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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은 배고프지 말 것

길고양이들은 배고프지 말 것

[ 책 속 부록 : 일러스트 엽서 6종 세트 ]
리뷰 총점9.7 리뷰 17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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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에세이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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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46g | 128*188*20mm
ISBN13 9791157842711
ISBN10 115784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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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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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버스만 타면 좁니다.
꾸벅꾸벅 좁니다.
귀가 때는 버스가
부디 우리 집 안방을 밟고 지나갔으면.
우리 집 안방에 잠깐 서서 버스 문을 열고
날 이불 위에 떨어뜨려 머리맡의 베개 끌어다 베고
그대로 곯아떨어지게 해주었으면.
---「졸다」중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어찌 그리 일일이 대신해주는가”
누군가 보면 타박할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할 난제는
앞으로도 쌔고 쌨다.
거들어 주고 싶어도
거들어 줄 수 없는 경우에 이르기도 할 것이다.
어미가 세상을 뜨고 만 뒤 아이는 어디에서도
어미를 찾을 길 없을 것이다.
어미는 어미일 때 좀 쓰이고 싶다.
바느질 따위 소소한 무엇으로라도.
---「어디에도」중에서


한 곳에 지니고 있는 생각조차 수시로 나뉜다.
실마리를 잡아보려 애쓰지만 실 끝은
쉬이 찾아지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애먼 데를 끊어
새로운 실머리를 만든다.
그렇게 해서 만든 실머리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생각 일부라도
나와 같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길 바라는 일은 무리다.
그것을 바라다 나는 어제도 말다툼을 벌였다.
---「나뉘다」중에서


나는 텔레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연속극도 안 보고 뉴스에도 관심이 없다.
나이 들어 할 일이 없어지면 외딴 마을 외딴집으로
이사를 해서 구시렁구시렁 혼자 지낼 것이다.
무짠지 담근 항아리를 땅속에 묻어놓고
그거나 한 개 두 개 썰어 밥반찬 해 먹으면서.
집 앞마당에 질경이를 뜯어 나물로 무쳐 먹으면서.
뒷동산에 할미꽃이 피었는지,
산수유 꽃이 노랗게 피어나는지 기다리면서.
봄아지랑에 흔들흔들 흔들리는
저어기 아래 먼 마을에 눈을 주면서.
비 내리는 밤이면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쪼로록쪼로록 빗소리나 헤아리면서.
---「나이 들어」중에서


광화문 KFC 옆,
좁은 골목길에서 새끼 길고양이와 마주쳤다.
재빨리 달아날 줄 알았는데 순순히 안겨 왔다.
“아이구, 이쁜 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마주 보았다.
손에서 놓아 주자 나무판대기 몇 개 기대어 있는 담 사이로 쏙 들어갔다.
「여기가 제가 사는 집이에요.」
참치 캔 하나를 울타리 밑에 넣어 주고 돌아오는 길,
광화문통에 나가면 들러볼 곳이 한 군데 더 생겼다.
---「광화문통 고양이」중에서


꽃 한 묶음을 받아들고 좋아라 들어와서는 잤다.
혼자 잤는데 깨어서 보니 고양이가 옆에서 자고 있다.
나는 깼는데 고양이는 아직도 잔다.
고양이는 고양이의 잠이 따로 있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다.
---「따로」중에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사람들이 떠나고 없는 듯 보이는 동네.
납작납작한 기와지붕 위에 하얀 눈이 소복하다.
그곳이 어쩐지 정답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전철을 타기 위해 올라가는 층계에서 보았다.
새는 지붕을 가리느라 지붕 위에는
별별 것이 다 올라가 있었다.
넓고 큰 고무 다라가 엎어져 있기도 하고
비닐을 씌운 나무판자도 올라가 있었다.
좁은 옥상 빨랫줄에 빨래를 너는 이도 있었다.
사람 사는 일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핍해 보이는 곳에 사는 건 실은 예삿일이다.
봄이면 작은 뜰에 놓인 화분에 아무렇지도 않게
분꽃이며 깨꽃 씨앗을 뿌릴 것이다.
---「지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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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숙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결이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면 글과 그림으로 아이들과 함께 걷는 저자의 마음 바닥도 천의무봉의 그것이다.
이 키 껑충한 어린이의 성장통!”
- 이제하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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