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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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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호 | 큰방 | 2012년 0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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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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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37쪽 | 628g | 153*224*30mm
ISBN13 9788960400559
ISBN10 896040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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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이언호
부산대학교 영문과 졸업. 도서출판 정음사 편집부장 역임.
영문학을 전공하였으나 중국문학에 심취하여, 특히 고전소설을 두루 섭렵하며 연구하고 있다. 출판계에 투신하여 이십여년간 편집 일을 하기도 하고 직접 경영도 해 보았으나 근래에는 중국 문학작품 번역에만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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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은 17년 전까지만 해도 한(韓)나라 땅이었다. 그 하남의 천산(淺山)이라는 조그만 마을의 어느 주막에 대여섯 명의 동네 노인들이 모여 앉아서 분분히 떨어지는 낙화(落花)를 보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과연 이화가 어제 같거늘 벌써 녹음일세그려.”
그 중의 한 노인이 탄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를 말인가. 홍안의 미소년이 어제 같은데 백발 노인이 웬 말인가.”
또 한 노인이 자기의 술잔에 스스로 술을 따라서 단숨에 마시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다른 한 노인이,
“노형들의 탄식은 내 마음에 들지 않소그려. 이 어려운 세상에 어찌 음풍영월만 읊조리고 있단 말이오?”
하고 뼈있는 말을 했다.
“어허, 이 사람. 보아하니 큰일낼 사람이구먼. 그대로 우어자기시(偶語者棄市)란 말도 듣지 못했는가. 쓸데없는 말을 하다간 붙들리어 죽고 말걸세.”
맨 처음 말했던 노인이 불안한 얼굴로 쳐다보며 반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허어, 그렇게 들었소이까?”
좌중은 잠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이 때 방안의 한쪽 구석에서 노인들의 말을 듣고만 있던 웬 젊은이가 무릎으로 한 걸음 다가앉았다. 머리에는 관(冠)을 쓰고 소매가 긴 도포를 입었는데, 얼굴은 관옥 같고 눈은 호수처럼 맑고 깊었다.
“노인들께서 말씀을 아끼시니 후생(後生)이 몇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세월은 한 마디로 강폭 무도한 세월입니다. 사내는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여인은 길쌈을 하지 못하며 가족은 흩어져 각기 제 할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북으로는 만리장성을 수축하고 남으로는 오령을 축조하며, 동해를 메우는 일방으로 아방궁을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시서를 불사르고 죄 없는 선비를 마구 잡아 죽이니, 이것이 강폭 무도한 세월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젊은이의 말이 여기에 이르자, 맨 처음 세월의 유수함을 한탄하던 노인이,
“나는 먼저 가오. 공연히 같이 붙들려가 죽기는 싫으이.”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다른 노인들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보게, 나하고 같이 가세.”
하고 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와서는 작별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 광경을 바라보고 섰던 젊은이가 하늘을 쳐다보며 껄껄 웃었다.
“시황제의 광폭함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구나.”
바로 그 때 젊은이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p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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