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세상에는 오로지 두 가지 종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재미없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특히 유아에게는 ‘그저 그런 이야기’, ‘ 두고두고 봐야 더 좋을 이야기’, 무엇보다도 “재미없지만 유익한 이야기”란 없습니다. 유아들은 이야기를 소비함과 동시에 즉자적으로 그 가치를 판단합니다. 무엇보다도 유아에게 이야기란 무조건 재미있어서 즐길 수 있는 어떤 것이지, 결코 학습의 보조적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즉 구구단이나 알파벳을 외우려는 목적으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참고 끝까지 볼 유아는 단 한명도 없다는 뜻입니다. 유아에게 있어서 이야기의 시간은 견뎌내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즐거워야 할 시간입니다.---p.8,프롤로그 반드시 재미있는 이야기여야 한다
유아용 에듀테인먼트 스토리텔링의 개념에서 일반적인 스토리텔링의 개념과 차별적으로 포괄되는 요소가 바로‘스토리-리텔링story-retelling’이다. 유아용 콘텐츠에서의 스토리-리텔링이란,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유아들로 하여금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나 그밖의 표현수단을 활용해 재구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들은 일부 원본의 내용을 생략하거나 축소하기도 하고 첨부하거나 확대하기도 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 아이의 이야기 이해도나 표현 능력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유아에게 있어서 스토리-리텔링은 양질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는 것 만큼 중요한 과정이다. 스토리-리텔링을 통해서 유아들은 이야기의 주고받는 본질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며 향후 적극적인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 ---p.28,CHAPTER 1 유아가 원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띠지효과
가령 구구단은 인쇄물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개구리의 일생은 증강현실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욱 생생하고 효과적이다. 옛이야기를 책으로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듯, 공룡시대를 영상으로 배우는 것이 더욱 실감난다. 우주 탐험이나 뱃속 여행 등 실제 체험할 수 없는 시공간을 다룰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에 인터랙션까지 결합한 콘텐츠를 활용할 경우 훨씬 더 설득적이다. 이처럼 이야기의 성격과 정보의 내용에 따라서 다양한 미디어를 다각적으로 활용해 콘텐츠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초등교육에서 전
자교과서를 지향한다고 할 때, 무조건 멀티 미디어를 활용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을 글자로 부각시키고 어떤 부분을 그림, 동영상, 인터랙션으로 재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pp.60~61,CHAPTER 2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이다, 스토리 예찬
「로보카 폴리」는 ‘변신하라’와 ‘구하라’의 두 가지 모티프를 단계별로 성취하면서 유아가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변신 모티프를 즐기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더불어 단순히 ‘말하는 탈 것’이라는「토마스 친구들」의 아류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감행하기도 했다. 솔직히 토마스와 친구들의 아류는 전 세계적으로 지나치게 많다. 따라서 더 이상‘말하는 탈 것’이라는 소재만으로는 신선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p.64,Chapter 2 첫 걸음을 이어가는 집념
