 그 의사의 형성이나 표시가 자유롭지 못한 상황의 국민을 뜻한다. --- p.278 헌법재판소의 생존 전략 헌재 결정이 헌재 자신의 이해관계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이뤄진다는 가설은 헌재의 재판관들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결정의견에 투영된다는 가설과 개념적으로는 구분된다. 다만 실제 상황에서는 두 가설이 혼재하여 작동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재의 결정은 전략적이자 정치적인 복합적 성격을 띤다고 하겠다. … 다만 헌재의 재량적 판단의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전략적 접근이라면 반드시 나무라기도 어렵다. 헌재의 전략적 접근을 통해 분쟁의 최종 해결 기관으로서의 지속적 순기능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정을 통해 87년 헌법 시행 이래 최대의 헌정 위기는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 p.343~344 8·15는 건국절인가? (헌법 전문의 임시정부 법통 계승 규정은) 법규범적으로는 대한민국 정부와 임시정부의 법적 정당성이 계속성을 유지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현실적으로는 단절되어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규범적 계속성과 현실적 단절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임시정부 법통 계승 규정의 법적 의미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1919년 건국론의 법적 밑받침도 제한되어 있다. --- p.421 법적 건국일이 언제인지 국제법과 헌법 양면의 검토 결과에는 차이가 있다. 국제법적 관점에서 1948년 건국론이 유력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반면 헌법적 관점에서는 현실과 명분·이념 가운데 어느 측면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다만 근년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중시한다면 헌법적 관점에서 1919년 건국론이 더 유력하다고 볼 수 있다. --- p.424 통일, 헌법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 대한민국 헌법의 영토 조항과 통일 조항을 모두 충족시키는 통일 방식, 그것은 오직 한 가지, ‘평화적 흡수통일’ 방식뿐이다. … 그러나 통일 문제에 관한 헌법해석을 하노라면 항상 불편한 느낌이 남게 마련이다. 통일과 같은 역사적 대업 앞에 법해석 따위가 무슨 대수냐는 생각이다. 현실 세계에서 어떤 장면에는 법을 뛰어넘는, 또는 법이 부재하는 듯한 그런 순간들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때때로 역사의 어느 순간은 법의 공백 상태에서 법을 창조해내는 순간이다. … 다만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는 논리와 논리의 겨룸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 자리에서 통일 문제의 헌법해석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 p.441 헌법재판, 정답은 있는가 모든 법적 논증에 정답이 있는지는 흐릿하다. 정답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정답은 명확하거나 확정적인 형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결정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법적 결정에 정답이 있다는 ‘믿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재판을 포함해 모든 법적 결정을 앞에 둔 사람의 기본적 책임이다. --- p.526 개헌, 필요한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정치 잘못의 소재가 어디인가. 대통령인가 국회의원들인가, 또는 그들 모두인가. 둘째, 정치 잘못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람의 잘못인가 제도의 잘못인가, 또는 제도와 사람 모두의 잘못인가. 개헌론 시비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이 두 물음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 p.539 헌법의 해석·재해석을 통한 헌법운용에 한계가 드러난다면 개헌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87년 헌법의 30년은 헌정운영 능력의 태부족을 드러낸 시기였다. 때로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 때로는 국회·대통령 간의 대립으로 인한 국정 정체停滯가 반복됐다. 다른 한편, 정치권력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기관으로 이전했다. 정치가 사법화하고 사법통치 경향이 심화됐다. 이런 문제점들의 대응책으로, 필요하다면 개헌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 p.554 |
헌법은 피를 먹고 자란다
『헌법의 이름으로』는 세계 헌법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헌법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 통치 체제의 기초에 관한 각종 근본 법규의 총체로 모든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의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다른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한 국가의 최고 법규”이다. 역사를 돌아볼 때 헌법은 시민혁명과 함께 출현했다. 근대 시민혁명에서 혁명 세력의 첫 번째 정치적 목표가 바로 헌법 제정이었다. 그들은 신의 명령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로부터 새 국가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고 그 실천으로 ‘헌법’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헌법은 정치적 격변기에 태어난다. 혁명이나 쿠데타, 전쟁, 외세 지배로부터의 해방처럼 역사의 혼란기를 거치며 거둔 정치적 성과와 미래 전망을 담은 계약문서가 헌법전이다. 