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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영화가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삶을 은유하는 영화 그리고 여행

리뷰 총점8.5 리뷰 13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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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74g | 150*210*20mm
ISBN13 9791187150435
ISBN10 118715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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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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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소의 창조적 영혼에 다가가는 시간을 나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며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로드무비 같은 여행이 있듯 여행을 자극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며 다른 세계에 대한 몽상에 빠져든다. 여행을 떠나 다른 세계를 거닐 듯 영화라는 융단을 타고 영화 속으로 떠난다. 한 편의 영화로 중앙아시아로, 남유럽으로, 북아메리카로, 오세아니아로 떠난다. 영화를 보며 떠나는 세계일주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은 아프리카의 평원과 엔공 구릉(Ngong Hills) 위를 데니스와 비행하는 거예요.”
그녀의 말을 들은 흑인 노인이 물었다.
“그래, 하늘에서 신은 보았소?”
카렌이 웃으며 고개를 젓자 노인이 말했다.
“신을 볼 수 없는데 왜 비행을 하는지 모르겠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상영 시간은 두 시간이 넘지만 내게는 엔공 구릉 위를 나는 카렌과 데니스의 비행 장면만 선명하게 각인됐다.
나는 경비행기 아닌 헬기를 타고 아프리카를 난 적 있다. 카렌은 신을 못 봤다고 했지만 나는 겨우 500미터 상공에서 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 사이를 부유하는 천사가 된 것 같았다. 대지는 쩍쩍 갈라져 협곡이 되었고, 가파른 협곡 사이로 강이 흘렀다. 때로는 고요히 때로는 거세게 대지가 꿈틀거렸다. 사람은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거대하고 장엄한 빅토리아 폭포마저 하늘에서 보니 뭐 조금 멋있다고 느꼈을 뿐이다.
나는 빅토리아 폭포보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 지평선 너머에 있을 아프리카의 다른 세상이 궁금했다. 하늘을 나는 순간만큼은 신과 인간의 경계가 열리는 것 같다.
--- 「아프리카의 소리」 중에서

월터는 온갖 우여곡절 끝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진가를 만나지만, 그는 딴전만 부린다. 사진가는 험한 산악지대에 사는 눈표범을 바라만 본다. 셔터를 눌러야 하는 순간에 그저 침묵만 지킨다.
“언제 찍을 거예요?”
참다못한 월터가 묻자 사진가는 이렇게 말했다.
“안 찍을 거야.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사라졌어. 갔어……”
저기, 그리고 여기 머물다 사라지는 것. 어쩌면 그의 여행이, 우리 인생이 그렇다. 결국 그 역시 그 아름다운 순간에 머물기 위해 아이슬란드 여정을 이어간다.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을 위해.
--- 「지구 속으로 떠난 여행」 중에서

“왜 연기를 하죠?”
감독이 여배우에게 물었다.
“연기를 하면 춤추는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추는 춤이에요. 영혼의 탐험을 통해 체험하는 게 즐거워요. 많은 지식을 얻으며 많은 지식을 포기하죠.”
남자는 아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감독, 여배우는 쥘리에트 비노슈(Juliette Binoche)다.
여행도 비슷하지 않나? 세상을 탐험하며 지식을 얻는 동시에 지식을 포기하는 게 여행이다. 몸과 마음으로 전력을 다하는 탐험이다. 여행하기 전에 내가 알았던 세상이 얼마나 작았는지, 때로는 얼마나 허구인지 알게 된다.
--- 「그는 9시 기차에 탔을까」 중에서

‘일탈’이란 말이 있다. 정해진 길, 영역에서 벗어난다는 말이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스위스 베른에서 살다 우연히 일탈처럼 리스본에 빠져든다. 단 한 번도 계획해보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런데 일탈(逸脫)의 한자는 뜻밖에 ‘편안하게 달아 난다’는 말이다. 이상하다. 일탈이 과연 쉬운가?
여기 일탈을 감행한 젊은 남녀가 있다. 두 사람은 가파른 벼랑에 서 있다. 벼랑 저편은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다. 배를 타지 않는 한 더 이상 갈 곳은 없다. ‘피니스테라(Finisterra)’ 혹은 ‘피스테라(Fisterra)’ 로 불리는 스페인의 땅끝이다. 두 사람은 지난밤 저 남쪽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부터 밤새 북으로 600킬로미터를 달려 간신히 이곳에 도착했다.
남자가 말했다.
“우린 떠나는 거야. 아마존까지 배를 타고 우리 둘만 존재하는 세상으로. 난 거기서 책을 쓸 거야. 우리 둘만 아는 새로운 언어로 말이지.”
여자는 남자 말에 반색하는 대신 이렇게 되묻는다.
“나는 뭘 하지? 그건 모두 당신이 바라는 거지. 나를 위한 게 아니야. 당신은 온 마음으로 모험을 떠나길 원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여자와 함께 여기까지 오기 위해 모든 걸 다 버리고, 목숨을 걸어야 했던 남자는 헛된 꿈을 꾼 것일까? 도무지 여자를 이해할 수 없다. 가장 절친한 친구마저 외면해 버린 두 사람의 격정적인 사랑은 단 몇 주 사이에 잊힐 운명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매 순간 열심히 살았고 어제까지 사랑했으나 오늘은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하루 사이 과거가 되었고, 이내 잊힐 것이다.
--- 「여기 머무는 건 어때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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