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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ssom, 봄이 온다

Blossom,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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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362g | 130*190*30mm
ISBN13 9791104917981
ISBN10 11049179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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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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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모든 인생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이지만, 수연의 할머니에게는 유독 아프고 서러운 일이 많았다.
가끔씩 소주를 한잔하는 날이면 수연을 붙잡아 앉혀두고 신세 한탄을 하곤 했는데, 그녀는 그런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수줍음 많던 열여덟 살 처녀는 논 서 마지기에 열네 살이나 많은 남자의 재취 자리로 시집을 왔다. 신랑은 배 속의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와 동네에서 형님 동생 하며 동기간처럼 지내던 과부와 배가 맞아 떠났다고 했다.
그 후 그녀는 꼬장꼬장한 늙은 시어미를 모시며 저보다 고작 여섯 살 많은 딸과 갓난쟁이를 데리고 시장에서 나물과 고추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단다.
그렇게 사는 동안 남자는 돈 떨어지면 기어들어 와 논과 밭을 팔아 치웠고, 결국 남은 건 다 쓰러져 가는 기와집 한 채뿐.
그들은 좋은 곳 유랑 다니며 등 따숩고 배불리 먹고 사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서러웠던 건 새까만 흙이 빠질 틈 없는 제 벌어진 손톱이라서 참 많이도 울었다고 했다.
그래도 그곳을 떠나 다른 인생을 선택하는 건 꿈도 못 꿨단다. 그땐 그렇게 사는 게 전부였고, 그저 먹고살 걱정에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을 뿐이라고. 살던 집을 떠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 정도로 어리석었다고…….
수연은, 그때의 할머니는 시모와 자식을 두고 나갈 만큼 모질지도 못했기에 집을 떠나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덥수룩한 청년이 찾아와 아버지의 자식이라며 그의 부고를 전하고 떠났단다. 그걸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인연은 끝이었다. 고작 일곱 달쯤 살을 맞대고 살았던 게 전부였다.
없는 살림에 아들딸 키워 시집, 장가보내고 시어미 죽고 나서 그제야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엔 그 아들이 서른이 되던 해에 말 못하는 며느리와 핏덩이 손녀를 두고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그녀에게 인생은 고난과 시련, 아픔의 연속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 핏덩이 손녀를 또다시 등에 업고, 시장에서 장사한 돈을 끌어 모아 시장통에 전 집을 열었다.
일 년 열두 달 제사를 지냈기에 눈 감고도 부치는 게 전이었단다. 전을 부쳐 팔다가 나물도 무쳐 팔고, 강정도 튀겨 팔고, 돈이 되는 대로 다 만들어 장사를 했단다.
그러다 보니 전집은 어느새 반찬 가게가 되었다. 동네 제일가는 음식 솜씨 덕에 큰돈은 못 만져도 먹고살 만큼은 벌었다고 했다. 제 멋대로 삐죽이는 억양으로 ‘음마’라고 저를 부르는 며느리와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살았다.
손녀는 대학까지 가르치겠다는 욕심에 동상 걸린 손을 마늘 삶은 물에 녹여가며 이제껏 일을 해왔다. 하루도 쉬지 않고, 지독하게 말이다.
그러면서도 귀한 손녀딸 손에는 물 묻는 게 싫어, ‘야야, 찬물에 손대지 마라.’ 하고 살갑게 말을 해주곤 했다. 수연은 그 사랑을 받고 자랐다.
손녀딸 시집가는 건 보고 죽어야 한다며 버릇처럼 말하던 그녀는 결국 그걸 보지 못한 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일주일 동안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매다 엊그제 세상을 떠났다.
“수연아, 저기 가서 밥 먹어. 세상에, 아가씨 얼굴이 이게 뭐야?”
“아냐, 이모. 나 괜찮아. 밥 생각 없어.”
“밥을 생각으로 먹냐? 그냥 먹는 거지. 잔소리 말고 얼른 이모부 앞에 가서 앉아.”
수연은 방앗간 이모 미선의 손에 붙들려 빈자리 하나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찬 테이블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앉았다.
맞은편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미선의 남편 민우가 술에 취해 벌건 얼굴로 수연의 수저를 챙겨주었다.
