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들 로퍼는 학자로서 루터의 비범한 삶을 섬세하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루터의 빛과 그림자 양자에 전적으로 집중하면서 “난해한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풍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연구 결과이기에, 독자들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해 읽게 된다.
- 로완 윌리엄스
사람은 자기가 걸어야 할 길을 선택하는 존재이지만, 때로는 길에 의해 선택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자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두드러지게 뛰어난 존재로 역사의 무대에 서야 했던 루터도 자신이 가는 길에 의해 선택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정신은 복잡한 고고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정신의 지층을 탐색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종교사학자인 린들 로퍼는 루터라는 인물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그가 살았던 시대, 장소, 상황, 그리고 사람들에 주목한다. 격정적일 뿐 아니라 모순에 찬 인물이기도 한 루터는 자신의 사회적 세계와 교섭하며 자기 신학을 정교하게 가다듬었다. 저자는 마치 고딕 건축물이 중력을 거스르며 하나의 중심을 향해 솟아오르듯 루터의 정신 혹은 신학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한다. 실수와 우연, 나약함과 격정, 그리고 부끄러움까지도 한 인간의 정신을 주조하는 일에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미시적인 역사 관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어쩌면 독자들은 마치 그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간행으로 우리는 우리와 다를 바 없던 한 사람, 그러나 진리 탐구에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보였던 루터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 김기석 (청파교회 담임목사)
이 책은 신학자나 단순한 역사학자가 쓴 루터 전기와는 전혀 다른 책으로서, 독서의 기쁨과 신선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눈앞에는 사회사와 문화사, 그리고 특히 한 온 여성 종교사학자의 꼼꼼한 원천 자료 독법으로 재구성한 루터가 성큼 다가온다. 이 루터는 루터를 종교개혁의 영웅적 아이콘으로 숭배하는 경건한 신자들의 감수성에 약간의 흠집을 낸다. 왜냐하면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루터의 밝은 빛의 이면을 상당히 체계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루터의 시성화(諡聖化)도 아니요 루터를 모욕하거나 폄하하지도 않지만, 이 책은 루터에 대한 영웅주의적 읽기, 교파주의적 읽기, 심지어 신학적 읽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로퍼는 주로 루터가 쓴 소책자, 편지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해석한다. 이런 접근으로 독자들은 로마가톨릭에 대해, 비텐베르크를 무정부 상황으로 몰아간 뮌처와 그의 집단에 대해, 그리고 북독일 제후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농민들에 대해, 유대교와 유대인들에 대해, 성만찬에 관해 다른 이해를 가졌던 츠빙글리에 대해 루터가 왜 그토록 다층적인 수준으로 격렬한 적의를 표출했는지를 좀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루터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루터의 격렬한 논쟁의 어조를 파악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을 읽은 후 낯선 루터 때문에 실망할까? 결코 아니다. 우리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루터 자신에게 기쁨과 흥분은 물론이요 얼마나 큰 분노, 두려움 그리고 증오와 같은 뜨거운 감정들을 불러일으켰는지를 반추함으로써 루터가 감수한 희생을 더욱 감사하게 회상한다. 이 책은 루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도록 도와준다. 확실히 로퍼의 박진감 넘치는 『마르틴 루터』는 독서의 기쁨을 선사하는 수작(秀作)이다.
- 김회권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2017년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과 함께 루터를 조명하는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책들이 있다면 하인츠 쉴링(Heinz Schilling), 앤드류 페트그리(Andrew Pettegree), 스콧 핸드릭스(Scott H. Hendrix), 그리고 린들 로퍼(Ryndal Roper)의 루터 평전이다. 통찰력으로 가득 찬 로퍼의 루터 평전을 우리말로 읽을 수 있다니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기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독자들의 정독을 권하는 바이다. 왜 많은 루터 전기들이 있는데 또 로퍼의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가? 첫째, 본서는 이 시대의 가장 탁월한 여성 종교사학자 중 한 사람이 10년의 세월 동안 탐구한 농축된 결과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의 지난(至難)한 연구와 탐색의 결과가 담긴 책이라면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이다. 감히 단언하건대 이 책을 읽노라면 지적인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뿐 아니라, 그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둘째, 본서는 루터 신학 배후에 있는 루터의 심리와 삶을 보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로퍼가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1차 사료(史料)가 루터의 편지이다. 편지야말로 한 사람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본서는 독자들이 루터의 내면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루터의 신학을 보다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이 책은 에릭 에릭슨(Erik Erickson)의 단순한 심리학적 루터 이해를 뛰어넘는 하나의 정신분석적이면서 동시에 신학적인 루터 평전이다. 셋째, 본서는 만들어진 루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루터를 우리에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 사람들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루터를 변절자로 혹은 예언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로퍼는 “나는 루터를 우상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고 모욕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그를 일관성이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가공된 루터가 아니라 실제 그대로의 루터를 만나게 될 것이다.
- 박경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역사신학 교수)
2,000년이나 지난 이 시기에도 사도 바울의 생애, 사상, 배경, 심리 등에 관한 책과 논문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더 나올 것이 무엇이 있냐고 의문을 제기한 바로 그 지점에서, 그 의문이 또 다른 연구와 작품을 낳는다. 16세기 종교개혁과 개신교의 창시자 루터에 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지난 500년 간 루터에 관한 글은 문자 그대로, 수를 셀 수 없을 만치 많이 나왔다. 그러나 루터에 관한 새로운 표상이 등장하면 등장할수록, 그 표상에 대한 동의, 반박, 재해석, 타협을 논하는 글이 이어지며, 논쟁은 또 다른 논쟁을 부른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해에 루터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담은 책이 한국에도 많이 소개되었다. 그러나 2017년 이전에 서양에서 출간된 가장 최신작이자, 가장 종합적이며, 찬사를 가장 많이 받은 린들 로퍼의 평전을 우리는 우리말로 아직 접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인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인간 루터를 그가 살았던 장소, 그가 누린 관계, 그가 품었던 심리를 중심으로 새로이 펼쳐 놓은 로퍼의 명저가 번역자 박규태와 복 있는 사람의 치열한 편집의 수고를 거쳐 이제 우리 손에도 들린다. 이 책은 종교개혁 이후를 살아가는 한국 독자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 이재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학 교수)
이제껏 나온 서적 가운데 가장 상세한 루터 평전이다. 단순히 루터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16세기 사회상을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배려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개혁자를 치켜세우는 영웅담도 아니고, 루터파들이 말하듯 위대한 신학자로 칭송하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종교 심리학이라는 독특한 관점을 통해, 루터가 살았던 시대와 문화를 꿰뚫어 가며 시대의 아들로서 살아온 인간 루터의 모습을 담담하지만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떤 대목에선 개혁의 신화와 통념이 무너지는 아스라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또 어떤 대목에선 예기치 못한 동정과 카타르시스도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린들 로퍼는 신화를 부수고 새로운 터전 위에 인간 루터를 구축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접하게 될 이야기는 단순히 루터라는 한 인물에 제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는 인간 루터가 되어 16세기 역사의 마당으로 소환된다. 그리곤 그가 살았던시대와 문화, 역사적 인물들의 심리를 누비는 특별한 역사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고전”의 가치가 단순히 메시지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롭고 다양한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바로 이 책이 그 이름에 걸맞는 지적 공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 책은 고전이 될 자격이 있다.
-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담임목사)
이 책은 다가오는 시대에 루터 연구의 기준이 되는 작품이다.
- 슈피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