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고지라』는 컷 분할도 보통의 실사영화보다 훨씬 세세합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3초를 1컷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 고지라』도 그렇습니다. 실사에서는 리얼리티를 나타내거나, 배우의 연기를 보여 주기 위해 무심코 카메라를 롱테이크로 돌려 버리지만, 『신 고지라』는 딱 자르고, 또 자르고, 자꾸자꾸 짧게 자릅니다. 그쪽이 연출 측면에서 속도감이 있지요.
단순히 연기자끼리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도 굳이 컷을 나누고 나누고 나누고, 3초 단위로, 빠른 곳에서는 2초나 1초 정도의 인서트 신을 탁탁 넣습니다. 분명 자막도 읽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겠지요.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할 때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 기다란 자막이 나오지만, 이것도 1초 정도밖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정보를 ‘낭비’하고 있는 점도 재미로 이어집니다. ---「애니메이션적인 연출로 연기자의 ‘공상력’을 제한」중에서
『신 고지라』에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 포인트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연출을 통해 ‘일본 영화의 어설픈 연기’의 벽을 부순 것입니다. 일본 영화에는 연기자의 넘치는 의욕과 비례해서 어설퍼진다는 구조가 존재하는데, 『신 고지라』는 등장인물 거의 전원이 정치가나 관료인데다 말이 빠르고 계속 전문용어만 내뱉습니다. 그 결과 연기자의 에고가 개입할 여지가 사라지고, 절규하는 연기를 넣을 곳도 없습니다. 관료니까 표정이 없고, 무표정해도 딱히 이상하지 않다고나 할까요. ---「애니메이션적인 연출로 연기자의 ‘공상력’을 제한」중에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는 전 7권 분량의 원작 만화가 있고, 영화는 대략 2권 중반까지의 내용을 토대로 구성되었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뒤 만화의 연재도 재개되고, 1994년에 완결되었습니다. 영화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작화도 구성도 훌륭합니다. 지금 다시 봐도, 그 시대에 만들어진 베스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1분마다 영상을 멈추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렇지만 영화판의 완성도가 높았던 탓에, 모두들 원작판의 재미를 모른 채 넘어가 버리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적다」중에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는 대히트했지만, 사실 이때 같은 시간대에 경쟁하던 프로그램이 『우주전함 야마토』였지요. 첫 방영 때는 낮았던 『우주전함 야마토』의 시청률이 재방송 때부터 급상승, 이내 거대한 흐름이 생겨났습니다. 미야자키는 『우주전함 야마토』를 정말 싫어했습니다. 그것은 생산이나 민중을 그리지 않고, 전쟁, 즉 소비만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산을 그리지 않고, 대량 소비의 상징인 전쟁만을 그린 애니메이션 같은 걸 만들다니! 게다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라는 이유였습니다. ---「흥행에 실패한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중에서
『미래소년 코난』에는 그 후의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요소가 여럿 들어가 있습니다. 주인공을 무작정 뛰어다니는 남자아이 코난에서 모성적인 소녀 나우시카로 바꿔서 만든 것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미래소년 코난』의 완성도는 훌륭했고, 이 작품에 감명 받아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왔다는 크리에이터도 저는 잔뜩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인 1978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작품이 개봉합니다. 바로 『안녕히 우주전함 야마토』입니다. 이 해에 창간한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 창간호의 표지를 장식했던 것도 『안녕히 우주전함 야마토』였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중에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의 배급은 토에이였는데, 『이웃의 토토로』의 배급은 토호입니다. 토에이는 다음 작인 『마녀의 택배』까지만 맡겠다고 했기에, 미야자키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무렵의 미야자키는 밤에 가이낙스를 종종 찾아왔습니다. 그의 목적은 가이낙스의 애니메이터를 빼가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거신병 신을 몽땅 담당했던 애니메이터가 안노 히데아키입니다. 미야자키는 ‘이 녀석 훌륭하네!’라며 안노에게 주목했고, 『천공의 성 라퓨타』에 그가 솜씨를 뽐낼만한 장면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안노는 우리들이 부탁한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에서 메카 작화감독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이웃의 토토로』로, 미야자키는 안노에게 오프닝을 맡기려 했습니다. 그러나 타카하타 이사오가 군함을 그리게 해 준다고 하자 안노는 『반딧불이의 묘』 쪽으로 가 버렸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두 번 연속으로 안노에게 채인 셈이 되고, 그 후 둘이 같이 작업을 하는 건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 성우를 안노가 맡게 되면서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히트하지 못했던 명작 『천공의 성 라퓨타』」중에서
문고판을 낼 때 토미노 감독과 대담을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감독에게 불평을 들었습니다. "하나 생각나는 건, 이 책 안에 나오는 빔 사벨에 대한 건데, 난 『스타워즈』 카피 어쩌고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어. 『스타워즈』의 라이트 세이버는 글렀거든. 그렇게 반짝반짝 빛난다는 건 내 칼끝이 보인다는 말이니, 그런 걸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적에게 무기나 필살 병기를 보여서 뭐 어쩌겠다는 거야. 빔 사벨이라는 건, 언제나 나와 있는 게 아냐."
"본래는 그래. 그걸 멍청한 담당 연출가가 폼 잡으려고 꺼내들거나 하는 거야. 좀 더 말하자면, 빔 사벨의 빔이라는 건 그렇게 굵지 않아. 그딴 쓸데없는 에너지 따위는 쓰지 않는다고. 빔은 매우 가늘기 때문에 성능이 좋은 거야. 렇지 않으면 잘리지 않는다고."
---「빔 병기에 대한 토미노 요시유키의 고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