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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필 3

오스카 필 3

: 불멸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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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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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3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672쪽 | 968g | 153*224*35mm
ISBN13 9788973812691
ISBN10 8973812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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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승려는 지고 있던 바랑을 주섬주섬 풀어헤쳐 에메랄드빛 털가죽으로 감싼 네모반듯한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루에는 M자가 새겨진 단검 한 자루와 저절로 풀어지는 가죽끈을 함께 놓았다. 꾸러미가 둥실 떠오르고 털가죽이 허공에서 저절로 펼쳐지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켈상의 휘날리는 케이프 자락 위에서 짙은 초록 광택이 아른거리고 검정색으로 옻칠한 상자가 나타났다.
“어둠의 왕자가 이걸 빼앗으려면 날 죽여야 할 겁니다.” 켈상이 덧붙여 말했다.
윈스턴 브레이브는 메디쿠스들의 지식의 성소를 낚아채어 대리석 탁자 위, 카뒤세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파비트라도 유모차에 몸을 기울여 아기를 꺼냈다. 그녀는 아기 인형의 머리통에서 정확한 자리를 찾아 입을 맞추었다. 찰칵하며 인형의 머리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인형의 눈 부분에 깜박깜박 초록빛 표시등이 들어왔다.
“내 입술 세포를 떼어서 유전자 순간 인식이 가능하게 해놓았지요. 작지만 첨단 기술이 집약된 이 장치도 인도 제품이에요. 내 사촌 크리스티, 싯다르타, 산토시가 고안한 제품이죠.”
파비트라가 자랑스럽게 말했다.---pp.13~14

“너에게 물건을 넘겨줄 사람들이 네가 있는 곳을 찾아올 것이다. 적당한 때를 봐서 나타날 것이야. 그러니 긴장을 늦추지 마라. 이게 너에게 요구하는 전부다. 그다음에는 그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을 알아봐요? 그들이 우리 편인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죠?”
브레이브 씨가 미소를 지었다.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다.”
“그러면 그들이 주는 물건을 가져와서 그랜드 마스터에게 드려야 하나요?”
그랜드 마스터는 잠시 주저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다. 그곳에 가서 너는 밀사라고 할까, 일종의 비밀 전령이 되는 거다. 그 물건을 ‘아주 중요한 어떤 사람’에게 전해주면 돼. 그렇지만 모든 지시는 네가 현장에 도착한 후에 받게 될 거다.”
그랜드 마스터는 마지막 말을 되풀이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오스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여쭈어도 돼요?”
브레이브 씨는 말해보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단순히 물건을 받아서 그 도시에 사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면 제가 왜 필요한가요?”
“그들이 직접 넘겨주고 넘겨받을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게다가 네가 수많은 청소년 대표들 틈에 끼어 있으면 별로 의심을 사지 않을 테니까.”
오스카가 집무실을 떠나려는데 그랜드 마스터가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오스카 필,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하고 어려운 임무다.”
“두렵지 않아요. 절 믿으셔도 돼요.”
이 말은 브레이브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난 너를 믿는다. 하지만 네가 혼자가 아니라면 더 강해지겠지.”---pp.155~156

“내 생각에는 아빠가 최고위원에 임명되었을 때 자신과 우리 엄마에게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길 것을 예감했던 것 같아. 아마 그때 비올레트 누나와 나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야.”
“너희 아버지가 최고위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앙심을 품은 걸까?” 루이즈가 한발 더 나가보았다.
“브레이브 씨가 나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대로라면 우리 아빠는 메디쿠스의 역사상 최연소 최고위원이었어.”
“질투에 눈먼 자가 협박했을 수도 있겠군.” 발랑틴이 말했다.
오스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메디쿠스들의 지식의 성소가 보여준 내용을 이방인들에게 털어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신중한 로렌스가 절대 안 된다고 했으니까. 그의 판단이 옳을 것이다. 어찌 됐건, 오스카가 쉽게 거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럭저럭 읽어낸 이 편지는 소년의 심증을 굳혀주었다. 아빠가 배신했다고 알려졌던 그 사건이 누군가의 음모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아빠가 경계했던 위험이라면? 무엇보다,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pp.221

