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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낭만주의

리뷰 총점8.8 리뷰 5건 | 판매지수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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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14g | 133*200*20mm
ISBN13 9788954652018
ISBN10 89546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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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하지 말게, 라고 다슬기가 속삭였다. 이야기를 만들 때 우리는 단어 하나마다, 문장 한 줄마다 선택을 하게 된다네. 그런데 그 결정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알 수가 없지. 옳으면 기쁘겠지만, 영원히 알 수가 없어. 옳기를 바랄 뿐이지. 내 선택이 최선이기를 단지 바랄 뿐일세. ---「개기일식」중에서

종희는 모든 게 꿈이길 바랐다. 간절히 바랐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미합중국을 뒤덮은 화염이 한바탕 꿈으로 밝혀지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그 꿈도 꿈이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화염은 여전히 미합중국을 뒤덮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종희는 지난 며칠 동안 붙들고 지낸 아찔한 자기기만을 인정했다. 실은 그걸 원하지 않았다.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35.4℃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 그게 종희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권태보다 끔찍한 건 이 세상에 없으니까. ---「권태」중에서

어쩌면 인간이 닭을 얻게 된 기원은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닭의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간 게 아니라 그들이 왔다. 자신들의 세계에서 맞닿은 세계로, 그리고 맞닿은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건너왔던 것이다. 모든 동거는 본디 그렇게 시작되는 법이다. ---「시간의 입장에서」중에서

난쟁이는 자신이 무척 기진맥진해 있다는 사실을 아내가 알아차리지 못했기를 바랐지만, 슬프게도 아내가 그걸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자기가 안다는 사실까지 아내가 알고 그래서 분주하게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다음 행동을 관찰하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차, 하고 방심한 사이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난쟁이는 맥이 빠졌다. 아기가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다. 적어도 남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랬다.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남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하필 관청의 낯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울어버린 것이다. ---「키 큰 난쟁이」중에서

만약 아내가 말라리아로 죽었다면 성범수는 모기를 멸종시켰을 것이다. 만약에 아내가 칼에 찔려 죽었다면 철기 문화를 파괴했을 것이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었다면 만유인력을 해체했을 것이다. 그게 도대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고민하고 따지는 대신에 일단 덤벼들어서는 죽을 때까지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런 목표가 없이는 너무나도 분하고 원통하여 단 한 순간도 호흡할 수 없었다. ---「외톨이」중에서

이 조악한 천당-지옥 구도는 희한하게도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천당을 너무 열심히 찬미하다 광자 섭식을 놓쳐 사망하는 꼴통들이 생겨나고, 이를 비난하거나 이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 입자를 공격해 죽이는 광신자들도 등장했다. 급기야는 천당-지옥 구도의 해석에 관한 사소한 견해 차이로 대륙 규모의 전쟁까지 벌어졌는데, 양편 모두 신앙심이 돈독한 집단이어서 광조교는 어느 쪽을 살리고 어느 쪽을 죽일지 결정하기 위해 수차례 동전을 던져야 했다.
---「거기 있나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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