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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 미학

수집 미학

: 한 미술평론가가 듣는 사물들의 은밀한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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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60g | 128*188*30mm
ISBN13 9788960901308
ISBN10 89609013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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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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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도구들이 마냥 경이롭다. 책상 서랍에 들어 있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와서 내 신체에 관여하는 이 도구, 연장은 당연히 비교적 먼 여행길을 떠날 때면 반드시 챙겨가는 우선적인 것이기도 하다. 비록 손톱을 깎고 다듬는 일이 귀찮고 싫지만 이 연장을 떠올리면 그만 그 일이 할 만해진다.---p.25

언젠가 정말 마음에 드는 안경테를 또 찾을 때까지 나의 순례는 아마도 오래 지속될 것 같다. 그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고 그림을 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살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안경만 한 것이 없는 셈이다. 안경 없이는 그 무엇도 가능하지 않기에 말이다.---p.29

지금 책상에 놓인 이 책갈피는 수시로 어떤 책들의 내부로 들어가 잠시 머물다 또 다른 책의 살 내음을 맡으며 이동하는 삶을 산다. 나는 그것을 만지작거리면서 손의 온기와 기름기를 묻혀가며 책을 읽는다. 조금씩 더디게 움직이면서 한 권의 책이 끝나는 지점까지 그 책갈피와 행복한 동행을 하고 있다.---p.44

이처럼 나는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사물이 좋다. 그 순간 사물은 정서적인 삶의 동반자가 되고 상념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의미 있는 사물이 되는 것이다.---p.66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지고 가까이 있는 것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짐을 느낀다. 머지않아 내 눈 위에 돋보기를 얹어야 할 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무척 짧아졌다. 내가 사랑하는 이 돋보기에 의존해 작은 그림을 살펴볼 날도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다.---p.166

그가 창에 붙어서 전방을 주시하고 나는 운전대를 잡고 앞을 보며 같이 운전해 가는 풍경이 그다지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가 하면 창에 비스듬히 엎드려 붙어 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절박해 보이기도 하고 어딘가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가여워 보이기도 한다. 마치 내 모습의 한 조각을 엿보는 것도 같다. 아마도 내가 운전을 하고 다니는 날까지 이 스파이더맨이 함께하지 않을까.---p.249

빨강머리의 인어공주가 초록색 꼬리를 흔들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적잖이 위안을 안겨준다. 나는 서랍에 빼곡한 귀여운 사물들을 가끔씩 꺼내놓고 바라본다. 시간과 나이를 잊고 그것들을 갈망했던 어린 시절의 한을 지금에서야 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동시에 나이 들고 죽어가는 것에 대한 일련의 저항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영원히 보존하고 그 근원적인 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는 간절한 제스처이기도 할 것이다.
---p.29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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