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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

: 영국 프리미어리거

한국인 영웅전 시리즈-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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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38g | 152*215*30mm
ISBN13 9788994194264
ISBN10 899419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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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박지성을 영입했다고 난리가 났다, 라는 건 솔직히 지나친 자화자찬이었다. 난리가 났던 건 사실인데, 그 이유가 첼시에 밀려 고전하고 있던 맨유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한국 선수를 영입하는 엉뚱한 짓을 벌였기 때문에 떠들썩했다. 리그 우승을 빼앗아간 첼시는 잉글랜드 최고 유망주 숀 라이트-필립스와 유럽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 마이클 에시앙을 고가매입하는 판국에 리그 우승을 탈환하겠다는 맨유가 영입한 게 30대 중반의 풀럼 골키퍼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한국인 선수였다. 2005년 여름 프리미어리그의 분위기가 딱 그랬다. 이른바 맨유제국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까지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짱’이었는데 이젠 포르투갈에서 날아와 첫날부터 “저는 특별하니까요”라는 특별한 혀놀림으로 주제 무리뉴가 일약 미디어의 스윗하트(Sweetheart)로 떠올랐다. 자고로 미디어는 다양한 기삿거리를 최대한 많이 던져주는 취재 대상을 사랑하는 법. 천하제일 명장 퍼거슨의 감독 인생에 최대 고비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름을 어떻게 읽을지도 잘 모를 한국인 선수라니! ---p 13

“벨기에에 처음 갔을 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말이 하나도 안 통하잖아요. 클럽하우스에서 감독이나 동료들과 만나도 정말 눈인사 외에는 아무것도 못했어요. 말이 안 통하는 게 창피하니까 저는 그냥 휴게실 소파에 앉아 책만 읽었어요. 그것밖에 할 게 없었으니까요. 하루는 감독이 인터뷰 중에 나에 대한 멘트를 했다는 거예요. 집에 와서 무슨 말을 했는지 일을 도와주던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정말 웃겼어요. 감독이 ‘설기현은 정말 조용하고 인텔리한 선수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는 독서를 한다’라고 칭찬했다는 거예요. 하하. 난 그냥 말이 안 통해서 그랬던 것뿐이었는데 말이죠.”---p 85

김두현은 잉글랜드 진출 첫 시즌에 두 가지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첫 번째는 ‘축구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직접 경기를 뛴 첫 번째 한국인 선수였다. 2008년 4월 5일 김두현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FA컵 준결승전(vs 포츠머스) 후반 30분에 출전해 영광의 잔디를 직접 밟았다. 비록 그 경기에서 웨스트 브로미치가 1-0으로 패하긴 했지만 FA컵 준결승 진출은 김두현 개인에게나 팀에나 만족스러운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두 번째 ‘최초’의 기록은 바로 우승이다. 김두현은 이른바 우승의 사나이다. 축구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기가 속했던 모든 팀들에서 김두현은 모두 우승을 경험하는 ‘행운아’였다. 인터뷰 중 “만약 제가 입대하면 상무(결과적으로는 경찰청을 선택했다)도 우승할지 몰라요”라며 웃었을 정도로 김두현과 우승은 이음동의어였다. 처음엔 듣는 나도 웃어넘겼지만 결국 그의 ‘우승 부적’은 머나먼 잉글랜드에서도 신통력을 발휘했다. 2007/2008시즌 챔피언십 최종전이었던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원정에서 웨스트 브로미치는 2-0으로 승리하며 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더군다나 김두현은 우승을 확정한 이날 경기에서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터트리는 기쁨까지 안았다.---p 151

호날두가 볼을 터치했던 순간부터 볼이 아스널의 골네트가 세차게 흔들릴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불과 8초. 호날두가 두 번, 박지성이 두 번, 루니가 세 번 볼을 터치했다. 중앙에서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이 역습 득점을 놓고 영국의 저명 전술 분석가 조나단 윌슨은 “유러피언컵 대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습 골”이라고 평가했다. 호날두의 힐킥은 영리했고, 루니에게 보내진 박지성의 대각선 공간 패스는 패스의 정의를 내리는 것처럼 ‘퍼펙트’했다. 맨 처음 볼을 원 터치로 박지성에게 보낸 지점부터 무려 80미터의 거리를 쉬지 않고 뛰어 들어가 결국 골을 터트린 호날두의 역습 주행은 개인의 능력과 팀 플레이가 조화되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p 180

1년에 4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쿼드러플’이라고 했던가. 볼턴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지가 이제 1년도 채 안 되는 이청용이 2009/2010시즌 볼턴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들 수고가 많았으니 골고루 상을 나눠가지는 게 우리네 상식이었지만 볼턴은 달랐다. 이날 하루에만 이청용에 무려 네 개의 상을 준 것이다. 이청용의 이름이 호명되자 메인 조명은 이청용 오직 한 사람만을 비췄고, 행사장을 가득 메운 구단 식구와 참가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 갈채를 보냈다. 마치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이라도 선정된 듯한 분위기. 행사가 시작될 때부터 영어가 서툰 이청용을 위해 이것저것 도와준 동료 선수들도 이청용의 수상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줬다. 이청용 본인도 도저히 이런 상황이 쳀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어리둥절해 하며 엉거주춤 무대 위로 다시 올라갔다. 골든부츠을 비롯해 세 개의 상을 받은 데이비스를 제치고 이청용은 자타공인 이날 최고의 히어로가 되었다. 행사가 끝날 때쯤 영웅의 사인을 받기 위해, 영웅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우리 테이블은 수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p 251

클럽하우스 본관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다 보니 정오가 조금 지나 담당자 로나가 기성용과 차두리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사실 인터뷰 전까지 조그만 걱정거리가 있었다. 기성용 때문이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대한민국의 사상 첫 해외 원정 16강의 주역으로 떠올랐지만 소속팀 셀틱에선 아직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앞에 앉아있는 것은 한국 국가대표팀의 기성용이 아니라 셀틱의 기성용이다. 더군다나 마음에 상처 받기 쉬운 너무나 어린 나이. 솔직히 차두리는 셀틱에서의 성공 여부를 나름대로 자신하고 있었다. 실력을 떠나 풍부한 경험과 함께 스코틀랜드에선 필수 덕목인 강한 체력을 갖췄고 든든한 지원자 가족까지 꾸리고 있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셀틱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상태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젊디젊은 기성용에 대한 걱정이 아저씨 특유의 노파심 탓이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차두리가 자기뿐 아니라 아홉 살 후배 기성용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를 마구 전염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격 좋은 차두리는 어리고 귀여운 기성용을 보기만 해도 마냥 즐겁다. 선배에게 깍듯한 기성용의 예의도 차두리에게는 대만족. 어느새 외국 타지에서 서로를 챙겨주는 형님, 아우가 된 모습이었다. ---p 280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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