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본위제는 영국이 1820년 가장 먼저 채택했고, 미국은 1834년, 독일은 1871년, 프랑스는 1876년에 채택했다. 금본위제를 채택한 국가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세기 무렵 영국은 세계 최대 교역국이자 금융 중심지였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금본위제 조기 시행에 따라 영국의 파운드는 안정된 가치가 있었다. 둘째,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해외시장들이 모두 영국의 식민지였는데 이들 국가들은 모두 런던에서 부채를 상환했다. 셋째, 영국은 세계각지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도 집행했다. 1914년에 영국은 단독으로 전 세계에 40억 파운드를 투자했다. 넷째, 영국은 원자재와 곡물의 최대 수입국이기도 했다. --- p.20
1980년대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고금리 정책을 취했으며, 각국의 핫머니들은 고금리를 노리고 미국의 달러를 매수했다. 달러 매수세가 계속되자 달러의 가치가 상승했고, 미국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했다. 무역적자는 갈수록 확대되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내리지는 못했다. 이때 유럽과 미국은 대미 수출로 많은 이익을 보고 있었으며, 미국은 이들 국가들에게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미국 경제의 붕괴는 누구에게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1985년에 G5--- p.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는 뉴욕에 모여 플라자합의를 체결한다. --- p.53
SDR은 정부 간 거래에만 사용할 수 있게끔 활용도가 제한되어 있는 것이 큰 단점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문화상품권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자산의 상당 부분을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고, 특정 거래에만 사용할 수 있는 문화상품권으로 가지고 있으려고 하겠는가. SDR도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며, 향후에도 그러할 것이다. 현재 SDR은 정부와 IMF 사이의 부채를 결제하는 데 사용되는데, 기축통화가 되려면 이보다 거래규모가 훨씬 큰 민간 부문의 무역 및 자본 거래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 p.82
달러는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링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달러 덕분에 미국은 독보적인 초강대국이 되었다. 요술지팡이 달러를 만들어낸 전략이 바로 루비콘 띠어리(Rubicon Theory)이다. 루비콘 띠어리의 시작은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된다. “만약 미국이 이 모든 것을 사전에 계획한 것이라면?” 이야기의 시작은 약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금본위제를 벗어난 기축통화의 엄청난 잠재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잠재력은 미국이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반드시 얻어내야만 하는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미국은 영국 파운드를 기축통화 지위에서 끌어내리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 계획을 꾸미기 시작한다. --- p.100
2008년 금융위기 때 아파트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환율이 급등하던 어느 날, 필자는 강남의 모 재건축 아파트 단지 외벽에 ‘해외교포 방문단 환영’이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그 환율에 그 유명 아파트를 산 교포가 있다면 달러기준으로 50% 수준의 수익률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며, 지금쯤 너무나도 행복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교포이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것인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의 자산은 모두 원화자산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어찌 해볼 엄두도 나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 p.117
우리의 자산은 주로 부동산, 현금, 증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자산 간의 배분은 매우 중요한데, 잘 분산되어 있을수록 좋은(적어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다. 해외펀드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환율이 헤지되어 있을 것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의 자산(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지 환투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환율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한다. 그래서 즉 해당국의 환율 변동이 펀드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헤지를 하는 데 드는 비용도 수반되고, 100% 완벽하게 헤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향이 최소화된다고 할 수 있겠다. --- p.137
‘달러를 언제 사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얻을 수 있다. 보통 환율은 경기와 관련이 있다. 망해가는 나라의 돈은 점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가지고 있기를 원하지 않으며, 따라서 투매가 나오고 그 나라의 환율은 절하된다. 반대로 경제가 튼튼한 나라의 돈은 절상된다. 즉 주식과 부동산이 오르고, 외국인은 그 나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환율은 강세가 된다. 이런 호시절이 주식과 부동산이 폭락하고 환율이 절하되는 시절보다는 낫지만 종종 자산 버블과 붕괴의 시작점이 된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하며, 그 메커니즘을 알고 있어야 한다. 사례들을 살펴보며 교훈을 얻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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