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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옷

황금옷

리뷰 총점7.7 리뷰 7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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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14g | 130*195*20mm
ISBN13 9791195061495
ISBN10 119506149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지금 내게는 무엇이 있을까. 단칸방에서 맞이하는 나 혼자만의 밤, 절대 선을 넘지 말자고 정해 둔 350cc 캔맥주 두 개, 5월 중순의 메마른 바람, 닷새 동안 신세 진 부모님, 운동장과 실습실과 열다섯 명의 건축과 학생, 네 명의 교관, 해협과 산. 그리고 잃어버린 것은……. 그러다가 생각을 그만두었다.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다. --- p.14~15

봄이 가면 여름이다. 이곳은 여름이 짧다. 짧아도 너무 짧다. 이곳 사람들은 서둘러 바다로 나간다. 한 달도 안 되어 가을 기운이 일어나고 그러다 금방 겨울이 온다. 사람들은 지겹다는 표정으로 겨울용 타이어를 갈아 끼운다. 딸은 아내의 친정에서 첫돌을 맞이할 것이다. 1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 p.49

“아기 사진 없어?”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사토시의 눈에서 당혹감이 비쳐났다. 그 눈동자에 내가 비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그냥 그녀를 안고 싶어졌다.--- p.67

다 지난 일이야. 생각을 하지 마.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면 되는 거야. --- p.83

이어서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뒤에서 아오야마 교관이 짧게 잡아, 하고 외친다. 나는 아무튼 여기까지 와 버렸는데, 하고 타순이 돌아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앞으로도 무슨 일만 있으면 이런 말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 p.97

나는 볼 수 있었다. 외야 저편에 빛 속에서 찬란하게 반짝이는 펜스를. 그것은 몇 달 몇 년이 지나지 않으면 손으로 만질 수 없을 만큼 멀고 높고 새롭게 솟아오르는 펜스였다. 어떻게 하면 거기에 이를지 가늠도 할 수 없을 만큼 먼 환상의 펜스였다. --- p.98

한창 뜨거울 때는 비둘기도 쉬는 법을 안다. 그 시각이 되면 이 건물에 사는 수많은 비둘기가 모두 움직임을 멈춰 버린다. --- p.102

가만히 방아쇠를 당긴다. 빵. 낮은 소리가 터진다. 총알은 침대에서 곧바로 날아가 햇살 속 허공을 가르며 비둘기를 꿰뚫는다. 수많은 새털이 빛 속에서 튀어 올랐다가 살랑살랑 허공을 난다. 가슴을 관통당한 비둘기가 허공으로 튀어 오른다. 새빨간 피가 터져 나온다. --- p.102~103

바다에 가고 싶어. 준이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올해는 이렇게 여름을 보내야 하는가 생각하니 넌덜머리가 났다. 보통 여름엔 틈만 나면 수영장에서 헤엄을 쳤다. 풀 사이드에서 여자애한테 말을 걸고 같이 수영도 하면서 즐겁게 노는 계절이었다. 여름이라면 마음껏 땀을 흘리는 계절 아닌가. --- p.116

아침나절에 휴버트 셀비 주니어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30페이지 정도 읽고 방을 나섰다. 갑자기 아키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헤엄치고 싶었다. --- p.146

물속으로 뛰어들자 살짝 물보라가 일었다. 아키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갔다. 이혼한 뒤로는 누구에게도 구속되고 싶지 않아. 그 누구라 해도. 그런 일은 이제 지겨워. 그런 말을 했다. 나는 그녀가 생각하는 자유의 정체가 진정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수영하는 아키에게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문득 앞으로도 분방하게 움직이는 아키의 그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질투심이 솟구쳐 올랐다. 마음이 초조하게 흔들렸다. --- p.156

“좋은 밤이야.”
아키는 숨을 헐떡거리는 나를 보고 말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다시금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침까지 같이 있고 싶어.” --- p.180

