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말씀하시되, 보적寶積아, 중생의 유類가 이 보살의 불토佛土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보살이 교화敎化하는 바 중생을 따라 불토를 취하며, 조복調伏하는 바 중생을 따라 불토를 취하며, 모든 중생이 응당 어떤 나라로써 불지혜佛智慧에 들어감에 따라 불토를 취하며, 모든 보살이 응당 어떤 나라로써 보살근菩薩根을 일으킴에 따라 불토를 취하느니 무슨 까닭이냐. 보살이 정국淨國을 취함은 다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비유컨대 사람이 있어 빈터에 집을 짓고자 하면 그 뜻에 따라 걸림이 없을지나, 만약 허공에 하면 능히 이루지 못할지니, 보살도 이와 같아서 중생을 성취하려는 연고로 불국佛國을 취함을 원하느니 불국 취하기를 원하는 자는 허공에 함이 아니니라. (「불국품」 한글 번역 부분. 68쪽)
이 이하는 불이 정토淨土의 뜻을 설하심이니, 중생을 떠나서는 따로 불이 없으며, 예토穢土를 떠나서는 따로 정토가 없음을 보임이다. 일체중생의 사는 곳이 정토 아님이 없느니, 양삼모옥兩三茅屋48의 산촌이 우자愚者를 변화시켜 철인哲人을 만들고, 완맹頑氓49을 조복調伏하여 선인을 만들면 일촌一村의 상마토석桑麻土石이 선수낙토仙樹樂土로 화할지니, 어떤 땅을 막론하고 그 땅에 사는 중생이 불지佛智에 들어가고, 선근善根을 일으키면 땅에 따라 정토淨土를 이룰지라. 만약 중생의 경계를 떠나서 따로 정토를 구하면 이는 허공에 궁실宮室을 건조함과 같아서 성취하지 못할지니라. (「불국품」 한글 해설 부분. 70쪽)
그때에 장자 유마힐維摩詰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병들어 자리에 누웠으되 세존은 크게 자비로우신데 어찌 불쌍히 여기지 않으시는가 하니, 부처님께서 그 뜻을 아시고 곧 사리불舍利弗께 이르시되, 네가 유마힐에게 나아가서 문병하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저는 거기에 나아가 문병함을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생각해 보건대 제가 일찍이 수풀 속 나무 밑에서 연좌宴坐1할 때에 유마힐이 와서 말씀하시되, 사리불아, 반드시 앉는 것만이 연좌가 아니며2 대저 연좌란 것은 삼계三界에 신의身意를 나타내지 않는 것3이 연좌이며, 멸정滅定4에서 일어나지 않고 모든 위의威儀를 나타냄이 이 연좌가 되며...(「제자품」 한글 번역 부분. 122쪽)
부루나가 대승법을 공부하는 비구들에게 소승법을 설하는 고로 유마힐이 이를 꾸짖은 것이니 타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대승을 향하여 소승법을 설함은 보기寶器에 더러운 음식을 담고 유리를 수정水精으로 간주함과 같다. (「제자품」 한글 해설 부분. 149쪽)
이때 부처님이 미륵보살彌勒菩薩1에 이르시되,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라. 미륵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는 거기에 가서 문병함을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생각해 보니, 제가 옛적에 도솔천왕兜率天王과 그 권속을 위하여 불퇴전지不退轉地의 행行을 설할새 그때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일러 말씀하되, 미륵이여 세존이 그대(仁者)에게 기記2를 주어 일 생3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하였으니, 어느 생生을 써서 수기受記를 얻으리오. 과거냐, 미래냐, 현재냐. 만약 과거생過去生이라 한다면 과거생은 이미 멸하고, 만약 미래생이라 한다면 미래생은 아직 이르지 않았고, 만약 현재생이라 한다면 현재생은 머무름이 없는지라. (「보살품」 한글 번역 부분. 178쪽)
전에는 일개一蓋의 가운데서 정토淨土를 나타내고, 지금에는 족지足指로 땅을 눌러서 삼천대천세계를 장엄莊嚴하니 부처님의 위신威神이 실로 그 단예端倪63를 보기 어렵도다. 그러나 이는 실로 부처님의 신화神化가 아니라 중생 심중心中의 환화幻化니라. 범부가 미迷를 고집하여 정淨 중에서 부정不淨을 보고, 부정 중에서 정을 보느니 불의 법안法眼 중에 어찌 정과 부정의 차이가 있으리오. 중생이 마음을 깨달으면 제불諸佛의 기량伎倆이 다하느니라. (「보살품」 한글 해설 부분. 206쪽)
그때에 부처님이 문수사리文殊師利에게 이르시되,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말씀하되, 세존이여, 저 어른은 수대酬對하기 어렵습니다. 깊이 실상實相을 통달하여 잘 법요法要를 말하는데 변재가 막힘이 없고 지혜가 걸림이 없어 일체 보살의 법식法式을 다 알아서 모든 부처님의 깊은 법(秘藏)1에 들어가지 아니함이 없으며, 뭇 마魔를 항복받고 신통神通에 놀며 그 지혜의 방편이 다 이미 득도하였습니다. 비록 그러하나 마땅히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이어 거기 가서 병을 묻겠습니다. (「문수사리문질품」 한글 번역 부분. 212쪽)
이는 집착執着을 떠나 중도中道를 행하는 보살의 행을 설명함이다. (「문수사리문질품」 한글 해설 부분. 264쪽)
그때에 사리불舍利弗이 이 집 가운데 평상이 없음을 보고 이 생각을 짓되, 이 모든 보살과 큰 제자의 무리가 마땅히 어느 자리에 앉을고. 장자 유마힐維摩詰이 그 뜻을 알고 사리불에게 말씀하되, 어떤 까닭이뇨. 인자仁者여, 법을 위하여 왔느냐, 평상을 구함이냐. 사리불이 말씀하되, 나는 법을 위하여 온 것이지 평상을 위함이 아니로다. 유마힐이 말씀하되, 오직 사리불아, 대저 법을 구하는 자는 몸과 목숨을 탐하지 아니하거든 어찌 하물며 평상이리오. (「부사의품」 한글 번역 부분. 270쪽)
법은 공간적인 장광長廣을 떠났고 시간적인 수명을 떠났으며, 형체도 없고 성색聲色도 없는지라 구득求得할 만한 대상이 없을 뿐 아니라 법을 구함에 어로語路와 의정意程이 있으면 이는 법을 구함이 아니니 법을 구하는 자는 일체의 처소와 일체의 법에 집착하지 아니할지니 어단정진語斷情盡하여 일념一念도 움직이지 아니하는 곳에 만법萬法이 삼연森然하니라. (「부사의품」 한글 해설 부분. 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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