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의 첫인상 말고 대화의 첫인상이란 것이 있다. 이는 초두 효과다. 처음 제시된 정보나 인상이 나중에 제시된 정보나 인상보다 기억에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초두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A와 B 두 사람에 대한 정보를 다음처럼 제공했다.
● A : 똑똑하다, 근면하다, 충동적이다, 비판적이다, 고집스럽다, 질투심이 많다
● B : 질투심이 많다, 고집스럽다, 비판적이다, 충동적이다, 근면하다, 똑똑하다
결과는 어땠을까? A와 B 두 사람에 대한 정보는 순서만 다를 뿐 똑같다. 하지만 실험 참가자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A에게 호감을 나타낸 반면 B에게는 비호감을 나타냈다. (중략) 그렇다면 우리는 호감을 얻고 싶은 상대에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는 것이 좋을까? “기획력과 실행력이 높다고 자부합니다. 다소 덜렁거리는 편이지만 이 점은 앞으로 노력하여 보완하겠습니다.”
“다소 덜렁거린다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기획력과 실행력이 높다고 자부합니다.” 어떤가. 미묘한 차이지만 첫 번째 소개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초두 효과는 콘크리트 효과라 불릴 정도로 그 효과가 단단하고 오래 간다. --- pp.16-17
사과는 나약함의 상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담대한 힘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 위해선 ‘인정, 후회, 해명, 배상’의 4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며 인간관계가 치유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말로 사과를 해야 효과적일까? 이에 대해서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경영학과 로이 르위키 교수의 연구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그는 피험자 755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사과문에는 다음 여섯 가지 요소가 필요함을 밝혀냈다. 이 여섯 가지를 많이 포함할수록 상대가 용서할 확률이 높게 나왔다. 1. 후회 표시 2. 무엇이 잘못이었는지에 대한 설명 3. 책임에 대한 인정 4. 재발 방지 약속 5. 보상 또는 보완책 제시 6. 용서 구함 --- pp.53-54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는데도 상대가 전혀 반응하지 않아요.” “서로 잘 지내보자는 말을 했더니 내가 필요해서 하는 말 아니냐고 더 화를 내더라고요.” 안 좋은 일로 크게 틀어진 관계는 원상태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상대의 비위를 맞추려는 말들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낳기도 한다. 왜일까? 분한 감정이 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빨리 화해하고 잘해보자 싶은 마음에 급하게 덤벼들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내 마음의 속도에 맞춰 상대도 어서 마음을 바꾸길 바라는 조바심, 그것은 독이 될 뿐이다. 관계가 틀어진 상대와 화해를 시도할 때 이 원리를 활용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조금씩 화해의 제스처와 말을 전해보자. 직장 동료와 심하게 다투었다면, 다음 날 바로 화해하려고 무리해선 안 된다. 대신 회사에 좋은 일이 있다며, 무심코 소식을 전하는 척하며 은근슬쩍 접근해보는 것이다. “자네에게 좋은 소식 있더라고. 우연히 들었어.” 그러곤 아무렇지 않은 듯 제자리로 가면 된다. --- pp.59-60
“네 생각은 틀렸어. 내 말이 맞아.”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그 일에 대해 나보다 잘 아는 사람 있어?” 이런 식으로 상대의 말문을 막고, 대화를 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생각의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심판하고는 소통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이 같은 유형의 사람이 많다. 특히 이런 사람이 리더를 맡는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데, 그 조직은 마치 동맥경화가 온 듯 피가 통하지 않는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장애물이나 마찬가지인 셈. 궁금하다. 이들은 왜 남을 심판하기만 하고 수평적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걸까? 왜 그럴까? 이는 갓 콤플렉스로 설명할 수 있다. 본인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스스로를 우월한 존재라고 여겨 자신의 판단은 다른 사람의 판단보다 항상 옳다고 믿는다. --- pp.61-62
“발표를 해야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나요?” “연속 두 시간 강의를 해야 하는데, 수강생들이 지루해할까 봐 걱정입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나 강의를 하게 된 이들이 주로 문의하는 내용이다. 내가 강의 평점 만점을 받고, 앙코르 강의 요청이 쇄도한다는 걸 익히 아는 이들이 노하우를 알려달라며 묻곤 한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사람은 특히 듣는 사람들의 집중도와 호응도에 유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말씀, 유익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도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지루해서 하품이 나오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건 이거다. “중요한 말일수록 한 번에 다 하지 말라.”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두어야 강의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다.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자이가르닉 효과는 완성하지 못한 일이 쉽게 잊히지 않는 심리 현상을 말하는데 흔히 ‘미완성 효과’라 불린다. --- pp.101-102
당신이 가구를 파는 사장이라고 해보자. 고객이 흰색 옷장을 샀다면 ‘디드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화장대 한번 보시겠어요? 조금 전에 구매하신 흰색 옷장과 아주 잘 어울리는 흰색에다 문고리 장식도 같은 시리즈예요. 같이 놓으시면 세트처럼 어울릴 거예요.” 그 순간 고객은 집에 있는 오래된 체리색 화장대가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머릿속으로 대충 떠올려 봐도 흰색 옷장과 너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새 고객은 흰색 옷장과 흰색 화장대가 나란히 놓인 자신의 방을 상상하며 지갑을 연다. --- p.167
로버스 동굴 실험의 효과는 기업 내부에서도 활용할 만하다. 당신이 광고기획사 대표라고 해보자. 부서 간의 경쟁 과열로 내부의 분위기가 심각할 때 리더는 흔히 이런 식으로 직원들을 타박한다. “정말 이기적이군. 회사가 잘돼야 본인들이 잘되는 것도 모르고 싸우기만 하다니, 이런 한심한….” 직원들 개인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리더가 왜 필요하겠는가. 이럴 때 조정하고 조율하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 어설프게 가족 같은 회사니 뭐니 하는 캠페인을 벌일 생각이라면 접어두길 바란다. 조급하게 화해와 단합을 종용하는 것 또한 무리다. 그들에게 더 좋은 인센티브를 주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감정의 골이 메워질 리 없다. 하지만 대표가 구성원 모두에게 공동의 목표를 던지는 순간, 단합도는 급속도로 높아진다.
--- pp.2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