“취하는 것도 지겨워. 우리는 수영을 안 하면 취하는 것뿐이야.”
헤엄치고 취하고, 헤엄치고 취하고. 아키는 그 말을 노래하듯 반복했다. 헤엄치고 취하고, 헤엄치고 취하고. --- p.182

갑자기 뭔지 모를 불안감이 일어났다. 아키가 나한테서 점점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그녀가 깨어 있을 때와 깊이 잠들었을 때 나는 그녀 안에서 욕망을 충족할 수 있었다. 그 상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p198

몸속에 여름이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여름이 잔잔한 파도처럼 몸 안으로 퍼져 나가는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 p.204

나는 우리에게 황금옷 같은 건 없어, 있다 한들 우리가 함께 황금옷을 입을 수는 없어, 하고 생각했다. --- p.206

“더 깊은 바다로 갈까?”
미치오가 제안했다.
“가자.”
즐겁게 헤엄쳤다. 아키를 생각했다. 그녀도 이렇게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 p.21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오버 더 펜스

아내와 태어난 지 15개월이 된 딸과 헤어져 도쿄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시라이와. 생각할 만한 여유도 힘도 없이 일단 실업보험이나 받을까 하는 생각으로 직업훈련학교 건축과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나같이 특별한 꿈이 없어 보인다. 시라이와는 목공 수업을 받고, 교내 춘계소프트볼대회를 대비해 무미건조한 연습을 하고, 밤이면 350cc 캔맥주 두 개를 마시는 따분하고 반복된 생활을 견디고 있다. 그러던 중 동료 다이시마의 소개로 사토시를 만나면서 다시금 희미한 사랑과 위로를 느끼기 시작한다. 한편 동료들과 사사로운 사건들을 겪으며 소프트볼 시합에 조금씩 의미를 두는데……. 시라이와는 학교 안팎을 가로지르는 외야 저편, 빛 속에서 찬란하게 반짝이는 펜스 너머에 이를 수 있을까?

여름을 쏘다

신장병을 앓는 스무 살 준이치는 점적주사를 맞으며 무료한 병원 생활로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창밖으로 햇빛을 피해 숨은 비둘기를 향해 손가락을 정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빵, 하고 낮은 총성이 울리면 관통당한 비둘기는 새빨간 피를 뿜는다.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면 바다에서 여자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해수욕을 즐겼을 터다. 같은 병실의 환자들이 모두 퇴원하고 준이치보다 스무 살 많은 오카모토만 남았다. 옆 병실은 여자 환자들이 사용하는데 밤새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할머니도 있다. 그 소리에 잠을 못 이루는 환자들은 할머니가 어서 죽기만 바라며 못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건넨다. 친구 히데오가 주말 마권을 대신 구입해 주러 찾아오지만 본질적 무료함과 젊음의 충동을 달래 줄 수는 없는 듯하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병원의 여름은 계속되는데…….

황금옷

작가를 꿈꾸며 국립대학의 생활협동조합 서점에서 근무하는 요시오. 이혼 후 불안한 생활을 이어 가는 아키. 국립대학에 재학 중인 미치오와 츠츠무. 치과에서 근무하는 후미코. 이들은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수영장에 모여 수영을 하고 재즈 바에 모여 맥주와 럼, 진을 마시고 사랑을 나누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요시오는 신경안정제에 의존하여 불안을 집어삼킨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아키를 바라보며, 질투와 애정으로 그녀의 곁을 맴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는 치바 해변으로 떠나고, 요시오는 미치오와 함께 시즈오카 해변으로 떠난다. 여행에서 돌아온 요시오는 얼굴에 상처가 난 후미코에게 폭력 사건에 휘말린 전모를 듣는데……. 이들 청춘 남녀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 「우리는 함께 황금옷을 입었다」처럼 어떤 ‘황금옷’을 입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과연 그들은 ‘황금옷’을 함께 입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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