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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는 누가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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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1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508g | 140*210*30mm
ISBN13 9788925127163
ISBN10 892512716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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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 백성이오. 이거 놓으시오!”
목청을 찢는 듯한 울부짖음이 숲을 뚫고 산골짜기로 퍼져 나갔다. 딸은 숨도 쉬지 못하고 갈대숲 뒤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엄마의 절규가 딸의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조선의 서울 한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국경지대, 함경도 경원의 사다노(斯多老) 마을. 여진 땅인지 조선 땅인지 모를 정도로 여진족과 조선 사람이 섞여 사는 곳이었다. 봄채소를 가꾸러 밭에 나온 엄마한테 조선 변경 수비대 병사들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딸은 마침 소피를 보러 갈대숲 뒤로 몸을 감추고 있던 참이었다.
“얼굴이 제법 반반한데. 오랑캐 놈과 살기는 아까운 몸이야.”
엄마의 팔목을 잡은 조선 병사가 입가에 흐르는 침을 손등으로 훔치며 빙글빙글 웃었다.
“나는 조선 사람 남편이 있는 몸이오. 놔주시오.”
엄마가 목소리를 낮추고 사정했다.
“하하하. 너 같은 오랑캐 계집의 임자가 조선 사람이라고?”
병사는 엄마의 팔목을 더 세게 비틀어 쥐더니 숲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거 얼마 만에 맡아보는 여자 살 냄새야.”
숲 속으로 따라 들어간 다른 병사가 엄마의 치마를 홱 잡아당기며 아랫도리에 얼굴을 갖다 댔다.
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이는 비록 아홉 살이지만 병사들이 엄마를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저러다 엄마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은 일어서서 동네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따라 산속으로 짐승 사냥을 다니며 다져진 몸이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발걸음이 빠르고 체력도 강했다.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아! 놔라. 이놈아!”
엄마의 비명을 뒤로하고 딸은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렸다.
“아버지 큰일 났어요. 조선 병사들이 엄마를, 엄마를…….”
집에서 노루 가죽을 다듬고 있던 아버지가 벌떡 일어섰다. 아버지는 파랗게 질린 딸의 얼굴을 보며 아내가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직감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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