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의 주제
오경은 메타내러티브, 곧 하나님의 대 이야기/거대담론의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성서의 나머지 책들?호수아에서부터 신약의 요한계시록까지? 대해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다. 곧 오경의 주제는 성서의 나머지 책들의 ‘신학적 토대’가 된다. 성서의 순서에 있어서, 오경이 성서의 맨 앞부분에 나오는 것은 그것이 “모든 신학적 연구의 원천이라는 전제를 확인해 준다”(메릴). 그런 이유로, 오경 다음에 나오는 구약의 책들은 오경을 회상하면서 거기에서 영감을 받으며, 신약은 야웨 신앙과 윤리에 관한 가르침의 근거를 다름 아닌 오경에서 찾는다. 이처럼, 오경 외의 성서 전체는 오경의 주제에 영향을 받으며 그것의 주제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웬함).
그러면 구체적으로 오경의 주제는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견해는 학자들과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 실제로 다르지만, 그것들 중에 고든 웬함(Gordon Wenham)의 견해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는 오경의 주제를 이렇게 정의한다. “오경의 주제는,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원래 계획의 재확증이자, 하나님의 자비와 모세의 협력을 통한, 족장들에게 주신 약속의 성취다. 모세가 죽기 전에는 어느 정도 이 약속은 성취되었지만 완전한 성취는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이 정의에는 우리가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는 말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원래 계획이고, 둘째는 하나님의 자비와 모세의 협력이며, 셋째는 족장들에게 주신 약속이다.
--- pp.18-19
이런 점에서, “모세의 출생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음 소리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다”(아놀드/베이어). 그의 출생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가운데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출생은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출생은 고난 가운데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고난 가운데 태어난 것은 운명적인 것이었고 놀랍게도 그의 출생과 고난은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 가운데 있었다. 그래서 그의 고난 속에서의 출생은 그가 거부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운명이었다.
--- p.44
지도력의 관점에서 볼 때, 지도력의 기원은 하나님께 있다. 모든 지도력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며 하나님의 지도력에 속한다. 실제로, 성서에서 하나님은 지도자이다. 지도자이되 최고의 지도자이고 궁극적인 지도자이시다. 그래서 하나님의 지도력은 모든 지도력의 토대이고 출발점이이며 귀결점이다.
창세기 2장에는 하나님이 지도자/인도자로 묘사된다. 하나님은 최초의 인간 아담을 지으신 후에 그를 에덴동산으로 이끄셨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15절). 그리고 지도자/인도자로서 하나님은 따르는 자인 아담에게 이렇게 가르치신다.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16-17절).
--- pp.70-71
하나님은 이미 시내산에서 지리적 임재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하심을 보여주셨는데, 성막은 하나님의 지리적 임재의 절정이었다. 하나님은 시내산에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과 만나주셨듯이, 성막에서 특히 대제사장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만나 주실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임재의 자리로서의 성막은 만남의 장소였고, 하나님은 성막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가운데 거하실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성막이 지니는 신학적 함의는 매우 뜻 깊고 중요하다. 곧 성막의 기본 의미는 “하나님의 지상 거주지”(웬함)라는 것이다. 하늘의 하나님은 실제로 성막에 좌정하시고 거하셨다. 하나님은 자신의 이 거주지를 손수 설계하셨는데(성막은 “하나님의 영감을 받은 것”[웬함]이다), 모세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따랐다.
--- p.110
모세의 설교는 모세 자신과 이스라엘 백성 모두에게 중요했다. 왜냐하면 모세는 이스라엘과 함께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설교가 그들에게 권면할 마지막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명기는 일종의 유언과도 같았다. 모세는 하나님의 뜻과 말씀에 따라 그곳까지 자신이 인도해 온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으로 복된 삶을 살며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위해 귀하게 쓰임 받기를 진정으로 바랐다. 그래서 자신의 설교를 통해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의 설교가 중요했던 것은, 그것은 가나안 땅에서 그들의 미래와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곧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서 하나님의 복을 받아 누리며 살려면, 그들은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키고 모세의 설교를 따라 살아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모세의 설교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 pp.192-193
비록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학수고대하던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는 모압 평지에서 설교를 마치고는 혼잣말로 ‘이제 내가 할 일을 완수했다. 그러므로 사명 끝!’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사명을 마무리 짓고는 죽음을 지나 영원한 하나님의 안식에 들어갔을 것이다.
광야의 발자국이 있어야 약속의 땅 가나안에 이를 수 있다. 왜냐하면 광야의 발자국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 이르는 믿음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믿음의 발자국이 있어야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이를 수 있다. 왜냐하면 믿음의 발자국은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이르는 삶이기 때문이다.
--- 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