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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상 수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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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88g | 128*200*20mm
ISBN13 9788998656799
ISBN10 8998656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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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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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작은 노트 안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 일은 일종의 휴식이자 놀이가 되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기록하고 나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훨씬 아름다워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뿌듯하고 따뜻했다. ---「프롤로그」중에서

이제는 느린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동경하게 되었다. 필름 사진을 찍고, 도자기를 굽고, 식물을 가꾸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가진 세계는 내가 가진 세계보다 훨씬 묵직하고 충만할 거라 믿는다. 번거롭고 느린 취미를 갖는다는 건 변덕 부리지 않는 단단한 태도를 갖는 일과도 같으니까. 그 차분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하다. ---「느린 취미를 가진 사람들」중에서

작별인사를 나누지 않고 서서히 멀어지는 일도 이별이라 부른다면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별을 반복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별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게 서로의 마음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이별이기를 바란다. ---「자연스러운 이별」중에서

손톱을 들여다보다가 잠잠해지는 내 마음을 떠올리면, 아빠의 마음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불만스러운 마음이 찾아오는 횟수에 비해 손톱은 천천히 자라난다. 언젠가 고민을 잊게 하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될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손톱을 자르는 시간에 마음을 기댈 것 같다. ---「손톱 깎는 날」중에서

요즘 부쩍 ‘가벼운 삶’을 동경한다. 버리는 연습은 곧 소중한 것을 남기는 연습임을, 짐이 적은 여행 가방과 간소히 정돈된 삶 속에서 느낀다. 나를 이루는 마음, 나를 둘러싼 공간과 관계가 불필요한 장식 없이 단출하면 좋겠다. 조금 소유하는 대신 더 자유롭고 싶다. 작은 여행 가방처럼, 여백이 많은 그림처럼, 가벼운 리듬의 음악처럼. ---「가벼운 여행 가방」중에서

편지지를 꽉 채운 뒤 펜을 놓자 그와 한바탕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를 건넨 게 아니라 나눈 것이었다. 그가 곁에 없었지만, 곁에 있었다. 마주 보고 눈을 맞추진 않아도 주고받은 말소리가 편지 안에 존재했다. ‘편지를 적는 일로 누군가의 체온과 눈빛을 느낄 수 있다면, 세상 그 누구도 외롭진 않을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적는 시간」중에서

어느 날 ‘자유롭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게 행복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때로는 ‘편안하다, 따뜻하다, 기쁘다, 홀가분하다’ 같은 말들이 행복의 자리를 대신했다. 행복이 뭘까 묻는 일이 무용하게 느껴졌고, 더는 삶에 점수를 매기지도 않았다. 행복이라는 말에 가려 있던 마음을 돌아보자, 그제야 행복의 얼굴이 어렴풋 보이기 시작했다. ---「묻지 않은 날들」중에서

유난히 추운 어느 날엔 시시하고 대수롭지 않은 얘기들이 온기로 느껴진다. 다람쥐가 겨울을 나기 위해 모으는 도토리처럼 시시콜콜하고 다정한 얘기들을 내 보금자리 안에 모아두는 상상을 한다. 겨우내 그 얘기들을 하나씩 꺼내 놓으면 길고 깊은 계절을 조금은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시시콜콜한 얘기의 온기」중에서

수많은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사색하는 시간을 미루면, 마음은 금방 생기를 잃는다. 공허한 영혼을 다시 살찌우고 회복시키는 일은 온전히 내 몫이다. 타인이 도울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오직 혼자 짊어져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외롭지만, 외로움은 외로움대로 요긴하다. 홀로 충만해야만, 또다시 함께일 수 있다. ---「혼자 있기로 한 시간」중에서

한 해 끝의 분주함을 좋아한다. 열두 달 만에 다시 ‘처음’을 기대하는 밤.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새삼 마음을 다잡는 밤. 아무래도 364일간 쓰고 남은 비장함이 12월 31일에 모여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12월 31일 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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