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처음 합창단을 시작했을 때 ‘과연, 합창단이 가능할까?’에서 시작된 나의 물음에 아이들은 ‘당연히 가능하죠!’라는 답을 주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 지휘자의 지휘, 선생님들의 지도, 부모님의 헌신, 아이들의 열정과 마음이 만나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성취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정말 어리석고 우리 아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했구나!’라는 미안함이 들었다.
---「Part 1. 파랑새가 된 아이들」중에서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스스로 원해서 장애를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을 꺼리고 거부한다. 장애인을 마치 범죄자처럼, 장애 관련 시설을 혐오시설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장애는 범죄가 아닐 뿐더러 혐오해서도 안 된다. 장애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편견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편견이 없어진다면 장애도 없어질 것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Part 2. 특별하게 자라는 아이들」중에서
착한 선생님 말고, 오히려 더 전문적인 영역의 교사이고 싶다. 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장애학생에 대해 전문성을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인드와 전문성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반복적이고 단순하지만 앎이 있는 교육, 꼭 필요한 기본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과정의 구성, 끈기와 인내로 함께 만드는 교육은 특수교육이 가진 특성이며, 경험과 전문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에게 특수교사라는 직업은 ‘좋은 직업’이었다. 의미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께서 이 일을 추천하셨고, 선뜻 특수교육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다. 특별할 것 없는 시작이었다. 이 일이 이제 십여 년이 넘었다. 여전히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애학생들을 만나다 보니 편견과 소외가 그들만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느 때는 아이들의 좌절과 슬픔에 함께 무너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생각한다. 특수교육은 착한 마인드만으로는 안 된다. 착한 마음이나 봉사가 필요한 직업보다는 전문적인 직업이어야 한다.
---「Part 3. 괜찮아, 나는 특수교사니까」중에서
나는 이 책에서 정은이의 실명을 사용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내 동생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정은이 이름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하나 오픈했다. 거기에 정은이의 일상생활 모습이나 에피소드 들을 사진, 동영상으로 업로드한다. 요즘 유행하는 SNS를 활용하여 정은이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나는 정은이가 성공적으로 자립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또 정은이의 연보랏빛 힐링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정은이를 응원해 주고 정은이의 안전을 확인해주고 물어주었으면 좋겠다. 억울한 일에는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고 잘한 일에는 힘찬 응원을 해주었으면 한다. 정은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지역 사회 전체가 지켜주어야 한다.
---「Part 4. 연보랏빛 오라」중에서
우리가 느끼는 자극들과 자폐성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감각자극은 다르다. 사소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그들은 극심한 고통을 주는 청각 자극, 혼란스러운 시각 자극, 기분 나쁜 촉각 자극 등을 느끼게 만든다. 모든 자폐성 장애인이 그런 경험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개인마다 모두 다른 증상을 갖고 있기에 정답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그 상황과 그 아이에 따라 다르게 대처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 충분히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신나게 생활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 특수학교일 수도 있다고……. 중요한 것은 선택한 어떤 학교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곳인가?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곳인가?’하는 생각이 우선되었으면 좋겠다.
---「Part 5. 아이들에겐 설 자리가 필요해요」중에서
우리 모두는 인생의 끝(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운전자들이다. 성급하게 가다 사고가 나서 삐끗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다른 운전자에 의해 인생이 망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것은 어쨌든 마음대로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더 많지 않은가? 하지만 삶이 그럴지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지를 가지고 옆도 돌아보고 뒤도 돌아보며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떤 운전자는 과속으로 또 어떤 운전자는 심하게 저속으로 골목길을, 고속도로를, 또는 일반 도로를 달리며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한다. 우리 아이들은 심하게 느리게 가겠지?
---「Part 6. 우리 성장속도는 시속 10km」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