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09년 ‘한 종교사회학자의 세상읽기’란 부제를 단 시론(時論) 모음집 『기독교와 사회학의 접점』(프리칭아카데미)을 출판하였다. 『한국교회의 현실과 쟁점』은 필자가 2009년-2010년 두 해 동안 다양한 경로로 발표한 다섯 편의 논문과 한 편의 특집글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본래 한 권의 책으로 집필된 글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 중 다소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 대해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필자는 1980년에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와 정당성에 대한 개념적 재구성의 시도’라는 석사논문을 쓴 뒤, 영국 헐(Hull)대학에 유학하여 1989년에 “한국 개신교와 신사참배 문제, 1931-1945: 종교와 정치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이런 논문의 주제가 잘 말해 주듯이, 필자는 젊었을 때는 주로 ‘종교와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었다. 그런데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다음부터는 한국 사회와 개신교, 세계화와 종교 및 영성, 생명공학과 종교, 그리고 샤머니즘과 오순절성령운동 같은 다양한 주제 쪽으로 관심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
이중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필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한국에서 무속신앙과 기독교의 오순절성령운동 간의 접합이었다. 그런데 이 분야에 한층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필자가 한국 내에서보다는 외국에 나가서 학술 발표와 연구를 하게 되면서부터이다. 특히, 지난 2006년 미국 LA에 있는 남가주대학(USC)의 종교 및 시민문화 연구소에서 1년간 연구년을 보내면서 현재 세계의 종교사회학계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오순절성령운동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한국의 종교사회학자로서 필자는 세계에서 단일 교회로서 가장 큰 교세를 갖는 조용기 목사가 세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뜻을 세우게 되었고, 최근 외국의 저명한 종교심리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하고자 시도했으나, 미국 템플턴 재단으로부터 마지막 단계에서 연구비를 받지 못하게 되어 일단 이 연구는 현재 중단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독교 성령운동이 한국에서 어떤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변혁을 이끌어냈는지를 연구하고 싶다.
본래 신학과 사회과학 곧, 기독교와 사회학을 접목시키는 데 관심을 가진 필자는 2009년에 출판한 『기독교와 사회학의 접점』이란 책의 제목이 잘 말해주듯, 기독교 신앙과 사회학의 두 눈 모두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서구에서 근대 시민사회가 태동한 것과 거의 같은 무렵에 새로운 학문으로 출현한 사회학의 다양한 분야 중, 필자는 대학 졸업 후 한 때 공부하고자 했던 신학에 가장 가깝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분야인 종교사회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쓴 독일의 고전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그로부터 최근 필자는 베버처럼 종교가 기반을 이루는 문화적 가치와 신념이 행위자의 심리적 지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최근인 2010년에는 한국연구재단이 당시 처음으로 공고한 한국사회 기반 연구(일명 Social Sciences Korea 프로젝트)에 필자가 종교사회학회를 대표하여 “종교와 사회 발전”이란 제목의 장기 공동 연구 과제 지원을 받고자 신청한 바 있으나, 아쉽게도 최종 심사에서 선정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2011년에 종교사회학회의 젊고 유능한 학자들과 함께 이 과제에 다시 도전해 보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그동안 한국에서 종교를 독립변수로 보고, 발전을 종속변수로 보아 경험적, 이론적 차원에서 검증한 사례가 거의 없다. 전체 인구 중 약 절반가량이 종교를 갖고 있다고 답하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한국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사회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같은 학문적 관심과 기본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필자가 이번에 출판하게 된 책 『한국교회의 현실과 쟁점』에 실린 글들의 제목과 출처를 밝히면 다음과 같다.
제1장: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성령운동의 영성과 해방신학,”
『선교신학』제20집, Vol. I, 2009, 한국선교신학회, pp. 185-212.
제2장: “한국 구세군의 사회적 영향력: 선교사회학적 연구,”
『선교신학』제23집, Vol. I, 2010, 한국선교신학회, pp. 69-97.
제3장: “한국교회의 정치참여: 사회학적 관찰,”
『종교와 사회』제1집(창간호), 2010, 한국종교사회학회, pp. 33-62.
제4장: “‘번영의 복음’ 논란과 한국교회 설교의 위기,”
『프리칭』(월간) Vol. 57, 2009년 1월호, 프리칭아카데미, pp. 16-21.
제5장: “한국 개신교계 변화의 동향과 그 의미,”
『한국 종교문화의 변동』, 한국종교사회학회 특별포럼(2009. 4. 25, 서울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 pp. 12-20.
제6장: “한국 기독교의 과제와 전망,”
『神學과 社會』제23집 2호, 2010, 21세기 기독교사회문화 아카데미, pp. 27-52.
끝으로,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부족한 필자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은 프리칭아카데미의 임태현 소장과 편집부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