그렇다면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에도 이 무시무시한 금기의 법칙을 적용해야 할까? 물론이다! 이때 유의할 것은 어른들의 기준에서 본 금기가 아닌, 지극히 유아적 입장에서 본 금기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금기들은 어른이 아닌 아이들에게만 해당된다. ‘부엌’이라는 공간은 어른에게는 일상의 공간이자 엄마에게는 일터이지만, 아이에게는 금지된 공간이다. 뜨거운 불, 위험한 가스, 오븐, 개수대가 있는 싱크대, 온도가 낮은 냉장고 등은 엄마의 생활 영역이자 아이들에게는 침범해서는 안 되는 금기의 공간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엌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그건 만지지마!”, “ 뜨거우니 저쪽으로 가 있어라.”와 같은 금지된 문장들뿐이다. 키가 닿지 않는 싱크대, 불꽃이 솟아오르는 가스레인지, 냉기가 솔솔 나오는 냉장고가 있는 부엌은 아이들에게는 매력적인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유명한 모리스 샌닥Maurice Sendak의 그림동화 『깊은 밤 부엌에서』에서의 경우, 아이들이라면 반드시 자야하는 시간에 금기된 부엌 공간을 넘나든다는 설정이 금기와 위반의 요소를 잘 반영하고 있다.---p.109,CHAPTER 4 금기와 위반, 금기된 이야기일수록 매력적이다
예로부터 색깔은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가령 ‘빨간색’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붉게 넘실거리는 해는 창세 신화들을 만들어냈고, 붉은 사과는 이브의 유혹과 백설공주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유럽의 민화「빨? 두건」은 현대에도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고 있는 이야기의 원형이다. 원작의 이야기와 빨간 두건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많은 만큼 다양한 2차 창작의 결과물들을 낳았다. ‘빨간 두건’을 쓴 소녀가 늑대의 꾐에 빠져서 잡아먹힌 이야기는 훗날 그림형제를 통해서 ‘행복한 결말’로 변형되기도 한다. 이야기가 끝나고 났을 때 독자나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역시 소녀가 머리부터 뒤집어 쓴‘빨간 두건’이다. 소녀의 앳된 모습과 여인의 매력적인 모습이 교차하는 두건을 쓴 소녀. 소녀가 들판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늑대가 눈여겨보는 장면이 눈에 그려진다. 소녀와 여인, 마을과 숲, 문화와 자연, 삶과 죽음, 안전한 길을 벗어나 유혹의 숲으로 들어가는 소녀의 아슬아슬한 이야기는‘빨간 두건’을 통해 함축적으로 전달된다. ---pp.139~140,CHAPTER 5 다감각과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감성 콘텐츠
보통 영아용 콘텐츠를 만들 때 어른들은 ‘반드시 배워야 할 지식’들을 먼저 정하고 이를 ‘가급적 쉽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다. 따라서 어린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자체를 중시하기보다는 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이야기를 중시하게 된다. 이 경우 엄밀하게 따져보면 ‘보여주기showing’가 아닌 ‘설명하기telling’의 방법을 택하는 만큼 결코 어른의 시점을 포기하지 않고 견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꼬꼬마 텔레토비」는 과감히 ‘설명하기’기법을 포기하고 대신 넌버벌의 ‘보여주기’기법을 차용한다.---pp.156~157,CHAPTER 6 표현: 넌버벌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아이들의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게 해주기 위해서 어른들이 생각해낸 가장 극적, 일탈적, 환상적 공간은 아직까지는 바다 속 아니면 우주이다. 그래서 바다와 우주를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한 이야기들이 그렇게도 많은 듯 싶다. 유아에게는 낯설면서도 기이하고 매력적인 모험의 공간이 필요하다.---pp.189~190,CHAPTER 7 배경: 아주 먼 곳에
좋은 스토리텔러란 결국 이야기의 원석들을 정교하게 세공해 보석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인재를 일컫는다. 낱알같이 흩어져 있는 매력적인 설화 속 주인공들을 한데 불러 모아 복수 캐릭터 군을 설정한다면 어떨까. 공주들만 모아도 재미있겠고, 설화 속에서 기능별로 캐릭터를 추출해 4총사를 결성해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제대로 된 캐릭터 하나도 만들기 힘든데 하물며 복수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지레 걱정을 하기보다는 이전에 이미 존재했었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소환하고 변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p.232,CHAPTER 8 인물: 따로 또 같이 캐릭터라이징
남아들에게 자동차가 매력적인 제일의 이유는 그것이 ‘움직이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활동성과 스피드는 남아들이 추구하는 이상적 조건을 모두 갖춘‘완벽한 이미지’이다. 한편 로봇의 경우는 문제를 해결하고 일을 처리하는 인공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pp.249~250, CHAPTER 9 재미요소: 매력적인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