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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대한 도시, 파리

나의 위대한 도시, 파리

: 파리를 사랑한 작가 로제 그르니에의 파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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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68g | 140*210*20mm
ISBN13 9791161110226
ISBN10 1161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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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문학적 자취로 가득한 도시다.
보들레르, 그가 파리에서 살았던 서른 곳 넘는 거주지들을 돌아보자면 기진맥진해질 것이다. 제라르 드 네르발은 딱하게도 오직 한 곳에 사로잡혔다. 비에유랑테른 길, 그곳에서 그는 “검고 흰” 어느 겨울밤에 목을 맸다. 그 길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테아트르 드 라 빌’의 프롬프터용 구멍이 아마도 네르발이 목을 맨 창살창 자리였을 것이다. 보들레르의 말에 따르면 그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은밀하게, 그가 찾을 수 있었던 가장 어두운 거리에서 자기 영혼을 풀어놓았다….” --- p.12

[바노 길 1-2번지]
지드의 아파트인 그 유명한 바노에 들어가는 특혜를 누렸다. 1947년 10월, 《지상의 양식》 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지드의 오랜 친구인 마르크 베르나르와 함께 우리는 라디오 방송을 위해 지드에게 《지상의 양식》 도입부를 읽게 했다. 그렇게 나는 실내화 차림으로 조금 긴장한 지드의 모습을 보았다. 지드가 자신의 녹음 목소리를 듣고서 이런 놀라운 말을 했다.
“치음 발음을 연습해야겠군.” --- p.98

[볼테르 강변길 25번지]
몽테를랑은 자기 책의 성공을 위한 모든 것에 세심히 마음을 썼다. 오랫동안 그는 언론용 증정본에 헌사를 쓸 때조차 초고를 작성했다. 생애 말엽에는 그런 습관이 피곤하다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 갈리마르 출판사 건물에는 도서관이라 불리는 방이 하나 있는데, 저자들이 그곳에서 증정본에 사인을 한다. 한 번은 몽테를랑이 점심식사를 하러 간 사이에 장 쥬네가 그곳에 들렀다. 그는 몽테를랑이 서명해놓은 책 더미를 발견하고는 헌사에 음란한 말을 덧붙였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책들은 그렇게 떠나갔다. 그 책들은 틀림없이 오늘날 값나가는 희귀본이 되었을 것이다. --- p.119

[레오뮈르 길 100번지(여전히 그리고 언제나)]
1960년 1월 4일 월요일 오후, 내가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한 여비서가 나를 멈춰 세웠다.
- 카뮈가 죽었어요.
그때 나는 기이한 반응을 보였다. 인쇄소로 간 것이다. 마치 그곳으로 피신하려는 듯이. 그곳에 가면 15년 전에 카뮈와 함께 조판대에서 숱한 밤을 보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그곳에는 모두가 베베르라고 불렀던 우리의 고참 식자실장 루아가 있었고, 카뮈와 [프랑스-수아르]에서 일했고 1940년 피난 때 클레르몽페랑에서 그와 방을 함께 썼던 늙은 편집자 다니엘 르니에프Daniel Lenief도 있었다. 우리는 할 말을 잃고 작업실 한쪽 구석에 모여 있었다. 나는 문 가까이에 있는 선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카뮈는 자주 페이지 레이아웃을 검열하고, 마지막 교정쇄를 수정했다. 누군가 결국 내게 말했다.
“카뮈에 대해 기사를 쓰게 되면 우리가 그의 친구였다고 말해주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식자공들과 교정자들이 “책 친구들이 알베르 카뮈에게”라는 제목으로 공동저작을 펴냈다. 그들은 내게 그 책의 서문을 청하면서 함께할 영광을 누리게 해주었다. --- p.129

[라모 길]
바로 그 장 주네가 어느 날 내게 말했다.
“난 아주 예쁜 주소를 가졌네. 라모 길, 백합꽃 호텔, 주네.
그는 그 주소를 아주 자랑스러워했지만 오래 간직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숙박비도 지불하지 않고 소지품들을 남겨둔 채 끊임없이 이사를 했다. 파자마, 셔츠…. 그러면 호텔 주인들 대부분은 그것들을 갈리마르 출판사로 보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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