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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나와 뒤틀린 지팡이

세라피나와 뒤틀린 지팡이

아르볼 N클래식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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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600g | 143*210*30mm
ISBN13 9791162040409
ISBN10 1162040408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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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날아간 방향을 한번 보았다가 고개를 돌려 새들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의 꼭대기를 멀리 응시한 채 세라피나는 곰곰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마침내 상황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새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난 것이 아니었다.
새들은 달아나고 있던 것이었다.
세라피나는 숨을 길게, 깊이 들이마시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정체 모를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지금. --- p.22

세라피나에게 사냥은 곧 본능이었다. 세라피나는 왜 자신만 척추가 길고 휘어져 있는지, 왜 쇄골이 다른 뼈와 분리되어 있는지, 왜 발가락이 네 개씩 여덟 개밖에 없는지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세라피나는 왜 자신은 어둠 속에서도 사물이 잘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지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러다가 마침내 엄마를 만났을 때 세라피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엄마는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야생 산고양이였던 것이다. 세라피나는 평범한 인간 소녀가 아니였다. 새끼 동물이기도 했다. --- p.56

하인의 손을 물었을 때 그 감각이 아직도 이빨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사람들을 헤치고 달려 나올 때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어쩌면 레이디 로웨나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세라피나는 정말로 끔찍한 야생 동물일지도 몰랐다. 문명 세계는 세라피나가 있을 곳이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엄마는 숲속도 세라피나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이 아직도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세라피나는 맹수와 맞서 싸우기에는 너무 인간에 가까웠다. 너무 느렸고 너무 약했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세라피나.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숲도, 빌트모어도 세라피나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세라피나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 p.138


그러나 이미 늦었다. 남자가 손바닥을 들어 올려 입술에 대고 후 하고 입김을 불었다.
죽음의 숨결이 온몸을 관통했다. 세라피나의 몸이 차갑게 식었다. 근육이 마비되었다. 세라피나가 땅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세라피나 뒤에 있던 브레이든도 쓰러졌다.
호흡을 빼앗기고 심장이 멈추었다. 세라피나는 초점 없는 눈으로 얼굴 반쪽을 흙 속에 묻은 채 시체처럼 엎어져 있었다. 브레이든도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뻣뻣하게 굳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몸이 굳는 순간 공포로 휘둥그레진 눈동자가 그 상태 그대로 세라피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라피나는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나무 사이로 저벅저벅 다가온 수염 난 남자의 그림자가 머리 위로 드리웠다.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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