“술 한 잔 주랴?”
수연이 고개를 가로젓자 민우가 웃으며 소주병을 건넸고, 그녀는 그 술병을 받아 그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할머니가 쓰러지던 날 밤부터 시작된 시장 사람들의 병문안은 장례식장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가족 일처럼 일손을 거들며 상주가 되기도 하고, 손님이 되기도 했다.
수연은 부고를 알리기도 전에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준 그들이 고마웠다. 그들 덕분에 할머니가 떠나는 길이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 더 고마웠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은, ‘우리 할머니 참 잘 살았구나.’였다.
빈소가 마련되자마자 몰려온 동네 손님이 너무 많아서, 그들과 인사와 위로를 주고받느라 수연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실감이 안 날 정도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인의 영정 앞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니 수연은 마음이 급했다. 그녀는 시뻘건 육개장 국물에 밥 한술을 말아 입에 넣더니 몇 번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켰다.
제집의 든든한 보호자였던 할머니 장례식의 상주가 된 수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만, 자신이 결정해야 할 것들 앞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 기분은 뭘까. 슬프고 가슴 아픈데, 분주해서 자꾸 뒤로 밀어두는 이 감정.
이래도 되는 건가. 이렇게까지 이성적이어도 괜찮은 건가.
더 슬퍼하고 더 많이 울어야 하는 건 아닐까.
수연은 고개를 돌려 엄마 정희와 인사를 나누는 조문객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의 부모를 잃은 듯 엉엉 우는 모습이었다. 수연은, 나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 주고 눈물을 흘려주니,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옳은 것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하늘 아래 엄마와 나 둘뿐이고,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되었으니까.
그런 나를 할머니도 이해해 주겠지.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도 날 이해해 주겠지.
서른한 살, 어른이잖아.
급히 식사를 마친 수연은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칫솔을 입에 문 채, 그녀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 살펴보았다.
어깨 위에 찰랑이던 어정쩡한 길이의 단발머리를 하나로 끌어다 묶은 탓에 머리칼이 제법 흘러내려 와 있었다. 다시 실핀을 찔러 단단히 고정하면서 마음도 굳게 조였다.
다시 빈소로 돌아가니 검은 정장 차림을 한 키가 큰 두 남자가 우두커니 서서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내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성통곡을 했다.
주저앉아 꺼이꺼이 숨이 넘어가게 울어대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 두 남자에게 향했고, 옆에 서 있던 정희도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눈물을 흘렸다.
신기한 건 다른 문상객들의 반응이었다. 다들 그들의 눈물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워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의아하기만 한 건 수연 혼자뿐이었다.
“이모. 저 남자들은 누구야?”
“카페 사장 형제잖아.”
“카페?”
“왜, 그 있잖아. 서울에서 내려온 총각들. 할매한테 얘기 못 들었어?”
미선의 설명에 수연이 작게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아들이 을매나 야물딱진지 말도 모한다. 나서서 시장 청소도 하고, 벽에따 그림도 그려주고 하대. 갸들 오고 나서 시장이 억수로 훤해졌다 안하나. 복댕이가 둘이나 굴러 들어온 기다.”

할머니가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것이 하나둘 떠올랐다.
수도도 고쳐 주고, 전기도 수리해 주고, 올겨울엔 김장도 같이했다고 들었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젊은 형제는 해뜰시장에서 제법 인기 있다는 이야기도, 형제의 이야기를 꺼낼 때면 마치 친손주 자랑을 하듯 연신 웃던 할머니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수연은 그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섰다.
할머니와 인사를 마치고 정희와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들은 눈물에 흠뻑 젖은 얼굴을 연신 손으로 훔치며 널찍한 어깨가 들썩이도록 서럽게 울었다.
그렇게 정이 많이 들었던 건가.
어쩐지 손녀인 자신보다 더 슬퍼하는 두 남자의 모습에, 수연은 민망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인사해. 여기는 할머니 손녀. 처음 보지?”
미선이 나서서 수연과 형제를 인사시켜 주었다.
여전히 울먹이는 남자와 눈물을 삼킨 남자. 수연은 그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도건우입니다.”
