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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

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

: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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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88g | 153*224*20mm
ISBN13 9788959891771
ISBN10 895989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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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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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가스가 다케히코
1951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니혼 의과대를 졸업해 산부인과 의사를 거쳐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도쿄도 정신보건복지센터, 도립 마쓰자와 병원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세진 병원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잔인한 아이, 그로테스크한 어른], [정신의 짐승 길]이 있으며, 최근에 ['귀찮아'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마음의 병], [천재인걸], [임상 시학] 등을 썼다.
그림 : 요시노 사쿠미
1951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니혼 의과대를 졸업해 산부인과 의사를 거쳐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도쿄도 정신보건복지센터, 도립 마쓰자와 병원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세진 병원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잔인한 아이, 그로테스크한 어른], [정신의 짐승 길]이 있으며, 최근에 ['귀찮아'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마음의 병], [천재인걸], [임상 시학]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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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희망'이나 '구원'일까? 아마도 전자가 맞겠지만 '구원'이라는 말도 버리기 아깝다. 절망의 한가운데에 있을(거라고 느낄) 때 나는 항상 상상도 못한 구원의 손길이 찾아오는 상황을 그린다. 몽상이라고 해도 좋다. 걱정스럽고 괴로운 것은 전부 쓸데없는 고민이고, 착각과 장난이 뒤섞인 상황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나는 그런 자기최면이 굉장히 심해서 절망감이 극에 달하면 누가 "아냐, 장난이야, 장난."이라고 하면서 웃으며 나타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남극점 근처에는 각국 깃발이 꽂혀 있고, 입간판 같은 것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극점에 어떤 표시가 되어 있지는 않다. 자석의 극점은 물리상 극점에서 살짝 '벗어나' 있고 나침반 바늘이 직립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몸으로 지구의 자전을 체감할 수 없으니 남극점에 서봤자 아무 실감 나지 않는다. 낮은 고생을 해가며 겨우 극점에 도달한들 드라마틱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아, 드디어 내가 남극점에 도착했구나, 하고 스스로 대견해하면서도 어딘가 허무한 기분이 계속 따라다니지 않을까? 막연하게 굉장히 기쁠 것이라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덤덤하지 않을까? 돌아가는 길에는 피곤함까지 더해 좀 '우울'해질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는 "저런, 저런." 하고 혀를 끌끌 차더니 핸드백에서 화장지를 두 장만 꺼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토사물 위에 (마치 장난감 낙하산을 떨어트리듯) 화장지를 떨어트렸다. 팔랑팔랑 내려오던 얇은 종이는 토한 자리에 착지하자마자 수분 때문에 투명해졌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였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정에 붙은 차내 광고를 쳐다봤다. 나는 아주머니의 기묘한 무심함에 구원받은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밀려오는 무력감에 일어서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전용 볼링공은 있어도 전용 볼링장을 소유한 사람은 그 사장 말고는 들은 적이 없다. 꽤 널찍한 공간이 필요하고, 거기다 기계를 유지하고 보수하거나 레인 표면을 정비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과 수고가 들 것이다. 어지간한 볼링 마니아가 아닌 한 그런 것이 갖고 싶을 턱이 없다. 재력을 자랑하고 싶은 목적이라고 해도 자택을 찾아온 손님에게 "저희 집에 볼링장이 있는데, 어떠세요? 모처럼 오셨는데 한 게임 치시죠?"라고 자랑하는 것이 자기만족으로 이어질까?

야밤에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냉장고를 뒤져 두 조각 남은 케이크를 발견한다. 얼른 한 조각을 먹었지만, 여전히 공복은 채워지지 않는다. 늦은 밤에 그걸 다 먹어버리면 모조리 살로 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알고 있는데도 한 조각 남은 케이크가 신경 쓰여 견딜 수 없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남은 케이크를 전부 먹어 치운다. 이럴 때도 나는 역시 죄책감에 휩싸인다.

가장 큰 죄책감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특히 공부) 것이 분명하다. 이제 와서 되돌릴 방도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로 기껏 방구석에 틀어박히거나 일부러 낙제한다. 모든 체제를 부정할 만큼의 배짱은 없으면서 어중간한 자존심만 남아 새 출발을 할 시도조차 못한다. 그런 한심한 부분이 이번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개를 쳐든다. 이제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다. 부모를 향해 "누가 낳아달라고 했어요?"라고 외치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 대낮부터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은 정말 꿀맛 같다. 라디오를 켠 채 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꾸벅꾸벅 졸면 구근식물을 심는 법이나 여배우의 추억담, 오래된 가요가 드문드문 귀에 들어온다. 당연했던 일상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느껴진다. 날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던 지루한 일들이 애틋하다. 아마 내일은 다 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전신에 퍼진 이 위화감은 어떠한 구원처럼 느껴진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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