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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발 서울행 특급열차

파리발 서울행 특급열차

: 기차 덕후 오기사의 국제선 열차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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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48g | 150*210*30mm
ISBN13 9788998690380
ISBN10 8998690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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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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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과정에서 가장 마음이 요동치는 순간은 어쩌면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행복과 아쉬움, 그리움과 슬픔, 후련함과 노곤함이 여행자 인원만큼이나 많은 가짓수의 비율로 조합된다. 긴 철도여행 끝에 미지의 세계에 이르는 느낌 이상으로 아주 먼 곳에서 내가 살던 곳까지 육로를 통해 돌아오는 기분이 궁금했다. 흔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 위해 러시아 극동지역로 날아가 서쪽을 향해 출발하는 것과 달리 동쪽으로 돌아오는 경로를 택한 이유다.--- p.15

여행을 기억하는 방식은 어차피 둘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거나 아니면 혼자만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영혼이 혼미해질 정도로 기차에 오래 올라타 있는 건 부러워할 사람이 그리 많진 않을 것이기에 이번 여정에서는 세세한 시간들 하나하나에 차곡차곡 개인적인 의미를 담기로 했다. 이 여정이 파리가 아닌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되어야 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p.23

100여 년 전 세상에서 거대한 쇳덩어리 기계는 단순한 운송 수단만은 아니었다. 제국주의의 비호 아래 여러 사람들의 기대와 감성을 수집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의 도구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철도는 거대한 야심과 잔인한 욕망을 감추기 위해 편리와 교만, 떠남과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과 아픔을 담아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단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p.28

도시로 들어오자 통신망이 살아났다. 뉴스를 열어보니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속보들이 가득했다. 남북한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이벤트를 펼치며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기차를 타고 한반도를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 그것도 얼마 전까지 분단을 겪었던 베를린을 지나고 있었기에 뉴스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훗날 조금 더 진전된 평화가 찾아왔을 때의 상황을 그린다. 남과 북 사이의 철조망은 베를린 장벽처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너무 먼데다가 그 자체로 날카롭기 때문에 뜯어내다 다칠 수가 있다. 장벽을 무너뜨리는 행위만큼 극적인 퍼포먼스는 아무래도 철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서울역에서부터 개성역이나 해주역까지 사람들이 철로 위에 1m 간격으로 서는 것이다. 쑥스러움을 잠시 견디며 앞뒤 사람의 손을 잡는 것으로 수십 km의 인간띠가 철로를 잇는다면 실제 기차가 다니려면 준비가 좀 필요한 지금 상황에서 무척 감동적일 것이다.--- p.62

4월 27일 11시 47분 현대식으로 지어진 역사에 3분간 정차했다. 식당칸에 왔다. 혼자 책을 보는 중년의 남자와 혼자 창밖을 보는 30대 정도의 여자가 있다. 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의 통신망 사정이 독일보다 좋다. 속보 기사를 하나 읽었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의 연결이 우선 추진된다고 한다. 내가 단둥역에 도착할 2주 후까지는 어떤 변화도 없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양송이 수프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p.68

철도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철도 마니아(덕후라는 표현이 보다 현실적이다)들을 만나게 된다. 모두들 감격을 숨긴 채 진지한 표정으로 열차에 올라 있는 시간을 즐긴다. 인터넷의 발달로 과거 혼자 소장했을 수많은 철도 관련 정보 수집물들이 모두에게 공유되기 시작했다. 종종 인터넷 백과사전을 이용해 그들이 기꺼이 제공하는 엄청난 수고의 결과물들을 감상했던 나는 마음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하곤 한다.--- p.110

열차에서 보게 되는 것이라곤 가도가도 똑같은 벌판이었다. 사실은 그게 가장 재밌는 풍경이기도 했다. 작은 국토를 가진, 특히 내가 태어났을 땐 이미 대륙에 붙어 있으면서도 섬 같은 운명을 안고 살아야 했던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끝이 없을 것처럼 같은 모습이 이어지는 대지는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것이었다. 비록 남의 나라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하루가 가고 다음날이 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치가 마음을 울렸다. 남북한의 철도가 연결되고, 곧이어 아시아 횡단이나 유라시아 횡단 여행이 가능해져 우리나라에도 침대기차가 생긴다면 기꺼이 다시 한 번 이 여정에 오르고 싶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가 광활한 대륙의 일부였음을 더욱 깊이 실감하게 될 것 같다.--- p.113

나중에 경의선과 동해선이 운행을 시작하더라도 기차를 타고 유럽에 간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좀 더 크다. 웬만한 호화열차가 아니라면 자신이 화물이 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1등석 침대칸이라 해도 럭셔리 객차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며칠 동안 씻지 못한 채 감옥보다 작은 방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은 창밖으로 보이는 시베리아의 풍경이 모든 비좁음을 해소하고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 행위가 편협함을 치유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꺼이 1주일 넘게 걸리는 여정에 몸을 실어볼 만한 이유가 된다.--- p.120