“저는 동생 남우예요.”
형제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머뭇거리던 수연은 눈인사를 건네며 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수연입니다.”
수연은 두 남자의 얼굴을 차례로 보았다.
동생이라고 말한 남우는 이제 갓 어른 남자 느낌이 나기 시작했고, 대학생쯤 되어 보였다. 형인 건우도 그리 나이가 많진 않아 보였다. 풋풋하고 건강한 느낌이었다.
작은 얼굴 안에 시원시원하게 자리 잡은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가 꼭 닮은 형제는 마른 듯하지만 다부진 체격 역시 비슷했다.
한마디로, 빚어놓은 것처럼 잘생긴 얼굴이었다. 언젠가 할머니는 그들이 일일연속극 남자주인공보다 잘생겼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수연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할머니께 손녀분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뵙네요.”
“저도 얘기 많이 들었어요.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와야죠. 그동안 저랑 동생이 할머니께 신세를 많이 졌거든요.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뭐든 다 말씀하세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이미 너무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고 있어서요.”
자신의 얼굴을 빤히 보는 건우 때문에 수연은 헛기침을 하며 자연스레 시선을 옮겼다. 때마침 미선이 형제에게 어서 밥을 먹으라며 손짓을 했고, 그들은 이내 걸음을 옮겼다.
수연은 정희의 옆에 서서 문상객의 인사를 받으면서 틈틈이 건우와 남우가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다들 형제를 반기며 살뜰히 챙겨주었다.
두 남자는 어렵지 않게 그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에게 아주 익숙한 모습이었다. 시장 이모, 삼촌들이 예뻐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수연은 다음 조문객을 맞이하면서 눈길을 거뒀다.

수연은 시끌벅적한 시장통 같은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건물 옆 벤치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 가장 환한 곳에 앉아, 손톱달이 걸린 새까만 하늘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수연은 난생처음으로 담배 딱 한 모금만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필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뱉고 나면 마음속에 부유하고 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연기와 함께 빠져나갈 것만 같아서다.
수연은 오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몇 시인지도 모르고 조문객을 받고, 인사를 나누고, 대접을 하고, 끊임없이 분주히 움직였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수연은 시큰해진 코끝을 살짝 쥐었다가 놓으며 걸치고 있던 코트를 단단히 여몄다.
다음 주면 3월인데 봄은 더디게 오고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와 커다란 나무 아래 녹지 않은 눈 무덤이 그 증거였다.
수연에게 버티고 견디는 건 너무나 익숙하고,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까지 초연할 순 없었다.
다만, 내색하지 않을 뿐.
수연은 누군가의 눈에 딱하고 안쓰러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안간힘을 다하는 중이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그것은 그녀의 본성이었다.
그런 수연을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은 눈물 어린 위로보다는 곁에서 일을 돕고 밥을 챙겨주고, 잠깐이라도 쉬었다 오라며 그녀의 빈자리를 대신해 주었다. 그것은 말로 전하는 위로보다 더 진하고 뜨거웠다.
“여기 계셨네요?”
그때, 수연의 시선 안으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정확하게는 종이컵을 쥔 손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 남자였다. 아까 대성통곡을 하던 두 남자 중 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도건우.
수연이 건우가 건넨 컵은 받은 후 옆으로 살짝 비켜 앉았고, 그가 그녀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고맙습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가 수연을 조금 말랑하게 만들었다.
간만에 마셔보는 달달한 자판기 커피 한 모금에 수연은 뜬금없이 코끝이 찡했다.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위로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도건우 씨 같던데요?”
“네?”
“아까, 많이 울던데.”
수연의 말에 건우는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죄송해요. 너무 볼썽사나웠죠?”
“아뇨. 오히려 고마웠어요.”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아서, 수연은 그런 건우를 보며 오히려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수연 역시 그렇게 무너져 앉아 펑펑 울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답답했다.
“할머니가 저희 형제를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끼니때마다 밥이며 국이며 다 챙겨주셨고요.”
“우리 할머니가 원래 그래요. 누가 밥 굶는 걸 못 봐.”
