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한테서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 세 가지!
첫째, “인생이란 말이지…….”
둘째, “이제 컴퓨터 끄고 들어가 공부해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곧 네 잇몸에 하얗고 뾰족한 송곳니가 돋을 거야.”
그런데 방금 우리 부모님이 이 세 번째 말을 했어.
여기서 잠깐!
오늘은 내 열세 번째 생일이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이 내가 꼭 갖고 싶어 하던 것을 사 주셨지. 아이팟 터치! 이 선물로 크리스마스까지 때우겠지. 뭐, 그래도 상관없어. 아이팟 터치니까! 딱 휴대 전화 크기여서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게임, 인터넷 검색, SNS까지 할 수 있는 초소형 컴퓨터라, 이 말씀!
이제부터 나는 누구나 보고 싶어서 안달하는 멋진 블로그를 만들 거야. 그래, 최고의 블로그가 되겠지만, 아쉽게도 비공개라는 것! 지금부터 여기다 적는 이야기들은 모조리 일급비밀이라는 거지. 비밀 암호가 있어야만 접속할 수 있으니까.
꿈에도 생각 못 한 이상한 일이 네 인생을 바꾼다면 어떨지 상상해 봤니? 오늘 저녁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 아빠와 차를 마시다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야. 엄마가 텔레비전을 끄자마자, 아빠가 내 앞에 다가와 앉았어.
“마르크스, 할 얘기가 있단다.”
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어. 엄마, 아빠는 언제나 길고 지루한 설교로 날 짜증 나게 하니까.
“지금이 이 말을 꺼낼 순간인 것 같구나…….”
아빠가 엄마를 쳐다보자, 엄마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어.
“이제 곧 네 몸에는 아주 멋진 변화가 일어날 거야.”
“울긋불긋 여드름에 변성기, 뭐 그런 거 말이죠?”
나는 얼른 아는 척을 했지.
“그거 말고 다른 변화도 있을 거야.”
엄마가 찬찬히 거들었어.
오, 설마 부모님이 나한테 성교육을 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 생각만으로도 이미 손발이 오그라들기 시작했어.
“그럼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둘러댔어.
“어마마마, 그런 건 학교에서 이미 다 배웠습니다요.”
얼렁뚱땅 씨익 웃으면서 제발 그만하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어. 하지만 엄마, 아빠는 꿈쩍도 안 하더군. 대신 서로 재빨리 눈빛을 교환하는 거야. 그러더니 아빠가 다시 입을 열었어.
“마르크스, 넌 특별하단다.”
“오, 당연하죠.”
나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어 보였어.
“마침내 엄마, 아빠가 그 사실을 알아주시다니, 소자 감개무량합니다.”
“마르크스, 앞으로 너한테 좀 이상한 일, 그러니까 네 친구들은 겪지 않는 특별한 일이 벌어질 거다.”
아빠가 말을 이어 나갔어.
“특별한 일이라니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어.
“그러니까…… 좀 지독한 냄새가 날 거야.”
엄마가 대답했어.
나는 당장 겨드랑이에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았어.
“겨드랑이 냄새 같은 거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러니까, 아주 잠시 동안 입 냄새가 심해질 거야.”
“그리고 네 잇몸에 하얗고 뾰족한 송곳니가 돋을 거야.”
아빠가 덧붙였어.
너무 놀라서 입을 벌린 채 아빠를 쳐다봤어.
“아빠,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빠는 안절부절못하면서도 말을 이어 갔지.
“지금부터 딱 하루 안에 송곳니가 돋을 거야. 그렇다고 걱정할 일은 아니야. 너같이 특별한 아이에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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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10시15분
저녁에 아빠가 중대 발표를 했어.
“너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단다.”
“사양할게요.”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지.
“마르크스, 꼭 필요한 선물이란다.”
엄마가 말했어.
“애완용 박쥐, 뭐 이런 건가요?”
“방으로 들어가자. 거기 선물이 마련되어 있단다.”
아빠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어.
엄마와 아빠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어.
“이건 내가 쓰던 거란다.”
아빠가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어.
“그러니까 중고 선물이라는 거죠? 와, 고마워요.”
“그만, 마르크스. 지금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란다.”