일상에서의 복잡한 마음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 처음 며칠간은 밤새 꾸는 온갖 꿈의 세상에 갇혔다. 그게 나름대로 치유되는 방식이라고 여기곤 했었다. 이번 여정에서는 꿈을 꾸지 않았다. 고민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깊은 곳에 숨겨두었다. 감추는 것에 더 익숙한 나이가 되자 홀로 잠시 떠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6,000km 넘게 달려와야만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나 보다--- p.136

이르쿠츠크역에서는 자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서는 잠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그냥 객실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더라도 여행객 중 절반 이상이 서양인들이었다. 나는 SEOUL이라는 글자가 쓰인 옷을 입고 있었다. 누군가 쎄울! 이라 외치며 인사를 건넸다. 칠레에서 아내와 두 딸을 이끌고 왔다는 여행객이었다. 그들도 베이징까지 간다고 했다. 나는 국경까지 가요 라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요. 그 이상으로는 아직 못 가지요. 그래도 곧 가게 되기 바란답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얼마 전 남과 북이 두 지도자가 친근하게 포옹하는 사진을 봤다고 했다. 그리고 곧 철도가 연결되는 날이 올 거라며 축복해줬다.--- p.172

훗날 우리나라에 국제선 야간열차가 생긴다면 한 칸 정도는 캡슐호텔처럼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2층으로 배열해도 좋고, 좁고 높은 형식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혼자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하기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혹은 친구나 가족끼리 왔더라도 잠만은 혼자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1등칸과 2등칸 사이의 금액으로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p.218

역 플랫폼에서도 북한 땅이 보였다. 맞은편 승강장에는 단둥과 평양을 오가는 기차마저 서 있었다. 파리에서 출발한 후 제법 먼 길을 달려 이곳까지 무사히 당도했음에 안심했다. 잠이 덜 깬 승객들이 열차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모두 플랫폼을 비울 때까지 북한행 기차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가(심지어 마지막 한 량은 파란색의 북한 차량이었다), 마지막으로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국경도시에 이를 때마다 경계에 위치한 장소들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좋았다(따뜻하거나 포근하지는 않다).--- p.228

북한 기관차가 끄는 열차는 출발하자마자 곧 압록강 철교로 진입했다. 중간이 끊긴 구 압록강 철교 위에서는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과거를 음미하는 중이었다. 기차가 다리를 건널 때 나는 소리를 좋아해서 그 때만큼은 꼭 유리창에 붙어 귀를 쫑긋 세우는 편이다. 이번은 더더욱 의미가 있는 소리였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철교를 지났지만 이렇게 설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여정에서는 한강 철교를 건너지 않아 의미가 더 깊었다. 다리 중간쯤에서부터 전형적인 북한 말투로 안내 방송을 하는 차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투가 재밌어서 소리를 내지 않으며 따라했다--- p.232

5월 10일 13시 12분 북한 평양역 도착. 10분간 정차했다. 거대하게 높이 솟은 류경빌딩이 보였다. 내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는 형태였지만 평양을 평양답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훗날 남북한이 통일이 되거나 자유로이 왕래하고 거래하게 되었을 때 꼭 지켜내고 싶은 게 있다. 지금 현재의 평양 도시다. 건축시장이 열려 한국이나 중국의 부동산업자들이 망가뜨리게 될 평양을 보고 싶지 않다.--- p.238

5월 10일 17시 30분 대한민국 서울역 도착. 종착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더 이상 북쪽 말투가 아니었다. 내용은 별것 없이 잊은 물건 없이 안녕히 가라는 것이었다. 서울식 평양냉면처럼 담백해야 여운이 깊은 법이다. 긴 여정도 이렇게 무심히 끝나는 편이 좋았다.--- p.244

고독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이라면 대륙횡단열차보다 더 완벽한 장소를 찾긴 어려울 것이다. 특히 찬바람이 부는 계절 시베리아의 작은 역에 정차해 건너편 승강장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매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보다 더 슬프고 아련한 장면이 있을까 싶어진다.--- p.270

세 나라의 언어로 표기된 노선 안내판을 보면 나중에 서울까지 기차가 연장되었을 때 한글 표기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게도 된다. 같은 기차를 타고 있으면서도 사용되는 언어가 바뀌는 경험 역시 횡단열차가 주는 매력이다.--- p.272

긴 시간을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으면 정말로 지구가 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루가 한두 시간씩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경험은 비행의 시차부적응 현상을 방지하는 동시에 대지의 거대함을 체득하는 과정이다.--- p.273

철도횡단의 여정은 순례길을 걷는 과정에 버금가는 잡념들과의 싸움이다. 아팠던 일들을 지워가고, 잘못했던 일들을 반성하며, 후회되는 일들에 화해를 청하다 보면, 어느새 아득했던 종착역에 도착하는 환희를 누릴 수 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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