오래전 본인이 수도 없이 굶어봤기에 배고픔이 진절머리 나게 싫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아들이 병을 얻은 게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생긴 탓이라고 여겨서일 수도 있다.
할머니는 항상 만나자마자 묻는 게 ‘밥은?’이었고, 마지막으로 하는 당부도 늘 ‘밥 잘 챙겨 묵으라.’였다.
“시장 분들이랑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다 할머니 덕분이었는데…….”
건우는 조용히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말갛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는 조금 젖어 있었다.
사실 수연은 궁금했다. 젊은 사람들이 왜 굳이 이 시골까지 내려왔는지.
하지만 수연은 묻지 않았다. 그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물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전에 할머니가 건우 씨가 만들어주는 미숫가루 엄청 맛있다고 말씀 많이 하셨어요.”
“그거 할머니가 가르쳐 주신 거예요. 검은콩가루 섞으면 훨씬 더 맛있다고. 과일 청 담그는 것도, 생과일 맛있는 거 고르는 법도 다 가르쳐 주셨어요.”
“그랬구나.”
우리 할머니, 참 다정도 하시지. 얼마나 예뻤으면 그렇게 살뜰히 챙겨주었을까.
수연은 살짝 고개를 숙여 건우의 옆모습을 빤히 보았다.
내 눈에도 예뻐 보이긴 하네.
그 순간 수연은, 제가 별생각을 다 하는구나 싶었다. 잠을 며칠 동안 못 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할머니는 수연이 서울에서 내려올 때마다 요 앞 카페에 총각이 타주는 미숫가루가 맛있다며 같이 가자고 하곤 했다. 하지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려와 얼굴 보자마자 다시 올라가기 바빠서 한 번도 함께 가보지 못했다.
수연은 그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거 하나 사드리지 못한 것도, 차 한 잔 마시는 그 짧은 시간조차 함께 보내지 못했던 것 모두.
“다음에 꼭 먹으러 갈게요.”
“언제든지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건우는 이내 말간 미소를 지으며 수연을 바라보았다. 짙은 속 쌍꺼풀이 자리한 크고 또렷한 눈매가 휘어지면서 강아지처럼 온순하고 순진한 얼굴이 되었다.
“우리 할머니랑 친구 해줘서 고마워요.”
수연의 말에 건우가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은 그의 얼굴에 서서히 번지는 슬픔이 안쓰러웠다.
수연은 그런 건우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표정은 가식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이방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편인 작은 시골 마을, 그 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저런 모습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수연은 자판기 커피가 차갑게 식어버린 후에도 그 자리에 앉아 건우의 옆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슬퍼해 주는 그로 인해 큰 위로가 되었다.

***

여자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못했다. 그럴 겨를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참고 있는 건지도…….
건우는 평소 할머니를 통해 수연에 대한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유독 달이 커다랗던 밤, 스무 시간이 넘는 진통 끝에 태어났고, 어렸을 적 열 경기를 자주 일으켜 울보 엄마를 더 울보로 만들었으며, 철물점 황 씨 아저씨가 요구르트를 너무 많이 먹여서 빨대 자리대로 앞니가 썩어서 났다는 이야기까지도 모두 알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 없다던 이야기도,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대학에 장학생으로 들어가 졸업하자마자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단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이젠 그저 반듯한 사람 만나 결혼하는 걸 보고 싶다던 할머니의 소원도 들었다.
수연은 할머니의 가장 아픈 손가락임과 동시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손녀이자 자부심이고, 자랑이고, 삶의 근원이었다.
그래서 낯설지 않았다. 경계를 늦추지 않던 수연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말랑해졌다.
그러나 어느 선 이상으로 본인 이야길 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타인에게 별 망설임 없이 질문하는 것조차 수연은 묻지 않았다. 건우가 예상했던 대로 조심성이 많고 신중해 보였다.
건우는, 그동안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제멋대로 그려본 모습 그대로인 수연에 왠지 모를 친근함까지 느껴졌다. 물론 그녀는 자신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건우는 아무런 말없이 옆에 앉아 가만히 생각에 잠긴 수연의 모습을 슬쩍 훔쳐보며 생각했다.
조금 더 이대로 있었으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건우 자신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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