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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아름다워지기

죽을 만큼 아름다워지기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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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78g | 142*224*20mm
ISBN13 9791186639825
ISBN10 1186639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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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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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다. 나를 채우기 위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먹는다. 이런 짓을 하는 내가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몸을 채우고 다시 비웠지만 내 몸이 변해가고 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내 몸을 증오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나를 증오한다. 많이 아팠다. 내가 너무나 못생겨 보였다. 너무나 공허하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일을 적기로 결심했다. 내 삶을 공허하게 만들어버린 8개월을 딱 한 번만 돌아보기로 했다. 내가 벗어나지 못한 아찔한 유혹. 내 몸과 마음을 갉아먹던 상스럽고 야만적인 두려움, 아니 마음이 있기나 했을까? --- p.12

내 몫으로 나온 어마어마한 양의 야채를 다 먹고는 게워내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토하는 게 건강에 아주 나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긴급 상황이었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다음 날 해결책을 찾았다. 왜 더 일찍 이 생각을 하지 못했나 싶었다. 엄마는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언제나 화장품 파우치에 완하제와 다른 비상약을 넣어 다녔다. 매끼 식사 전에 완하제를 적당량 먹으면 음식이 내 신체기관에 남아 있을 시간 없이, 그러니까 음식물 안에 든 칼로리를 몸에 남길 시간 없이 바로 밖으로 나갈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얼마 남지 않은 가족여행 기간 동안 어제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겪지는 않아도 되겠지. 음식을 약간 더 먹어서 가족들을 안심시킨 뒤에 몰래 완하제를 먹어서 몸 밖으로 내보내면 될 거야. --- p.90

나는 욕실로 갔다. 욕조에 물이 채워지는 동안 또다시 내 몸을 살폈다. 배와 팔과 엉덩이에 지방이 보였다. 48.4킬로그램이었다. 엄마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라고 대답했다. 엄마가 문을 열었을 때 엄마의 눈이 위아래로 나를 훑는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엄마는 주저앉아 오열을 터뜨렸다. “빅투아르, 네 꼴 좀 봐. 수용소에서 뛰쳐나온 것 같아!” 엄마는 내가 얼마나 거대한지 보지 못했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지방을 보여줬다. 엄마는 계속 울었다. “이 일을 그만둬야겠어. 지금 네가 스스로를 잡아먹고 있어.”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안으려고 다가왔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누가 나를 만지는 게 싫었다. 그 사람이 엄마더라도. 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더 이상 몸이 없어.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아. 그저 내가 사라지고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어. --- p.251~252

레오폴드, 난 걱정 안 해. 하지만 앞으로 괜찮아지지는 않을 거야. 나는 이 고통을, “넌 뚱뚱해, 못생겼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넌 실패작이야. 먹어, 또 먹어. 그게 네가 할 줄 아는 전부잖아”라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이 빌어먹을 작은 목소리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나는 쉬고 싶어. 내가 혐오하는 이 보기 흉한 몸뚱이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 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어. 멈췄으면 좋겠다고. 나는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약이라는 약은 모두 모았다. 부엌에서 물 한 컵을 가지고 침대로 돌아와 플륌과 유키 사이에 누웠다. 나는 모아온 약을 전부 내 손바닥에 꺼낸 다음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삼키고 또 삼켰다. 레오폴드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안개가 낀 것 같았다. 동생의 소리가 들렸다. “누나, 뭐하는 거야?” “레오폴드, 걱정하지 마.” 그리고 모든 것이 멈췄다. --- p.269

이제 더 이상 춥지 않다. 생리도 규칙적이다. 짜증도 줄었다. 뇌 속에 정보만이 아니라 연극과 문학을 집어넣으면서부터 머리도 훨씬 더 잘 작동한다. 나는 큰 대가를 치르면서 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포도당과 비타민 B1, 오메가3 지방산, 철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모두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섭취할 수 있는 것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뇌는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나와 음식과의 관계는 뇌도 어쩌지 못해 여전히 까다롭고 복잡하다. 아직도 가끔 폭식한 뒤 아무것도 먹지 않다가 다시 폭식을 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한 듯하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이제 내 삶은 오롯이 나의 것이니까.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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