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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행복해지기 위해

알프스, 행복해지기 위해

: 맹지나 여행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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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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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08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31쪽 | 277g | 128*188*18mm
ISBN13 9788970656403
ISBN10 8970656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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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을 씹어 먹을 기세로 볼거리와 음식 이름과 관광지도 따위를 공부했던 것은 첫 여행, 딱 한번 뿐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더 좋은 일들이, 무너지는 계획의 빈자리를 차고 넘치게 메워 줄 것을 이젠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잔뜩 썼다 전부 지워버려 분필 가루 풀풀 날리는 칠판 같은 기억력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 p.30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호스텔 주인에게 화장기 없는 맨 얼굴과 다듬지 않아 부스스한 머리칼을 한 ‘꼬라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꼬라지로 ‘굿모닝’ 하고 웃을 수 있다면 그곳은 이미 집이다. --- p.72

열 두 달을 상징하는 열 두 명의 종치는 사람들 쉘렌루레르 들이 시내의 성당 종을 치는 것으로 봄을 알리고 미텐발트 뒷산에 사는 야생 양과 염소들을 종을 울려 불러 모으는 것으로 가을을 알린다. 일상이 고단하여 달력을 뜯어낼 새도 없이, 겨울옷을 접어 좀약과 함께 서랍 깊숙이 찔러 넣고 나프탈렌 냄새 폴폴 풍기는 봄 원피스를 오랜만에 탈탈 털어 걸 틈도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마을은 친절한 종소리로 1 년 만에 돌아온 계절을 알려준다. --- p.94

눈 앞 알프스는 녹색 산 위에 흰 눈이지만 수많은 대가들의 명작들을 수 없이 본 누군가의 눈에는 훨씬 더 오묘한 색들의 조합일 것이다. 다음에 쓸 물감처럼 아무렇게나 한켠에 스윽 덜어 둔 크롬 화이트. 금속 느낌이 날 정도로 시린 흰색이 산 정상에 얹혀 있다. 은색과 회색과 먼지 묻은 흰색과 거뭇한 그림자도 차례로 확인하였다. 한참 더 서 있으면 더 많은 색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p.183

알프스여서 다행이었다. 모든 것을 기대고 털어놓을 수 있는 길고 긴 산맥이 여행 내내 곁을 지켜 주어, 오랜만에 혼자 하는 모든 것들이 그렇게까지 낯설고 무섭지는 않았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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