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석파란
리뷰 총점7.7 리뷰 17건
정가
14,000
판매가
13,300 (5%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820g | 145*210*35mm
ISBN13 9788925128177
ISBN10 892512817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류서재(柳絮之才)
고려대 국문학 박사. 2010년 장편소설 「사라진 편지」로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 장편소설 『석파란』으로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2012년 제14회 고대문학 신예작가상을 받았다. 수필집 『나의 박완서, 우리의 박완서(공저)』, 소설집 『거기 아내가 있었다(공저)』 등을 펴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민씨 부인은 방바닥을 둘러보며 종이 뭉치를 한 장씩 펼쳤다. 지란은 여기저기 찢어지고 구겨졌는데 먹물은 하나도 번지지 않았다. 남편이 정성스럽게 먹을 갈아낸 흔적은 종이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밤을 새우셨어요? 민씨 부인은 손바닥으로 자잘한 구김살들을 폈다. 한 장씩 종이를 펼수록 마음이 아파왔다. 오늘은 과작이네요. 민씨 부인은 윗목에 나뒹굴고 있는 종이 뭉치를 다 가져왔다. 종이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항로, 김순성, 이돈, 이사규, 이극선. 이 사람들 누구예요? 이하응이 황급히 종이를 빼앗았다. 민씨 부인이 방문으로 달려가서 두 팔을 벌리고 남편을 막아섰다. 종이의 이름들은 이하전의 죽음에 연루된 사람들이었다. 이하응은 아내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았다. 저고리의 노란색은 탁해졌고 치마는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흐린 남색이었다. 옷고름을 진한 보라색으로 만들어서 겨우 멋을 낸 듯했다.
―제발, 죽은 사람은 잊으세요. 하전이가 안동 김 씨들 앞에서 이 나라가 이 씨의 나라냐, 김 씨의 나라냐 따졌다는 소문도 있어요.
민씨 부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눈물은 아내의 자존심이었다. 눈가에 고인 눈물에는 왕가의 여인으로 살면서 안으로 삭이고 삭였던 두려움이 있었다. 이하응이 아내의 미간을 쓰다듬듯 쳐다보았다. 민씨 부인은 두 다리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참아야겠지. 그놈의 왕족이 뭔지 하루라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소. 왕족이 옷이라면 벗어던지고 싶어. 내 마음은 수없이 벗었소. 하지만 내가 벗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나도 모르게 또 입고 있소. 내 맘대로 안 돼.
이하응이 고백하듯 말했다. 아내의 눈동자에 고여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냥 시름을 풀려고 여행 가는 거요. 이하응은 아내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남편의 눈동자에 수백 가지 말이 담겨 있었다. 민씨 부인은 남편을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과한 상상에 가슴이 조여들었다. 이 정체 모를 불안함이 세상일을 모르는 아녀자의 소견 때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하응은 병풍을 향해 돌아섰다. 짐을 싸야 할 시간이었다. 병풍 속에도 길이 있었다. 길옆 기다란 바위를 따라 매화꽃이 피어 있었다. 그리고 바위산이었다. 구름과 눈이 똑같이 희었고, 불투명한 흰색을 따라 여백은 확장되었다. 새하얀 설경이 마음을 이끌었다. 햇빛과 꽃 때문인지 과하지 않은 차가움이 느껴졌다. 조선의 어디쯤 분명 있을 것 같은 풍경이었다.
--- p.38~39


―세상일이 다 그렇겠지만 난을 처음 그릴 때에는 난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히 알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지. 그러다가 눈을 감고도 난을 칠 수 있을 때에 중요한 것은 난의 생김새가 아니다. 무엇이겠느냐.