지극히 추상적 규정들로 가득 찬 원리 성격의 조항부터 현실을 일일이 규제하는 규칙 성격의 조항에 이르기까지, 헌법의 모든 규정은 그것이 제정될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흐름을 알아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근대의 역사를 돌아보면 아래로부터, 위로부터, 혹은 밖으로부터의 혁명은 언제나 새로운 헌법을 요구했다. 혁명의 진원지가 어디냐에 따라, 그 연원의 방향에 따라 헌법 제정의 기조가 달랐고, 그로 인해 국가와 주변의 운명이 갈렸다. 1789년 이후 약 100년간 기나긴 혁명의 터널을 통과하며 제정에서 왕정, 입헌군주제, 집정부제, 국민공회제, 민주공화제에 이르기까지 지상의 온갖 정치체제를 펼쳐 보인 끝에 자유주의적 입헌주의 헌법을 정착시킨 프랑스와는 달리, 시민혁명의 부재하에 외부로부터 외견적 입헌주의 헌법을 이식받은 독일·일본의 근대사는 20세기 중반 세계사에 거대한 상흔을 남겼다. 헌법은 궁극적으로 개인주의적 원리와 집단주의적 원리를 조정하는 제도인데, 시민혁명의 경험이 부재한 상태에서 집단주의를 극단적으로 강조한 독일과 일본의 헌법은 결국 나치즘과 군국주의를 잉태하기에 이르렀다. 지은이가 헌법 이해의 기초로 역사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헌법은 개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는 동시에 국가에 대한 개인의 책임도 명령하는, 국가와 개인 상호간의 계약이다. 이때 시민 개인의 자주적 자유주의 의식이 허약한 곳, 아래로부터의 시민혁명이 부재한 곳에서는 계약에 대한 책임의식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역사는 그 결과를 증명하고 있다. 헌법의 현실은 헌법해석에 달려 있다 헌법을 포함해 모든 법은 ‘규칙rules’과 ‘원리principles’, 두 종류로 구분된다. 자동차 속도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제한하는 교통규칙은 규칙에 속한다. 반면 “①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는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 조항은 원리에 속한다. 헌법에도 두 종류의 조항이 섞여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제1조 제2항)”라거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제11조 제1항)”라는 규정은 원리에 해당한다. 반면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명시한 제70조나, 국회의원 수를 200명 이상으로 한다는 제41조 제2항은 규칙에 속한다. 이때 규칙은 전부 아니면 무無라는 식으로 그 효력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따라서 그 해석과 적용 또한 양자택일의 방식을 취한다. 대통령의 임기는 정확히 5년이며, 여기에 하루를 더하거나 빼서는 안 된다. 반면 원리는 그렇지 않다. 원리에서 중요한 것은 정도程度와 강도强度다. 법규범으로써 헌법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 어느 법보다도 원리 차원의 규정이 많다는 것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헌법은 매우 추상적이고 광범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경제의 민주화” 등의 원리는 법전 위가 아니라 현실 아래에서 해석된다. 여기에서 지은이는 헌법을 이해하는 두 번째 단서로 ‘헌법재판’을 제시한다. 헌법은 결국 헌법해석에 달려 있고, 헌법을 현실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이야말로 헌법을 이해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일례로 2004년 벌어진 두 가지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살펴보자.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기각결정이며 다른 하나는 신행정수도특별법의 위헌결정이다. 이때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선례를 따른 것이 아닌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냈다. 탄핵기각에서 헌재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헌법 제65조 제1항)”라는 탄핵의 사유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중대한 위법 행위만이 탄핵의 사유가 되며 법 위반의 중대성이란 헌법질서 수호의 관점에서의 중대성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다거나 법치국가원리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중대한 위반행위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 때는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헌법상 명문의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왕조 이래 600여 년간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행이므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된다”라고 해석했다. 두 결정 모두 헌법 해석에 당시 다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2015년 간통죄 위헌결정에 있어서 헌법재판소는 직접 “국민의 법의식의 변화”를 위헌 판단의 유력한 근거로 제시했다. 이때의 ‘국민의사’란 시기에 따라 부침을 반복하는 ‘여론’이 아니라 ‘헌법 속에 내재한 국민의사’여야 한다. 지은이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민과 헌법재판소는 서로 의존한다. 헌재의 결정은 국민의사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그 국민의사가 일시적으로 표출된 국민의사는 아니다. 국민 속에 잠재된, 미래에 표출될 수도 있는 이상적 국민의사이어야 한다. 헌재는 진정한 국민의사를 올바로 인식하고, 표현하며, 종국적으로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은 헌재의 결정 속에서 자신의 고양된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_354쪽 이처럼 헌법재판이란, 헌법의 이름으로 국가와 국민 사이의 이익을 저울질하여 내리는 정치적 결정이다. 