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은, 아무리 좋은 것도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평양이 가장 좋은 곳, 그리고 누구나 선망하는 곳이었음을 의미한다. 경기감사나 전라감사도 아니고 왜 하필 평안감사였을까? 다른 고을과 달리 평양은 무엇인가 특별한, 한마디로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가 넘치는 도시였다. 그러다보니 당시 모든 이가 동경하는 도시였으며, 풍류객들이 한 번쯤은 유람하고 싶어 한 곳이기도 하였다. 거기에는 평양의 기방(妓房) 문화도 한몫했다. (「화려했던 영광의 도시」, 42~43쪽)
최근 들어 김정은은 릉라인민유원지, 만경대유희장과 개선청년공원 유희장, 중앙동물원, 아동백화점 등 주로 생활?문화 시설을 자주 방문하였다. 또 김정은은 공원이나 유원지 준공식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하고 직접 참여하여 대내외에 홍보하고 있다. 이는 인민의 문화생활 개선을 위한 북한의 관심일 수도 있으나 공원과 유원지 확충이 인민의 마음을 즉각 사로잡는 방법임을 알고 그것을 김정은의 업적으로 내세우려는 속내가 더 클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공원 건설과 최첨단 시설 도입, 체육시설 조성 등의 사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양 공원의 발전」, 96쪽)
평양은 서울보다 녹지가 풍부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평양 시민 1인당 약 40㎡의 녹지 공간을 가지고 있어 서울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2배 이상이다. 그것은 평양의 인구 밀도가 낮고, 해방 후부터 국유화된 토지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녹화 사업을 펼친 결과이다. 녹화 사업으로 조성된 녹지가 평양의 공원과 유원지 건설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공원의 배경, 평양의 녹지」, 101쪽)
한편, 평양과 서울의 여러 공원 중에 공원의 지리적 위치나 역사, 또는 그 기능과 구성을 비교해 보면 서로 비슷한 것들도 있다. 평양의 옛 도심 한복판에 조성된 보통강유원지는 그 역사와 위치 등이 서울의 청계천과 유사하고, 대동강유원지는 한강변의 뚝섬유원지나 광나루유원지와 비슷하다. 또 대동강변에 높이 솟은 봉우리에 위치한 모란봉공원은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서울의 남산공원을 연상시킨다. 대동강 한가운데 자리 잡은 릉라도인민유원지는 한강에 떠있는 선유도공원과 비교해볼 만하고, 평양의 외곽에 위치한 대성산유원지는 과천의 서울대공원과 그 성격이 유사하다. (「공원과 유원지, 평양 시민의 놀이 문화」, 118쪽)
개선청년공원의 놀이기구에 설치된 네온사인을 북한에서는 매우 특색 있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움직이는 놀이기구에 설치된 네온사인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훌륭한 장식 효과를 내며 북한의 날로 발전하는 ‘불장식 기준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한다. 개성청년공원은 시내 한복판에 있는 공원이므로 일과 시간보다 퇴근 시간 이후에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야간에도 개방하라는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전력이 부족한 북한에서도 저녁 늦게까지 운영되고 있다. (「평양의 유원지」, 132~133쪽)
같은 종류의 나무 여러 그루를 모아 심는 ‘군식(群植)’을 북한에서는 ‘뭉치식 나무심기’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지시한 이 ‘뭉치식 나무심기’가 원림 풍치 조성에 중심이 되는 풍경의 새로운 형식이며, “원림화수법 창조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게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나무 심기 방식은 같은 종류의 나무를 집중적으로 한데 모아 심어 그 “집단적인 아름다움(집체미)”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나무 심기에도 모든 일을 단체로 하는 북한의 사상과 생활방식이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이와 같은 군식이나 1년생 초화류를 이용한 화단 조성 등의 식재 기법은 북한에서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평양 거리를 꾸미는 나무와 꽃」, 177~178쪽)
북한에서는 하늘로 솟구치는 분수의 모양에서 투쟁과 혁명의 사상을 찾아낸다. “분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휴식조건을 마련해줄 뿐 아니라 그 훌륭한 조형적 해결로 혁명하는 시대, 투쟁하는 시대에 사는 그들의 사상미학적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라거나, 주체사상탑 앞 대동강 한복판에 설치한 분수를 두고 “150m로 높이 솟구쳐 오르는 이 분수의 조형적 형상을 통해 사람들은 주체사상탑에 담겨져 있는 주체사상적 내용, 주체사상의 위대성과 영원 불멸성을 더욱 깊이 체득하게 되며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받아 뚫고 나가는 혁명적 기상을 감수할 수 있게 한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그런 사례이다. (「평양의 분수들」, 191쪽)
김일성광장과 대동강유원지, 개선문과 개선청년공원, 만수대 대기념비와 모란봉공원 등은 마치 중심과 주변, 또는 꽃잎과 꽃받침의 관계와도 같다. 정치적인 기념물 주변에 공원을 설치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자연스레 모여들 수 있도록 조성하고, 그 장소는 개인의 여가 생활과 정치 집회, 사상 교육을 병행하도록 계획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원과 유원지는 인민을 위한 공간으로 포장되지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정치적 선전과 결속을 강화하는 공간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북한의 정치 이념과 사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공원도 일조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평양의 공원은 물리적으로는 도심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그 성격과 역할은 주변 공간으로 보인다. (「중심과 주변」, 204~205쪽)
남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고구려와 고려의 유적이 남아 있는 평양은 한반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이다. 베일에 싸인 북한의 수도로서가 아니라 한반도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도시로서 평양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과거 고구려 수도였던 위상과 역사 도시라는 가치 발굴이 필요하다. 아울러 평양과 인근의 유적지를 적극 복원·정비하여 대내외에 홍보하고, 외국인들에게도 평양의 문화유적과 공원 등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다면 세계인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될 터다. 앞으로 평양은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업적인 부분을 강조한 개발보다는 ‘고대 국가의 수도’로서의 역사적, 문화적 품격은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공원 속의 도시’에서 ‘역사문화 공원도시’로」, 217~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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