계단 위에는 고대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토대에 세운 무수한 기둥들이 정교한 합각(?&)을 떠받치는 구조였다. 오스카는 건물에 새겨진 부조에 다가갔다. 몸매가 풍만한 여인들이 초록빛 돌 속에서 무엇인지 모를 묘한 춤을 추고 있었다. 기둥 위의 조각상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풍기는 관능미는 왠지 틸라를 생각나게 했다. 오스카는 틸라의 몸속에도 이러한 꽃밭과 경이로운 사원들이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문득 열정과 매혹이 뒤섞인 감정이 그를 사로잡았다.
일행은 룸피니 백작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는 오베르 사원 앞에 도착했다. 이 사원 전체는 비취를 깎아 만든 것이지.”
바로 그 순간, 묘한 음악 소리가 그곳을 가득 메웠다. 하프? 리라? 탬버린? 아까 그들을 홀렸던 안개가 사원 속에서 새어 나와 기둥을 지나 계단 아래 풀밭으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한없이 다정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로넌조차도 그 단조로운 가락에 흠뻑 취한 눈치였다. 룸피니 백작부인이 아이들을 흔들었다.
“모두 귀를 틀어막고 날 따라와요. 안 그러면 금세 발각되고 말 테니까! 빨리빨리!”
부인이 죽 늘어선 기둥들의 그림자에 몸을 숨겼다. 아이들도 부인을 따라 몸을 숨기고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주시했다.
사원 한복판에 있는 단 위에는 나이가 웬만큼 있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가 흰색 토가 차림으로 서 있었다. 여자는 흰색과 회색이 섞인 풍성한 머리채를 어깨에 드리우고 삼각 받침에 놓인 금잔 위로 손을 뻗고 있었다. 방금 들은 노랫소리는 여사제가 흥얼거린 것이었다. 그녀가 성스러운 금잔에 가루를 뿌리자 금세 연기가 치솟았다.
“오르마우나 여사제란다. 여사제와 그녀가 만드는 안개가 없으면 여성의 주기 따위도 없지. 안개는 보름 동안 풀밭을 키우고 건설 현장의 토대를 다지지. 그러다 15일째가 되는 날, 오뷜의 행렬이 이루어지는 거야.”
룸피니 부인이 입을 다물었다. 여사제가 노래를 뚝 그쳤던 것이다. 여사제가 눈을 뜨고―끝을 가늠할 수 없이 깊은 초록빛 눈이었다―다시 입을 열었다.
“대지의 위대한 주기, 이번 달은 풍요와 생산의 달이 되려나? 경이로운 안개가 엠브리예 아일랜드의 사내들을 부르는구나. 그들을 사로잡자꾸나. 그들이 바로 이 평원에서 생명을 불어넣을 신성한 침을 쏘아주면 좋으련만!”
여사제의 말은 메아리가 되어 더욱더 풍성하게 울려 퍼졌다. 이 신호에 젊은 님프 두 명이 다가와 성스러운 잔을 기둥들 앞쪽으로 조심스럽게 옮겼다.---pp.257~258

루브르궁의 지붕을 향해 위엄 있게 버티고 있는 그 조각에는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힘을 절대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라면 이 조각상이 틀림없을 것 같았다. 오스카는 자기가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니기를 기도했다.
그는 성스러운 조각의 받침대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돌로 이루어진 굴곡 사이에 쪽지가 끼어 있다든가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스카는 낙심했지만 일단 펜던트를 꺼내고 그 그리스 조각상에 접근했다. 뭔가 스치다가 퍼덕퍼덕하는 소리가 나서 오스카는 움찔 뒤로 물러섰다. 승리의 여신이 둘로 나뉘더니 그중 하나가 완전히 살아 움직이는 게 아닌가. 조각상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유령처럼 살짝 투명해 보이는 그 여신은 날개를 파닥파닥 움직이며 오스카가 지켜보는 가운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여신은 다시 사뿐히 지상에 내려오더니 허리를 숙였다. 오스카는 않고 여신의 등에 훌쩍 업혀 그녀의 목에 팔을 둘렀다.
다음 순간, 여신은 더욱더 활기차게 다시 날아올랐다. 그녀는 계단 위에서 원을 한 바퀴 그리고는 속도를 내어 벽을 향해 돌진했다. 오스카는 눈을 질끈 감을 틈밖에 없었다. 눈을 다시 떠보니 그는 여전히 신비로운 조각상의 분신에게 업힌 채 그녀의 힘찬 날개 너머로 대표단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승리의 여신과 오스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룹과 함께 있는 로렌스조차도 오스카가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스카는 자기 팔을 유심히 보았다. 승리의 여신뿐만 아니라 그의 몸도 투명하게 변해 있었다.
---p.35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오스카가 두 왕국에서 두 번째 트로피를 가져온 지 9개월이 지난 후, 드디어 두 번째 우주와 세 번째 우주 사이의 다리를 건널 때가 왔다. 비록 이번에는 그 동안에도 메디쿠스로서의 능력을 간직하고 있을 수 있었지만 오스카는 빨리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어느덧 몸도 마음도 제법 자란 사춘기 소년 오스카는 성과 생식의 매혹적인 세계 엠브리예를 탐험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엠브리예로 건너가는 다리의 시험을 치르는 날, 시험 도중에 어둠의 왕자의 공격을 받은 오스카는 위더스 부인과 안나 마리아 부인의 도움을 받고 구출되어 무사히 다리의 시험을 통과한다. 한편 오스카는 메디쿠스의 그랜드 마스터, 브레이브 씨에게 중요하고 위험한 임무를 비밀리에 전달받는다. 그가 해야 할 일은 프랑스로 가서 누군가에게 어떤 물건을 받아 ‘아주 중요한 어떤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는데……. 과연 오스카는 그 비밀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엠브리예에서 세 번째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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