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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12g | 145*210*30mm
ISBN13 9788954653701
ISBN10 895465370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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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러한 방식으로 허락한 이것. 수옥은 완전무결하게 농축된 형태로 단 한 번뿐인 사랑을 석 달간 경험했다. 가을이 깊어갔다. 헨리크, 헨리크, 헨리크, 이 사랑이 지속되지 않음으로써만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수옥은 기꺼이 통곡했다.
---「살구 줍기」중에서

저도 모르게 다음 수순을 밟는다는 것, 같은 채로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 달라진 모습으로 시간을 통과한다는 것, 아니 달라져야만 시간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
---「살구 줍기」중에서

결국 오랫동안 별거중이던 아버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집에 찾아와 잠긴 안방 문을 열기 위해 119를 불렀다. 경찰도 함께 왔다. 방문 틈새를 메웠던 공업용 본드가 떨어져나가자 지독한 썩은 내가 순식간에 집안을 뒤덮었다. 열아홉 소년은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아버지의 손을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나 안 버릴 거지.
---「다른 소년」중에서

“어떤 선택을 해도 잘못일 수밖에 없는 일이 있어.”
---「B구역에 내리는 비」중에서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할 수 있다는 게, 유난스럽다 생각하면서도, 실은 부러웠던 것 같아요. 난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림자 가이드」중에서

이 터널을 통과한 수많은 차는 결국 어디에 도착했을까.
---「야간 정비」중에서

고무장갑을 끼고 쭈그려앉아 이루 말할 수 없이 더러운, 더러움의 원액 같은 검댕을 닦아내는 사내들, 어떤 의식을 치르듯, 솔을 쥔 양손을 둥글게 둥글게 하염없이, 제 마음이나 감정을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한 적 없다는 듯, 솔을 쥔 양손을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염없이.
---「야간 정비」중에서

다른 공기, 다른 온도, 다른 밝기, 다른 소리가 생겨나는 시간과 장소, 내내 원했던 것이 바로 이런 공기, 이런 온도, 이런 밝기, 이런 소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몸의 말.
---「1105호」중에서

사원 앞에 모여 있던 아이들 중 폭격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는 없었다. 그러나 폭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도 없었다.
---「부서지는 밤의 미로」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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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간에서 깨어난 인물이 자기에게로 돌아가는 과정, 곧 어제의 ‘나’로부터 ‘다른 나’로 이행해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삶의 한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건너가면서 벌어지는 틈, 그 일상으로부터 탈구된 시간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익숙한 세계로부터 떨어져나온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 『다른 소년』이 내건 화두다. 그것은 ‘다르다’라는 술어가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여 줄곧 반복된다는 것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소설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혼, 파산, 살인, 총기 난사 사건, 낙태, 테러, 재난, 병 등을 직면하여 삶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고 있다는 데서, 그 두려운 이행의 시간을 소설의 언어가 함께 견뎌내고 있다는 데서 명백해진다.
- 이지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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