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에게
지난 화요일 밤에 쓴 편지를 당신에게 보낼 기회가 없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오늘 아침에 다시 읽어보니 꼭 루소의 엘로이즈에 있는 글과 비슷한 것 같더군요. 밤에는 감상에 젖어 아침보다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잖아요.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숙녀에게 편지를 쓰기에는 밤보다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아침 시간이 좋은 것 같아요. ……
사랑하는 그대, 당신 자신에게 물어봐요. 당신이 나를 사로잡아 너무도 잔인하게 내 자유를 빼앗아 버리지 않았는지를. 당장 편지를 써서 그것을 시인하고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봐요. 내가 당신의 사랑에 취할 수 있도록 달콤한 말들로 황홀한 편지를 써 봐요. 그리고 당신의 숨결을 불어 내가 입맞춤 할 수 있게 해줘요. 그토록 사랑스러운 모습에 내 헌신적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반짝반짝 빛나는 말보다 더 빛나는 말을, 아름다운 말보다 더 아름다운 말을 찾을 수가 없군요.
우리가 나비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여름 사흘을 당신과 함께 보낸다면, 그저 그런 50년을 사는 것보다 더 행복할 것 같아요. …… ---pp.13~15
나의 소중한 소녀에게
난 어제 속에서 오늘을 살고 있어요, 하루 종일 황홀한 기분에 빠져 있습니다. 나 자신이 당신에게 좌우되는 것을 느껴요. 내게 몇 줄만이라도 써 주세요. 그리고 말해 주세요. 영원토록 결코 어제보다 덜 다정하게 대하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당신의 아름다움에 눈이 부셔요. 세상에 그토록 밝고 우아한 것은 없습니다. ……
언제 우리 둘이서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요? 천 번의 입맞춤을 했는데도 또다시 입맞춤을 허락하는 내 사랑에게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해요. 만일 당신이 천한 번째 키스를 거절한다면, 그건 내가 절망 속에서 살아갈 원인이 될 거예요. 만일 당신이 어제의 위협을 실행에 옮긴다면,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자존심도, 자만심도, 사소한 열정도 아닌, 바로 그 일이라는 것을 알아줘요. 당신이 어제처럼 차갑게 대한다면 마음이 너무 아파 견딜 수 없을 거예요. …… ---pp.36~37
……
당신 편지의 일부분을 동봉합니다. 표현을 조금 바꿔줬으면 해요. 조금은 나에게 덜 냉정한 표현이었으면 해요. 내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 머릿속에 있는 시를 쓸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그 시가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텐데요. 그 시들을 당신처럼 자유롭게 살고 있는 사람과 나처럼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셰익스피어는 항상 가장 탁월한 방법으로 상황을 요약했지요. 햄릿이 오필리아에게 “수녀원으로 가버려, 가벼려, 가라구!”라고 말했을 때 그의 마음은 나와 같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을 거예요.
난 한때 사랑을 포기하고 싶었어요. 죽고 싶었어요. 당신이 미소 짓고 있는 이 잔인한 세상에 넌더리가 나요. 난 남자를 증오하고, 여자는 더욱 증오해요. 내 미래에는 그저 가시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내년 겨울에 내가 어디에 있든지, 이탈리아든 알 수 없는 어떤 곳이든, 브라운은 그 꼴사나운 모습으로 당신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겠지요. 나머지는 상상하기도 싫군요. 내가 로마에 있다면, 아마 난 그곳에서도 늘 마을로 오가는 당신을 볼 테지요, 마법의 거울로요.
난 당신이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을 조금이나마 내 심장에 넣어주면 좋겠어요. 난 조금도 믿음을 모아들일 수가 없어요. 나에게는 이 세상이 너무 잔인합니다. 무덤이란 곳이 있어서 기쁘군요. 그곳에 갈 때까지 나는 어떤 휴식도 취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해요. 어쨌든 다시는 딜케 씨나 브라운이나 그들의 친구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으면서 내 자신에게만 빠질 겁니다. 믿음으로 가득 찬 당신의 팔에 안기든지 천둥번개가 나를 내리치든지 둘 중 하나이길. ---pp.85~86
빛나는 별이여, 내가 그대처럼 한결같다면
‘Bright star, would I were steadfast as thou art’
빛나는 별이여, 내가 그대처럼 한결같다면,
아니, 밤하늘 높이 외로운 광휘 속에,
마치 자연의 참을성 많고 잠 없는 은자처럼
눈꺼풀을 영원히 뜨고
지상의 인간 해안 주변을 깨끗이 씻는
성자같이 일하는 물결의 흐름을 지켜보거나,
산과 들판에 새로이 부드러이 내린 눈 가면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니, 다만 여전히 한결같이, 여전히 변함없이,
내 아름다운 연인의 무르익는 가슴을 베개 삼아 누워
그 부드러운 오르내림을 영원히 느끼며
달콤한 불안에 영원히 깨어 있으면서,
영원히, 그녀의 부드러운 숨소리에 영원히 귀 기울이며,
그렇게 영원히 살고 싶어라, 그게 아니면 서서히 죽음으로 사라지어라.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