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쳐 100세가 되는 해에 세계일주를 1년간 다녀왔습니다.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자 하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될 듯하여 책으로 냅니다.
세계일주 별 것 아니더군요. 또한, 많은 분들이 위험하다고 알고 있던 아프리카는 어느 나라보다도 안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1년 계획의 세계일주는 7월초에 시작하였는데, 루트를 유럽-아프리카-호주/뉴질랜드-남미-북미의 순서로 하여 지구의 여름을 따라 다녔습니다. 추위도 피하고 짐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시아는 다녀온 곳이 많고 나중에도 어렵지 않아 이번 세계일주에서는 생략하였구요. 유럽에서부터 남미까지는 여행의 순발력을 위해 배낭을 가지고 다니면서 여행을 하였습니다. 덩치도 크지 않은 중년의 부부가 겁도 없이 자유배낭여행을 한 것이지요. 지나고 생각하니, 있어 보이지 않아(?) 안전하게 다닐 수 있기도 했습니다.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몇 달이라도 살아보려고 비행기 표를 미리 예약하지는 않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떠날 생각을 하면 경치도 사람도 문화도 눈에 잘 안 들어오니까요. 요즘엔 저가항공이 많아져서 미리 예약 안 해도 괜찮습니다. 숙소의 경우, 관광객이 많은 유럽도 7~8월에 파리나 런던만 빼고는, 하루 이틀 전에 예약하며 다녔습니다.
유럽의 한국인 민박은 정보도 얻을 수 있고, 푸짐한 한식도 있지만, 저희는 여행 실감을 위해 거의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조금 무모하면 행운이 오기도 합니다. 9월에 예약 없이 아테네를 가서, 파르테논 신전이 보이는 루프탑 방에서 며칠 있기도 했고, 잔지바르에서는 빈방이 있는 것만 확인하고 가서는 특실을 일반실 가격으로 할인하여 이슬람식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식도락도 여행에서 중요한 문화체험이지요. 여행지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했지만, 서민의 생활을 겪어보려고 현지식을 더 즐겼습니다. 올인클루시브의 칸쿤 고급호텔에서 무제한 제공되는 고급 음식도 좋았지만, 배 타고 건넌 이슬라무하레스의 골목집의 로컬식당은 잊히지 않을 깊은 맛이었습니다. 멕시코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은 곳이었지요.
우리는 그저 황인종의 중년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일 뿐이었습니다. 작디작은 한국의 서울의 강남이라는 곳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아 자부심 느끼던 우리는 참으로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여러 번 느꼈지요. 아프리카를 다니며 지구의 역사 수십억 년을 느끼고는 내 몸을 이룬 원소들이 언젠가는 바다였고, 흙이었고, 벌레였고, 나무였던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죽어서는 다시 흙이 되고, 나무도 되고, 바다도 되겠지요. 물론 지식으로 알고는 있긴 했었지만, 양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질적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재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역사나 이데올로기를 많이 의식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유럽의 유명 박물관의 전시물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에서 훔쳐오거나 빼앗아 온 것임을 미워하지 않고 보려고 했습니다. 가급적, 각각 시대의 문명 또는 예술작품을 그대로 감상하려 했습니다. 르네상스 이후의 미술작품은 심미적 공부를 시켜주고, 대리석 대형 건물에서 라이브로 듣는 교향악은 역시 스피커로 들을 때보다 감동이 크더군요.
아프리카에서는 슬픈 역사를 생각지 않고 자연을 보려 했습니다. 흑인들이 노예로 너무 많이 잡혀가서, 정착민들의 농업이 붕괴되니 농지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자연이 잘 보존되었다고 합니다. 너무 생각하면 속이 쓰라리고, 아이들 눈동자도, 빈곤의 거리도, 자연조차도 편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웅장하고 찬란한 현재의 자연을 느끼려 했습니다. 사막에 가 보고, 초원에서 동물과 달려 보고, 매일 다른 일출과 일몰, 밤에는 별자리와 낮에는 구름의 향연을 보았습니다. 그 자연에 감탄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체험 중심의 여행이었습니다. 인문학적 여행을 하는 분도 있고, 멋진 사진여행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낭만적인 시화집을 만드는 분들도 있고요. 저희는 체험의 여행을 했습니다. 세계 3대 폭포 각각에서 떨어지는 물을 몸으로 맞아보았고, 킬리만자로 5,895미터 정상에 올라 동상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더 나이 들면 어려운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헬기투어, 와일드 쿼드바이크, 제트스키 등의 다이내믹한 체험을 했고, 아프리카와 호주에서는 텐트 야영 여행 동안 밤하늘의 엄청난 별들을 보면서 잠들기도 했습니다.
