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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 스틱

시나몬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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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04g | 153*224*20mm
ISBN13 9788974565145
ISBN10 897456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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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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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 스틱

여자는 향기가 날아간 시나몬 스틱으로 커피를 저어댄다. 하지만 여전히 계피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나몬 스틱은 제 쓰임새를 잃었지만 여자는 애초에 의도했던 일이였다는 듯 가장한다. 여자는 남편의 간통사실을 알리는 쪽지를 받는다. 자신의 여자 친구를 뺏겼다는 남자는 집요하게 메일을 보내 부부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남편은 아내에게 외도 현장을 맨눈으로 확인하라고 종용한다. 여자는 방문만 노려보다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여자는 다른 남자의 방에서 자신이 머물렀던 매우 좁고 열악했던 과거의 ‘자취방’을 떠올린다. “쿨한 척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주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무엇 때문에 모든 것을 참고 있는지 그 시절의 기억을 알고 있다. 가난하고 불안한 삶에서 달아나기 위해, 다시 그 궁핍과 초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여자는 결혼을 택한다.

마스카라

아내는 비염으로 환절기면 후각을 잃는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찾아든 권태감도 아내에게는 전혀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아내는 왜 나를 떠난 것일까? 남편은 텔레비전에 나온 사과와 양파의 냄새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고 코웃음을 친다. 아내는 정색한다. “저게 우스워 보여? 그럼 나도 우습게 보이겠네? 냄새 못 맡는 괴로움을 당신이 알기나 해?” 체취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르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다. 후각을 잃을 때면 아내는 남편이 ‘사물’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후각상실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타인과 제대로 관계 맺는 것도 방해한다. 「마스카라」의 아내는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 단순히 불편한 것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아내가 떠난 자리에 등장한 여자는 자신의 본모습을 가리는 화장의 묘미에 대해 말한다. “마스카라는 스페인어로 가면이라는 뜻이 있대. 마스크하고 발음이 비슷하지? 그래서 변장이라는 뜻도 있고.”

이식

여자는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주기적으로 난자를 병원에 판다. 남편은 타인의 간을 이식받았다. 신체의 거부 반응을 막고, 면역력을 키워 남의 간을 제 몸 안에 받아들이려 한다. 이런 이식의 과정은 남으로 만나 서로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결혼생활의 비유로 적절하다. 여자의 난자 채취도 삶을 위해 내주어야 하는 자신의 일부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견디며 여자가 이뤄낸 삶은 뭘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기껏 키워준 면역력을 나에게 발휘하며 저항한다. 내가 무슨 적이라도 되는 듯, 자기 몸을 공격하는 세균이라도 되는 듯…….

카메라 루시다

사진을 매개로 한 여자의 삶을 거슬러 올라간다. 딸은 남편의 폭력이 지나간 흔적을 아름다운 예술사진으로 가린다. 딸은 어머니의 삶을 대물림한 셈이다. 삶의 갈피갈피에 꽂힌 사진을 통해 여자는 자신의 과거를 복원해낸다. 4·3 사건으로 아버지가 억울하게 숨진 뒤로 여자는 이제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삶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지고 다만, 살아있거나 생각을 잊기 위해 일에 몰두한다. 전쟁은 서로 다르게 살고 있던 두 남녀를 부부로 엮는 계기가 된다. 현대사의 비극들이 여자를 이런 선택을 하게 떠밀었던 셈이다.

불현듯이

고장 난 센서 등은 불현듯이 켜진다. 어둠에 숨어 있으려는 여자에게 자꾸만 불빛을 들이댄다. 공격적인 빛살과 아파트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여자는 자신이 외면했던 과거에 자신이 겪었던 사건과 대면하게 된다. 정신분석의 같은 704호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기억 속의 ‘원 장면’을 복원해내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현재를 낳게 한 과거의 원장면과 대면한다. 어지러운 세상과 불안을 피해 방을 구해 달아났고 그 방에서 폭행을 당했다. 그 장면을 되살리는 일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여자는 외면하고 달아났다. 강박증에 시달리고 사람을 피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기억을 떠올린 순간, 여자는 과거의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표류하는 섬

처음 이 도시로 내려오면서 여자는 이곳 생활에 자신을 맞추면 되리라 생각했었다. 남쪽 바다에 면한 이 작은 도시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저절로 단순해지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자는 남편이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던 남자, 그리고 곁에서 불만을 삼키던 여자. 그들의 일상에 무언가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어떤 변화가 다가오든 저 병원 건물 안에서 아이는 든든한 조부모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 가능하다면 여자에게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 상대의 죽음을 ‘변화’의 조짐으로 받아들일 만큼 관계는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서로는 서로에게 더 이상 사랑도, 사람도 아닌 것이다.

너의 거짓말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한 여자들이 등장한다. 하나는 안정을 위해 결혼을 택했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여자에게는 남편이란 존재가 때론 나보다 더 강력하게 나를 드러내는 법이거든. 인수 씨는 나의 남편이고 나의 현재야.” 다른 친구는 실연 뒤에 ‘일’에 매진해 스스로 빛나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둘의 인생 결산은 쓸쓸하다. 결혼이란 선택도, 일이란 선택도 짐작과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 나이가 들수록 불안감은 더해가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질문은 왜 이런 양자택일의 선택지만이 주어지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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