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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시대의 메아리

재즈 시대의 메아리

웬일이니! 피츠제럴드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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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24g | 130*200*20mm
ISBN13 9788998791773
ISBN10 899879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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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시대의 메아리

그럼에도 그 역할의 적임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해지기 전까지 나는 몇 달간 시대의 대변자로, 문화의 대표자로 떠올랐다. 뉴욕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던 나는, 아니 ‘우리’는, 혼란스러웠다. 대도시의 삶이라는 모험을 떠난 지 몇 달 만에 우리는 정체성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 시내 분수대에 뛰어들었다는 별것도 아닌 행위로 신문의 가십난에 오르내렸고, 아무것도 모르는 분야에 우리의 발언이라는 것들이 인용되었다. 사실 우리가 연락하는 사람들이라고는 아직 미혼의 대학 친구 대여섯, 그리고 문학계의 지인 몇 명뿐이었다
---「나의 잃어버린 도시」중에서

모든 삶이란 서서히 해체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일 테지만, 그중에서도 중대한 타격은 - 그러니까 외부에서 오는, 혹은 그렇게 보이는 크고 갑작스러운 타격은 - 그래서 우리가 계속 떠올리며 탓을 하고 약해질 때마다 친구들에게 하소연하게 되는 타격은 그 파괴력을 단숨에 발휘하지 않는다. 외부의 타격엔 내부의 또 다른 타격이 뒤따르게 되는데, 이를 자각했을 때엔 이미 늦어서 다시는 회복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전자에 따른 파손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듯 보이지만 후자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닫게 되는 것이다.
---「금이 가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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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거리를 가득 메운 조명들처럼 그의 문장은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그 문장들은 근교의 농장에서 식료품점에 막 배달된 신선한 야채와 같다. 우리의 세계에 도착했을 때의 상태 그대로 윤기가 넘치고 싱싱하다. 방부된 영원한 아름다움. 그게 바로 명작의 세계다. 하지만 그 명작을 쓴 작가는 어떻게 됐을까? 그 역시 영생을 얻었을까? 그 역시 영생을 얻었을까? 작가는 영생하는 작품과 사멸하는 운명 사이에서 고통받다가 어느 순간 금이 가게 돼 있다. 여기에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이 책에 실린 산문들은 문학의 영웅이 자신이 쓴 명작 앞에서 괴로워하다가 무릎을 꿇고 쓰러지는 과정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 준다. 쓰러지는 순간, 그는 인생이야말로 하나의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 때문에 그의 문장은 더없이 생생해졌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꿈은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될 수 있었을까? 마침내, 사멸의 운명을 받아들인 작가의 삶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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