엄마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어.
“죄송해요.”
“때가 된 것 같구나. 이 선물을 너한테 넘겨야 할 때가.”
아빠가 망토를 내밀었어. 검은 바탕에 붉은 줄무늬가 아로새겨져 있고, 깃이 뾰족하게 솟아 있었지. 묵직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망토였어. 하지만 내 건 아니었어. 뭐, 입기도 전에 척 보고 알겠던데.
일단, 너무 크잖아!
“곧 이 옷이 딱 맞을 만큼 자랄 게다.”
아빠가 흥분해서 말했어.
“자, 거울을 보렴.”
거울을 들여다본 순간 난 빵 터졌어. 내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우스웠거든. 옆구리가 결리게 웃어 젖히는데, 엄마와 아빠는 전혀 웃지 않았어. 그래서 나도 웃음을 멈춰야 했어.
“아들, 망토 좀 잠깐 빌려 다오.”
아빠는 마치 보물이라도 다루듯 조심조심 망토를 받아 어깨에 둘렀어.
“와, 아빠한테 딱 어울리는데요!”
그랬어. 아빠 덩치가 큰 편이 아닌데도 그 큰 망토가 아빠에게 딱 맞았어. 아빠가 훨씬 더 위엄 있어 보였다고나 할까.
“열세 살 생일이 막 지나고, 이 망토를 처음 둘렀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해.”
아빠가 말했어.
“이 망토는 내가 누구인지를 의미했고, 나는 그 세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지.”
“피 사랑 조직의 회원이라는 사실이.”
내가 중얼거렸어.
“딱 5초만 입 좀 다물래?”
아빠의 목소리에 화가 묻어났어.
“그럴 수 있지?”
“알았어요, 죄송해요.”
할 수 없이 고분고분 대답했어.
“이건 나와 네 엄마에겐 아주 의미 있는 일이란다. 우린 우리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긴단다…….”
아빠가 말을 잇지 못하자, 엄마가 아빠의 팔을 가볍게 토닥였어.
“다시 입어 보렴. 이제 네 망토란다. 어서 입어 봐.”
나는 다시 망토를 걸쳤어. 애써 흥미를 가져 보려 노력하면서 말이야. 심지어는 내가 위대한 마술사라는 상상도 했어. 하지만 망토는 나한테 너무 커서 맞지도 않고, 바보같이 펄럭거릴 뿐이었어. 나는 조용히 아빠를 불렀어.
“아빠, 반-뱀파이어가 혹시 유전이 안 될 수도 있나요?”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답 나왔네요.”
나는 매우 진지하게 말했어.
“아빠, 이 망토 도로 간수하셔야겠어요.”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는지 아니?”
“알아요,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반-뱀파이어가 아니라면요…….”
아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말했어.
“나는 이 망토를 되돌려 받지 않을 거야. 네 방문에 걸어 두렴. 머지않아 너도 이 망토를 입고 자랑스러워 할 거야.”
‘절대 그럴 일 없다’에 한 표 걸겠어.
하지만 난 별 말 없이 망토를 문에 걸었어. 딱 그 순간만 망토를 쳐다봤을 뿐이야. 그냥 아빠 옷 한 벌이 내 방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 돼. 망토도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어. ‘여긴 내 자리가 아냐!’
혼자 남겨진 난 귀를 쫑긋 세워 엄마, 아빠가 아래층에서 속삭이는 말을 엿들었어.
“당신, 애한테 너무 강요했어요.”
“가이드북에선 이 과정을 가능한 빨리 해치우라고 했잖소.”
“알고 있어요. 그래도 애를 너무 몰아붙였어요.”
왠지 아빠가 안됐다는 마음이 들었어. 나한테 그 망토를 물려주는 날을 얼마나 고대했을까. 그래도 아빠가 강요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 난 반-뱀파이어가 아닌데, 강요한다고 바뀌나?
10월 2일 화요일
오전 6시30분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입 냄새와 송곳니를 확인했어. 둘 다 나타나지 않았어. 즉, 나는 요 며칠 안에 반-뱀파이어로 변신하지 않을 거라 이거지. 나한테는 유전되지 않는 게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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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