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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고대사여행

일본고대사여행

: 동아시아인의 길을 따라

동아시아와 그 너머-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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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682g | 153*224*30mm
ISBN13 9788994606118
ISBN10 899460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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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부산역사교사모임, 양산역사교사모임
부산역사교사모임은 참다운 역사교육을 위해 1989년 창립하여 『고등학교국사배움책』 등의 수업자료 개발과 대안적 역사교육을 위해 공부하며 실천하는 역사교사들의 모임이다. 양산역사교사모임은 양산지역의 젊은 교사들이 2009년 결성한 신생 모임으로, 지역답사와 함께 새로운 역사수업을 모색하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창립 20주년에 맞춰 출간된 『역사,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수록한 「역사교육에서 민족주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까」를 부산역사교사모임에서 썼다. 글을 쓰기 위해 모인 역사교사들은 민족주의적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의 한계에 대해 공감하였다. 일본의 고대사가 형성되는 과정을 한국과 일본의 민족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서 보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였고, 재미를 느끼면서 일본 역사 여행을 병행하였다. 2008년부터 규슈, 아스카, 나라, 교토, 이세, 오카야마 등지를 답사하며 고대인들이 남긴 자취를 찾아 공기하기를 4년, 그 사이 양산역사교사모임의 교사들이 합류하엿고, 드디어 2012년 봄, 동아시아 세계사의 시야로 일본 고대 역사를 재구성한 『일본고대사여행, 동아시아인의 길을 따라』를 출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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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관묘 발굴 현장에 가면 흙에 절반쯤 묻혀 있고 절반쯤은 속살을 드러낸 옹관들을 볼 수 있다. 어떤 옹관에는 풀이 자라고 있었는데, 유독 눈길을 끄는 옹관이 하나 있다. 일본의 옛 풍습에 시신의 팔다리를 굽혀 쭈그린 자세로 매장하는 굴장이 있는데, 그 옹관 안의 인골도 굴장을 해서 허벅지뼈와 정강이뼈, 팔뚝뼈가 겹쳐져 있다. 팔뚝뼈에는 이모가이 조개로 만든 36개의 팔찌가 촘촘히 걸려 있었다.
그런데 매장의 풍습이나 조개팔찌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옹관 안에서 출토된 중국제 청동거울이었다. 청동거울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그 글귀 또한 아주 멋지다.

오랫동안 보지 못하더라도 긴 세월 동안 서로 잊지 않기를......

거울의 글귀는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자, 남자는 다시 보지 못하더라도 오랫동안 잊지 않겠다는 사랑의 마음을 담아 거울을 넣은 게 아닐까?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질 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거울을 쪼개어 정표로 삼듯이 말이다. 고대인의 사랑에 가슴이 설렐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추측은 틀렸다.
3세기에 일본인은 한자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4세기에 왕인, 아직기가 한자를 전한 이래, 도래인에 의해 한자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7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전에는 말로 기억을 전하는 구전의 시대였다. 그러니 무덤의 주인공은 고대 청동거울에 새겨진 한자를 하나의 그림으로만 인식했을 것이다.

여기서 이들 도래인을 한국인으로 볼 것인가, 일본인으로 볼 것인가를 묻는 것은 몰역사적인 난센스일 뿐이다. 도래인은 대륙과 한반도의 정치 변동이나 기타 이러저러한 요인 때문에 삶의 터전을 떠나 낯선 지역으로 기약 없는 불안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다. 그 양상은 프런티어보다는 디아스포라에 가까웠을 것이다. 혹은 그 두 양상이 뒤엉켜 있었을 수도 있다.
정착민들, 특히 농경 정착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난다는 것은 대단히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지금 살고 있는 땅의 불안과 고통, 바다 건너 미지의 땅에 대한 두려움과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 도래인의 이러한 처지를 생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편안한 쉼터라는 의미인 ‘아스카’라는 지명이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고대사를 공부하고 그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도래인의 숨결을 좀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선입견 없이 그들 옆으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그 걸음은 도래인에게 투영된 오늘날의 국가, 민족 관념을 걷어내고 도래인의 실체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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