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도 남아 있고,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들은 때때로 이렇게들 말하지. 아름다움은 한낱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요!” 도리언 그레이가 여전히 자신의 초상화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점점 늙고, 추하고, 끔찍해지겠지요. 하지만 이 그림은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유월의 오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고요……. 아, 그와 정반대로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난 무슨 짓이든 다 할 거예요! 그래요, 그럴 수만 있다면 온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무엇이든 가져다 바치겠어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바칠 거예요!”
헨리, 도리언을 망가뜨려서는 안 돼. 그에게 어떤 영향도 끼치지 말아줘.
“아! 세월의 짐은 초상화가 모두 떠맡고 자신은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며 흠 없이 화려한 빛만 발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오만과 정념으로 똘똘 뭉친 극악무도한 순간들이여! 그의 모든 타락들은 바로 그 기도 때문이었다. 차라리 죄를 지을 때마다 그 즉시 확실하게 벌이 내려졌더라면 좋았을 것을. 차라리 벌을 받았더라면 영혼은 정화되었을 텐데. 가장 공정한 신에게 바치는 인간의 기도는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가 아닌 ‘우리 죄를 벌하시고’가 되어야 했다.”
“죄는 사람의 얼굴에 저절로 드러나는 법이지. 감출 수가 없어. 하지만 잘못과 악행의 흔적까지 모두 짊어질 초상화가 있어. 어때, 그 그림을 갖는 대신 기꺼이 영혼을 팔겠는가?”
“그러한 감정에서 비롯된 새로운 경험이 틀림없이 자네에게 진정 짜릿한 쾌락을 느끼게 해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도리언.” 헨리 경이 말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내 자네를 대신해 자네의 전원시를 마무리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네는 그녀에게 훌륭한 조언을 해주었고, 그녀의 가슴은 찢어졌다네. 하지만 이것은 자네 개심의 시작에 불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