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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는 오직 한길

그대에게 가는 오직 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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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440g | 151*210*16mm
ISBN13 9788965706847
ISBN10 896570684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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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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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무장을 구한다고 한 달간 방부를 내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 깊은 산중에 누가 오려고 할까요.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사람이나, 은퇴하고 산속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더러 있지만, 절간의 일이란 게 만만찮아서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기 일쑤였지요. 그래도 이번 사무장은 2년을 용케 버텨왔는데 결국 그 또한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렇듯 삶이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 p.23

묵언기도의 마지막 날 밤, 누군가 적막을 깨뜨리며 방문을 꽝꽝 두드렸습니다. 양철지붕에서 쇳소리가 날 정도로 그는 다급했습니다.
그때가 밤 11시쯤이었는데 묵언수행이 물거품이 될까 봐 문을 열어주기가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객은 막무가내로 문을 두드렸지요. 결국 무슨 사정인가 싶어 문을 열었습니다. 세찬 바람이 열린 문틈으로 사정없이 몰아쳤습니다.
“헬로우.”
인사를 건네는 객을 보고 저는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그는 벽안의 외국인이었던 겁니다. 한국말을 못하는 그는 ‘템플’과 ‘호텔’이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묵언수행 중인 저는 한마디도 대꾸할 수 없었습니다. --- p.31

신원사로 출가하고 5년 만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식의 생사조차 알 길 없었던 어머니에겐 불효막심한 아들이었지요. 그런데 어머니의 첫마디가 너무도 뜻밖이었습니다.
“그래, 잘 지냈니? 소식이 끊긴 후 이 어미는 너를 가슴에 묻고 살았다. 매일 너를 위해 기도했단다. 살아 있으니 다행이다.” --- p.34

일전에 어머니가 전기담요를 가지고 등운암에 올라오신 적이 있습니다. 대전에서부터 그 무거운 것을 이고 깊은 산중 암자까지 말이지요. 설마 암자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던 겁니다.
“스님, 등이 따뜻해야 몸이 건강합니다.”
“군불을 때면 따뜻한데 뭐하러 이 무거운 걸 이고 오셨어요?”
말은 그렇게 했어도 어머니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무거운 걸 도로 가져가시라고 할 수도 없어서 방 한쪽에 둘둘 말아 그대로 두었지요. 수행자는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 p.52

매일 아침 산사에서 만나는 꽃과 나무가 늘 새롭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매순간 살아 있음을 자각하며 일상에서 깨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무엇이든지 느끼면서 살아야 합니다. 자신이 마주하는 세상의 경이로움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니지요. 스스로 마음의 감옥을 만들고 자기를 가두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되돌아볼 일입니다. --- p.60

“스님, 인생에 대해 한 말씀만 해주세요.”
“태어나 살다가 늙고 죽는 겁니다. 1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살다 가는 게 인생입니다.”
“에이 스님, 너무 재미가 없잖아요.”
“인생을 재미로 사나요? 내 말은,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니 너무 아파할 것도 없고, 애착을 가질 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그냥 살다가 가면 되는 거죠.”
“그렇군요. 그렇게 살다가 가면 되는군요.” --- p.62

어떤 일을 할 때
어렵다거나 혹은 쉽다거나 하는
생각을 떠나야 합니다.
중요한 건 그 생각이 일어나기 전
나의 본래 마음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하면 아무리 힘든 일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 p.70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인연들은 누가 맺어준 게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이 만들어온 겁니다. 그러나 그 인연들을 모두 끌어안고 사느라 내 삶이 고통스럽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살면서 모든 인연을 다 끌어안을 수는 없습니다. 만나서 괴롭기만 한 인연이라면 붙들지 말고 그냥 떠나보낼 줄 아는 것도 용기입니다. --- p.133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자신이 모르면 남편이나 아내, 자식들이 잘 알까요?
엄밀하게 말하면 가족도 타인일 뿐입니다.
내가 아프면 누가 대신 앓아주나요?
내가 배고프면 누가 대신 밥을 먹어주나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입니다. --- p.138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부자가 되어야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설령 하늘에서 돈 보따리가 떨어진다고 해도 만족할 줄 모릅니다. 근심 걱정을 껴안고 전전긍긍하는 건 자신의 명을 재촉하는 일입니다. 조금 부족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야 부유하게 사는 게 아닐까요?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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