자영이 석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당을 지날 때 보는 꽃과 길거리를 지날 때 보는 꽃을 떠올렸다. 들판에 핀 꽃과 흰 종이에 그린 꽃의 차이. 들판에 핀 꽃은 똑같이 느껴져도 종이의 꽃은 똑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하응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단어 몇 개를 던져 놓았으니 얼마나 알아듣는지를 보겠다는 의중이었다. 자영은 시험에 들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이하응과는 다른 모습이었고 낯선 대화였다. 집 안에서 여러 차례 이하응을 마주쳤지만 처음 보는 눈빛이었고 처음 받는 질문이었다. 자영은 이하응의 예리한 시선을 붉은 이마로 느끼며 묵란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묵란은 붓을 든 사람의 생각이옵니다. 난초는 붓을 든 사람의 생각 따라 피어납니다.
―오늘은 내가 너와 통했다. 문인화는 사물을 사실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사의(寫意)를 표현한다.
이하응이 석란을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는 다른 종이를 펼쳐 보였다.
―이것은 뿌리가 다 드러난 노근란이다. 네 눈에는 꽃이 먼저 보이느냐. 뿌리가 먼저 보이느냐.
―뿌리가 먼저 보입니다. 뿌리가 다 드러난 난초는 한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심정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흙을 멀리 하고도 피어나는 강한 꽃입니다.
―그래. 아름다움은 매혹적이지만 때로 괴롭다. 석란과 노근란 둘을 놓고 본다면 아름다움보다는 괴로움이 먼저 보인다. 음. 너의 영특함이 복이 될지 화가 될지 모르겠구나.
―죽어도 나리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경솔하구나. 죽음은 함부로 거는 것이 아니다.
이하응은 고소했다. 왕족으로 태어나서 숨죽이며 살아온 이력은 가슴속에 날 선 칼처럼 숨어 있었다. 웬만한 멸시는 멸시도 아니었고 웬만한 배신은 배신도 아니었다. 세상의 멸시와 배신을 수없이 겪은 자의 가슴은 갑옷처럼 두꺼웠다. 이하응은 가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가는 증상을 매일 밤 꿈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평생 나리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자영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이하응이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도 과하게 머리를 조아리지는 않았다. 꽃대처럼 허리를 곧게 세우며 얼굴을 숙인 모습에서는 그 누구 앞에서도 구부러지지 않는 자존심이 보였다. 내가 너의 영특함을 죽일 정도로 옹졸하지는 않지. 집안이 몰락한 것이 영특함을 가리니 그나마 다행이구나. 이하응이 홀로 중얼거렸다.
―오만하구나. 어린 나이로 평생을 약속하다니.
자영은 이하응 앞에서 어떤 말도 필요 없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이하응만이 생각하고 이하응만이 판단할 것이다.
--- p.209~21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석파란』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석파란』을 통해 지워진 ‘예술가’로서 이하응을 섬세한 솜씨로 되살려 놓는다. 이하응은 정치가였을 뿐 아니라, 조선 말기의 대표적 서화가요, 가야금에도 능했던 예술가였다. 추사로부터 서화를 배운 이하응은 조선의 대표적 문인화가로 꼽힐 만큼 서화의 대가였으며, 특히 그의 호를 따서 ‘석파란’이라고 불리는 난 그림은 중국 사람들이 탐을 냈을 정도로 유명하다. 누구보다 문인화에 능했고, 또 그림에 스스로 미쳐 있었던 화가 이하응. 작가 류서재는 이 ‘석파란’의 화가 이하응에 주목하여 그의 서화에 대한 열정과 탐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펼쳐 보인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단지 이하응의 ‘탐미’만을 맹목적으로 좇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석파란’이라는 작은 화폭 안에 풍운아 이하응의 파란만장한 정치적 삶과 고뇌를 난을 치듯 절묘한 솜씨로 그려 넣는다. 『석파란』은 석파 이하응의 붓끝을 좇아 그려 나간 한 장의 문인화이자 그 필치를 통해 생의 파란과 고뇌를 읽어내고 있는 한 편의 서사시이다.
정은경(문학평론가,원광대 문창과 교수)

회원리뷰 (17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3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