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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하나 붙잡고 육십 년

미움 하나 붙잡고 육십 년

: 상처받은 내면을 마주하고 비로소 첫 인생이 시작되었다

리뷰 총점10.0 리뷰 7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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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76g | 135*196*16mm
ISBN13 9791186494493
ISBN10 1186494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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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손을 내밀지 못했다, 믿을 수 없어서. 믿지 못해 자꾸 안으로 숨어들면서 껍데기는 두꺼워졌고, 급기야 바늘이 돋고 그 바늘이 많아지고 점점 날카로워졌다. 언제부터인가는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누가 스치기만 해도 찌르고 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마치 성게처럼. 성게알처럼 바늘 안에 숨어서, 나는 여리디여린 피해자라고 믿고 살았다. --- p.26

돈이 고마웠던 적이 없다. 아버지는 돈 못 벌어서 방에 갇혀 살았고,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단칸방을 못 면했다. 자수성가하느라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오빠들은 부모 버린 자식이 되었고, 나는 오빠들을 미워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다 돈 때문 아닌가. 나의 불행을 돈 탓으로 여겼다. 돈만 있었다면, 아버지가 돈만 벌었다면, 오빠들이 돈만 주었다면…. 근데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다. 누가 들으면 복에 겨워서 하는 말이라 하겠다. --- p.59

먹이고 키우고 가르쳐서 독립시키면 부모 노릇을 다하는 것이고, 자식 안 버린 엄마가 되는 길이라 믿었다. “엄마, 나는 고아 같아.” 언젠가 딸이 이런 말을 했을 때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였다. 생각해 보면 나도 부모 형제 멀쩡히 있어도 고아처럼 살았는데. 그건 부모가 무능해서 그랬던 것이고,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버림받고 버린다는 것, 안 버림받고 안 버리는 것. 아직도 내게는 어렵기만 하다. --- p.97

본 드라마 또 보고, 같은 말 또 하고, 재미없고 목소리만 큰 남자. 남편과 떨어져 있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을 용서하고 있었다. 아니, 용서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라 가정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온 우리 두 사람, 자기에게는 지독히도 인색하게 살아온 똑같은 두 사람. 남편과 내가 이제 서로를 내려놓고 서로를 존중하고 믿으며 같이 또 따로 남은 인생길을 걸어가려 하고 있었다. --- p.143

사람의 기억이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가슴 가득 미움이 차 있을 때 떠오르는 기억이라곤 불행한 기억뿐이더니, 불행한 기억에 쌓이고 쌓인 미움의 에너지를 하나둘 버릴 때마다 거짓말처럼 행복한 기억이 솟아오른다. 수치스러웠던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무능한 짐덩이였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최고의 어머니가 된다. --- p.185

감정을 표현하고 밀고 당기며 순간순간 자잘한 재미를 느끼며 일상을 산다.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는 곧바로 나를 꺾고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내 주장을 할 때는 당당하게 한다. 남들이 들으면 무엇이 어렵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아직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미움을 내려놓는다는 것, 그것은 자기감정을 솔직히 느끼고, 표현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며, 그래야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음을 알아 가고 있다. 나이 환갑을 넘어 비로소 보통 사람 수준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 꼴을 갖추어 가고 있다. --- p.223

요즘은 사는 게 재미있다. 행복하다. 살고 싶다. 물론 24시간 내내 그렇지는 않다. 크고 작은 갈등이 있고 속상하고 걱정도 되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다. 내 조건이 갑자기 달라진 게 아니다. 내 조건은 그대로이나 조건을 해석하고 느끼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그냥 행복해졌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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