헌법은 제정될 때부터 ‘시민혁명’이라는 시민의 격렬한 정치 참여의 소산이었고, 국가와 시민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 쓰여 왔다. 현대에는 헌법의 원리적 규정들이 담고 있는 추상성과 그로 인한 해석의 불확정성이 헌법의 운용을 더욱 정치적으로 만든다. 우리 헌정사 70년의 수다한 변화, 특히 87년 체제 이후 더욱 중요해진 헌법의 해석은 국가와 개인의 정치적 힘겨루기 과정이었다. 여기에서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헌법의 이름으로’ 치장된 그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갖고 다수의 공감과 복리를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어디를 향하는가? 지은이는 현행 87년 헌법의 기본 원리로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 개인의 기본권 보장, 방어적 민주주의, 평화통일주의, 국제평화주의, 수정자본주의적 경제질서, 법치주의를 든다. 대개 세계 각국의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이지만 몇몇 대목에서는 한국 현실에서 기인한 아이러니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방어적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주의가 그렇다. 방어적 민주주의는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사상이다. 어느 개인 또는 단체의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경우 그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어적 민주주의는 국가보안법의 위헌 여부를 다룰 때나 최근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기본권 제한이 지나치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려다 민주적 기본가치를 훼손하는 부조리가 발생한다. 따라서 방어적 민주주의를 가동하는 데에는 공익과 사익 사이의 저울질, 다시 말해 정당해산이나 기본권 실효로부터 나오는 공공 이익과 그 반대편에 위치한 사인의 손실에 대한 면밀한 비교가 필요하다. 2018년 봄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한의 해빙 분위기는 현행 헌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바로 평화통일주의와 영토조항의 충돌이다. 이는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사이의 모순에서 기인한다. 1948년 제헌헌법은 통일에 관한 조항을 두지 않고 영토 조항만 두어, 분단 현실을 법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완전헌법’의 모습을 취했다. 그런데 1972년 박정희 정부 아래에서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 원칙을 선언한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고 같은 해 유신헌법이 제정되면서 헌법에 평화통일 원칙이 조문화되었다. 이로써 헌법상 반국가단체에 불과한 북한과 국가와 국가 간의 결합인 통일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대한민국 정부에 부과된 것이다. 지은이의 설명에 따르면 대한민국 헌법의 영토 조항과 통일 조항을 모두 충족시키는 통일 방식은 오직 ‘평화적 흡수통일(독일식 통일)’뿐이다. 남북한 관계는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동시에 적대적 대립 관계가 혼재된 이중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현실의 남북한 관계는 양면성을 띠고 있지만 법규범의 세계에서 이중성은 용인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북한을 ‘불법단체이면서 동시에 합법단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지은이가 통일에 대한 헌법적 검토를 마친 뒤 덧붙인 결론은 미래의 헌법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꼭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평화적 합의통일은 더없이 이상적이다. 헌법의 규정처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는 한, 남북한이 협상을 통해 통일에 합의하고 통일헌법을 제정하는 방식은 아름답다. 그러나 불행히도 분단국가의 역사에서 그런 이상적 통일이 성공한 예는 없다. 베트남은 무력에 의해 통일됐다. 독일은 평화적이었지만 서독에 의한 흡수통일이었다. 예멘은 역사상 최초로 평화적 합의통일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잠시였다. 다시 내전이 일어났고 종내 무력에 의해 통일됐으며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아직 성공한 사례가 없으므로 새로운 세계사를 써보자는 의지는 존경받을 만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의 현장에서 동기나 의도의 순수성은 짓밟히기 일쑤다. _443쪽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불거졌던 ‘건국절(9장 8·15는 ’건국절‘인가?)’, ‘집회시위 허가제(11장 집회시위 허가제, 모두 위헌인가?)’, ‘통치행위의 개념(12장 대통령의 통치행위, 초법적인가?)’, ‘헌법기관의 지위(6장 헌법재판, 비민주적 사법통치인가?, 13장 감사원, 대통령 소속 바람직한가?)’, ‘권력 구조(15장 이원정부제란 무엇인가?)’ 등 다양한 문제를 현행 헌법의 관점에서 비교·분석한다. 헌법전의 구절 구절이 현실 세계를 바꾸는 모습을 관찰하고 현실의 변화가 다시 헌법조항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연구해오면서 지은이는 한때 헌법은 구체적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선언menifesto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현실과 법의 현실 모두 제자리를 찾아 빠르게 움직였다. 마침내 두 세기에 걸친 법학의 노정을 마무리하면서, 지은이는 이렇게 선언할 수 있게 되었다. “권력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것이 된 헌법은 이제 펄펄 살아 있는 법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