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기능의 위계가 생명력을 지니며,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계속된 무시가 그것을 정당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악취가 제거된 것은 단지 기술 발달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향수 스프레이와 체취제거제의 발명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날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먼 과거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이루어졌다.” --- p.13
“후각에 바쳐진 이론적인 담론들은 금지된 매력과 신비로운 유혹의 그물망을 짰다. 부패한 독기 때문에 요구된 경계심, 꽃향기가 가져다준 섬세한 즐거움, 나르시시즘의 향기가 동물적 쾌락의 본능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켰다. 그러므로 시각과 청각의 명성에만 빠져서 후각을 감각의 역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경솔한 짓일 것이다.” --- p.18
“후각적 경계심은 시시각각으로 진행되는 침투를 감시하게 했다. 그러면서 진흙, 아니 그보다는 진흙에서 피어오르는 증기가 불안에 휩싸인 담론의 표적이 되었다. 진흙에 관한 묘사와 분석은 놀라울 만큼 풍부하고 자세해서 가스통 바슐라르를 황홀경에 빠뜨리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파리의 진흙은 포장석 틈새로 나온 흙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오물, 고여서 썩은 물, 말똥 등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것이었다. 마차바퀴가 진창의 진흙을 다지고 반죽해서 곳곳에 흩뿌렸으며, 고약한 냄새가 나는 흙탕물을 건물 벽의 기초 부분이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튀겨댔다.” --- p.44~45
“이렇게 도시의 뱃속을 탐사하다가 그들은 오물을 상대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래서 마침내 배설물을 기초로 한 사회적 표상이 탄생했다.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이 억압하려 했던 것을 빈민에 투영했던 것이다. 이렇게 부르주아들이 오물과 관련된 민중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허름한 오두막에 오물로 뒤범벅이 된 채로 웅크려 있는 냄새나는 동물이라는 모형이 등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빈민의 악취를 강조하는 태도와 부르주아지 내부의 악취를 제거하려는 욕망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 p.222
“섬세한 감수성의 발달은 공공공간이나 사적 공간에서 ‘영역 침해’라는 관념을 불러왔다. 요컨대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이나 분뇨가 자아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타인을 침해하는 것이었다. 곁에서 다른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것은 점차 견디기 어려운 것으로 되었다.” --- p.253
“내적 독백에 어울리는 은밀한 장소의 확보는 개인의 방이나 손님을 위한 거실의 향기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이런 장소 덕분에 사적 공간의 한복판에서 ‘후각의 미학’이 생겨났다. 은밀한 사생활의 장소를 장식하는 데 어울리는 향기의 기술이 등장한 것에 발맞추어 향수 가게도 발달해가는 조짐을 보였다. 향기의 기술과 향수 가게의 발달은 동일한 의지에 기초해 있었던 것이다. 곧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에 섬세한 변화를 주고 싶다는 관심과, 개성을 나타내서 돋보이고 싶은 의지는 뿌리가 같았다.” --- p.263
“부르주아지의 주거 안에서 ‘사생활’이 발달해가면서 냄새를 관리하는 방식도 새로워졌다. 여성이 무대를 섬세하게 연출할 수 있게 되면서, 향기가 강하게 나지 않게 억제하면서도 새로운 가치가 부여될 수 있게끔 신체의 메시지에 세밀한 계산이 이루어졌다. 시각의 영역에는 여전히 다양한 금기가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중시되었다. 곧 ‘여성의 공기’가 ‘성적 매력’을 빚어내는 요소가 되었던 것이다.” --- p.273
“몇몇 특정한 장소들에서는 부르주아들의 기획에 따라서 다듬어진 규범들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었다. 이 경우에도 감옥은 기숙사와 함께 실험실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감옥에서는 새로운 요구들을 반영한 듯한 선구적인 실천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1820년이 되자 빌레르메는 죄수들의 머리카락을 똑같이 자르고, 아침마다 얼굴을 씻게 하고, 손은 하루에 여러 차례, 발은 매주 씻기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그는 1주일에 1회씩 죄수들을 대상으로 위생검사를 실시하라고 했다. 그는 당국이 새로 수감된 죄수의 몸을 씻기고,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을 규칙으로 정하기를 바랐다. 한 세기가 지난 뒤에 위생학자는 학교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했다.” --- p.280~281
“자연스럽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여자-꽃’이라는 상징주의가 점차 확산되었는데, 여기에는 충동을 억압하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었다. 은은한 향기는 청결한 몸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고, 몸은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이것도 동물성의 위협을 누그러뜨리고, 여성이 지닌 욕망을 억압하려는 커다란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은 장미이고 제비꽃이고 백합이니, 어떻게든 사향 냄새를 풍기는 고양이와 같은 동물만은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여자에 관한 말들에서 꽃의 이미지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동물 계통에서 빌려온 이미지는 버려졌다. 이처럼 우위를 차지한 식물 계통 안에서도 들과 밭에 청결히 핀 꽃들이 주된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 p.289
“냄새에 대한, 관음증과 같은 어떤 태도에서 욕망의 새로운 리듬이 생겨났다. 향기가 아직 머물러 있는 물건들의 냄새를 맡는 것이 사진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연인의 모습을 은밀히 간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의 향기를 맡는 것, 플로베르가 루이즈 콜레에 품었던 그 비연속적이면서도 성급히 포기하지 않은 사랑도 확실히 그와 같았다. 향기에 대한 이러한 애착은 ‘신비한 접촉’에 대한 갈망이었다.”
--- p.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