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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문지스펙트럼-02-01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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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010885
ISBN10 8932010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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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Uno, nessuno e centomila'. 오십세를 넘기면서부터 전세계에서 주목받은 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품이다.

당시 문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문제 제기와 나름대로의 해법을 새로운 문학 형식을 통해 드러내었던 피란델로. 그가 15년 동안 구상한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에 대해 '이 소설에는 내가 했던 모든 것의 완벽한 종합과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의 원천이 들어 있다'고 스스로 고백하였듯이, 이 책은 피란델로 문학 활동을 결산할 수 있는 총체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현실 세계의 위기를 인식하고 이를 파괴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이를 형상화함에 있어 그 이야기 구조 또한 파괴한 피란델로는 이 책에서 근대 세계에 대한 위기 의식, 즉 도시 생활에 대한 염증, 돈과 재산에 기반한 부르주아 사회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뚜렷이 보여준다.

비탄젤로 모스카르다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코가 휘었음을 알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지금까지 그를 구성하던 모습이 그가 그에게 부여했던 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비탄젤로 모스카르다는 자신만을 위한 존재이고, 타인들은 자신의 육체를 통해 오직 그들이 실체를 부여했던 모스카르다만을 본다는 것이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지만, 그 누구도 아니면서 동시에 십만 명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은행을 청산하여, 지금까지 그를 규정했던 고리대금업자라는 외피를 벗어버린다. 그는 자신의 허구적인 외피를 벗겨내어 마침내 자연과 스스로를 동일시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이는 작가가 근대가 이루어놓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소외된 인간의 의식에 대해 집요하게 추적하여 얻은 결과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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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질을 했다고? 내가? 그 불쌍한 짐승에게?

나라니! 말도 안 돼! 들판에서 길을 잃은 어떤 소년이 모든 것에 대해, 동시에 매우 하찮은 것에 대해 뭔지 모를 공포감에 사로잡혀 그 짐승을 때린 것이다. 어떤 하찮은 것이란, 그가 그때 혼자 우연히 보았을 수도 있는 무엇인가로 변할 수도 있었다.

이곳 도시에서 길을 걸어갈 때 그럴 위험은 더 이상 없다.
제기랄! 사람들은 각자 타인의 환영 속에서는 아름다운 법이다.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잘못한 것인데, 다시 말해 사람들은 모두 각자 보았던 대로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요! 네! 우리 놀이를 합시다. 놀이를 하자고!"

그리고 창문을 통해 우연히 보고 있던 사람에게 표시를 하는 놀이를 합시다. 그래요! 그가 밑으로 몸을 던지도록 유리창을 열어줍시다.

"재미있는 놀이에요! 친애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당신들을 위한 모든 환영을 벗어나 몸을 던진 다음, 한순간만이라도 죽은 자들로부터 다시 돌아와 생존하는 타인들이 환영 속에서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놀랍고 유쾌한 일입니까! 네!"
--- pp.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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