뉴질랜드와 캐나다에서는 렌터카로 여행하였는데, 하루 2천km를 이동한 날도 있었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며칠간이고 있던 날도 있습니다. 이 책은 체험형 여행을 계획하는 분에게 더 도움이 되겠군요.
세계를 돌아보니 가장 아름답고 멋진 곳은 아프리카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프리카 여행이 어렵다고 알고 계시지요. 그런데, 저희가 여행해 보니 여느 대륙이나 나라처럼 쉽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광활하고 온갖 동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대자연의 감동은 아프리카가 최고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여행을 책으로 냅니다.
우리 아프리카 여행의 루트는 모로코-두바이-케이프타운남아공-트러킹나미비아-보츠와나-짐바브웨-잠비아-빅토리아폭포-잔지바르탄자니아-킬리만자로 등반-응고롱고로-나이로비케냐의 순서로 여행했습니다.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건너간 모로코는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의 혼합, 종교의 혼합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막연히 카사블랑카로 기억되던 낭만적 이미지와는 달랐습니다. 대도시는 공해와 소음이 심했지만, 관광지들은 오랜 전통을 보존하고 있어서 매력이 있었습니다.
모로코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을 가는 길에 두바이에 스톱오버 했습니다. 시티투어를 하며, 마치 영화 속의 미래를 도시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자본으로 만들어진 인공도시가 갖는 마력을 느껴 보았습니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는 트러킹을 준비하며 휴식을 하였습니다. 이곳에 가신다면, 저희들이 묵었던 씨포인트 지역에 숙박하기를 추천합니다. 관광객들이 많아 시끄러운 롱스트리트보다 훨씬 아름답고 치안도 괜찮습니다.
아프리카 남단에서 시작하여 대륙의 중간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까지는 트러킹의 방법으로 여행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야영하면서, 밀림, 사막, 강, 바다, 원주민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무공해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었고, 구름과 하늘의 웅장함을 경외하였습니다. 끝없는 지평선을 따라 온종일 달린 날도 있었고, 낙원 같은 육지안의 섬에서 망중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체력소모가 많았던 트러킹이 끝나고 빅폴빅토리아 폭포에서 편안한 휴식을 하였습니다. 세계 3대 폭포 중에 빅토리아 폭포가 가장 아름답고 웅장했습니다. 그곳에서 번지점프를 하며 아드레날린 폭풍 분출을 경험해 보았지요. 그리고, 슈스트링이라는 유쾌한 숙소에서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잔지바르는 유명세 이상의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노예섬이라는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옥빛 바다에 떠 있는 도우선의 모습, 흰색의 건물들, 노을을 배경으로 다이빙하는 청년들의 실루엣이 언제까지도 기억될 듯합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곳에서 킬리만자로 등반을 위해 체력을 가다듬었습니다.
킬리만자로는 5895미터…. 우리가 가본 산 중에 가장 높으며, 두 번은 올라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높은 산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산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3박 5일 만에 정상을 갔다가 내려왔습니다.
정상에서 일출을 볼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는 눈물을 흘립니다. 감당할 수 없는 경관에 압도 되어서인지, 감동이 너무 커서인지, 왜 눈물이 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상에 다녀온 것은 ‘정복’이라는 단어와는 너무 멀고, ‘인사 드리고’ 온 것 같습니다. 킬리만자로에 인사, 아프리카 대륙에 인사드린 것 같습니다. 내려오고 나서 며칠 동안은 영혼만 다녀온 것 같더군요. 아니면 환상을 본 듯하기도 하구요.
응고롱고로 사파리와 만야라 호수에서는 여러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았을 뿐만 아니라, 지프가 웅덩이에 빠져서 끌어내느라 고생도 해보았습니다. 갑자기 코끼리 떼를 정면으로 맞닥뜨려서 놀라기도 했고, 코뿔소와 얼룩말의 매력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야생의 사자 가족을 여러 번 만나고, 누와 스프링복, 하이에나, 들개 등등의 무리들이 어우러져 있는 ‘자연에 참여’한 듯이 즐거웠습니다.
아프리카를 한번 다녀오시기를 권합니다. 저희가 이 책에서 표현하는 것은 실제 아프리카의 100분의 1도 안 될 것입니다. 아프리카는 인간의 지식과 언어로 설명될 객체가 아니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위대한 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아프리카가 더 문명화되기 전에 다녀오시기를, 단순히 ‘경치’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아름답고 경이롭고 찬란한 자연을 겪어보기를 권합니다. 우리 부부의 경험을 보고 아프리카 여행에 용기를 내는 분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아프리카 자유여행을 하고자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