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우키치가 “유령 같은 것도 문제없지?”라고 물은 건 이런 연유였음을 뜻밖의 형태로 알게 되었다. 그래도 아코는 심호흡을 거듭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손님인 인면견을 맞은편 의자에 앉혔다.
“미안해, 아가씨. 많이 놀랐지?”
“아, 아뇨. 무섭기로는 저번 직장에서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던 험상궂은 손님이 방문했을 때가 훨씬 더했죠.”
“그건 그랬겠구먼. 난 일단 무해하니까.”
“아, 아하. 그, 그래서, 어떤 방을 찾고 계신가요? 성함과 희망하시는 방을 말씀해 주세요.”
아코는 ‘무해? 진짜로 무해해?’ 하고 속으로 마구 딴죽을 걸면서도 최대한 그 의문을 웃는 얼굴 아래로 쑤셔 넣었다. 프렌치 불독 같은 몸에 아저씨의 얼굴과 목소리. 언뜻 보기엔 개인 만큼 오히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코는 냉정하게 상담을 이어갔다.
“음 그러면, 이누카이 씨. 이 중에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제외할 수 없는 조건이 있나요?”
이누카이 긴지 씨―인면견에게 들은 요구 사항을 메모한 종이로 눈을 떨구며 아코는 골치를 앓았다.
이누카이 씨의 요구 사항은 ‘애완동물 사육 가능, 한적한 주택가, 야행성 인간이 근처에 살지 않을 것’이었다.
얼핏 보기엔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조건 같지만 세 가지가 겹쳐지면 난이도가 쑥 올라간다.
첫 번째 항목인 애완동물 사육 가능 매물이라는 것이 애초에 드물었다. 게다가 한적한 주택가라 하면 단독주택이 많은 지역이 대부분이라 독신자용 아파트가 그리 많지 않다. 거기에 야행성 인간이 근처에 살지 않을 것이란 항목을 충족하기란, 생활이 점점 다원화되는 요즘 세상에선 힘든 일이다. 특히나 다세대 주택의 경우, 해당 건물 내에서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사람이 사는 것이 당연하기에 더 그렇다.
더 외곽으로 가면 조건을 만족하는 매물을 찾을 수 있겠지만 “다 쓰러져서 주변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라도 괜찮으세요?”라고 물을 엄두는 나지 않았고, 그것이 옳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누카이 씨가 하는 말에 태클을 걸고 싶어지는 것을 참느라 고생하는 중이기도 했다.
먼저 이누카이(犬飼), 매사냥용 개를 기르던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성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리고 인면견이면서 애완동물 사육 가능 매물을 희망한다는 건 또 무슨 의미지? 아코는 그런 의문에 좀이 쑤셨지만 겨우겨우 참고 먼저 얘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본문 43p 중에서)
“그래서, 어떤 방을 찾으시나요?”
아코는 마음을 다잡고 아카타 씨를 돌아보았다. 신체 일부가 조금 길다는 것만 빼면 아카타 씨는 평범한 손님이다. 익숙해지면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아코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욕조가, 많이 더러운 방이었으면 좋겠어요.”
“네……? 더, 더러운 욕조…… 욕조가 딸린 매물 말씀이시죠…….”
생각지도 못한 요구 사항에 아코는 다시 얼어붙을 뻔했으나 꿋꿋이 버티며 웃는 낯을 유지했다.
아코는 여태껏 부동산 업계에 근무하면서 손님의 일방적인 요구를 물리도록 들어왔다.
예를 들면 예산 3만 엔으로 역까지 걸어서 5분이 걸리고 전망이 양호한 데다 고층에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방을 원한다거나, 보증금이나 사례금 없이 부지 내에 주차장이 있으며 가구 및 가전이 포함된 방을 원한다거나. 구조 관계로 절대 벽에 구멍을 뚫어선 안 된다는 방에 퇴거 시에 수리비를 지불할 테니 못을 박는 걸 허락해 주고 구멍을 다시 메꾸는 데 드는 견적을 내 달라거나.
아코는 그런 요구 사항을 듣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중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을 들어 내 타협점을 찾거나 때로는 현실을 일깨우며 손님과 함께 방을 찾아 왔다.
그래서 아카타 씨의 요구 사항에도 조금 당황했을 뿐 제멋대로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욕조, 욕조…… 욕조가 딸린 방에, 더러운 곳을 희망하시는 거죠? 알겠습니다. 안내해 드릴게요.”
아코는 주저하면서도 이나리 부동산이 맡아 둔 매물을 몇 건 픽업했다.
몇십 분 뒤, 조수석에 아카타 씨를 태우고 차를 몰며 아코는 머리를 싸맸다.
일방적이지는 않다고 해도 아카타 씨의 요구는 상당한 난제였다.
아코는 이나리 부동산에 열쇠를 맡겨 둔 매물 중에서 욕조가 딸린 오래된 건물을 하나씩 소개했다. 더러운 욕조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낡은 건물로 한정하는 것이 손쉬우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낡고 더러워 보이는 욕조가 딸린 방을 고르고 골랐다. 개중에는 고릿적에나 쓰던 찰칵찰칵 손잡이를 돌려 점화하는 아궁이형 욕조도 있어서 중점적으로 추천해 봤지만, 아카타 씨는 어느 방을 둘러보아도 미안한 기색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합니다. 맘에 들어 하실 방을 제대로 안내드리지 못하고 있네요.”
“아뇨. 다 훌륭한 방이었어요. 제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드린 게 문제죠…….”
“천만에요! 아카타 씨의 요구 사항은 정말 양심적인걸요. 방도 욕조도 반짝반짝해야 한다, 덤으로 욕실과 화장실이 따로 나눠져 있고 신축인 데다 집세도 싸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뭘.”
그런데도 이 모양이니, 하고 아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욕조가 더러워도 상관없다, 오히려 더러울수록 좋다니 어쩜 이리도 욕심이 없을까 싶었던 것이다. (본문 65p 중에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