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춤이 생계와는 큰 상관이 없는 일이 되자 내게는 이상한 감정이 찾아 들었다. 진정 춤은 무엇이고 위대한 제비는 뭔가. 진정한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어느때부터는 혼자서 그런 질문을 뇌까리며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잦아졌다.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일에도 의욕이 없어졌다.
--- p.113
'물론 나는 품격있는 중독자지. 잠에서 깨면 내가 중독자라는 걸 들키는 게 싫었어. 어, 물론 잠에서 깨면 곧 마셔야지. 그게 중독자의 본분 아니냐구. 일단 세수를 하고 면도를 깨끗이 하지. 슈퍼 주인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이냐, 그 사람들, 동네에 알코올 중독자가 누군지 다 알고 있어. 그래서 슈퍼에 가면 엉뚱한 걸 잔뜩 사지. 화장지. 라면. 식용유. 과일. 야채.이쑤시개. 건전지까지. 그리고 맨 아래에 살짝 사 홉들이 소주 두병을 끼워주는 거야. 그러면 슈퍼 주인이 내가 중독자인 걸 모르는 척 해주지.
--- p.75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건 춤판에서의 이야기다. 또 다행인지 불행인지 춤판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쓰려고 한다. 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해도 나는 아직 나이 오십도 먹지 않은 앞날이 창창한 사나이다. 은퇴하고 나서도 음악만 흘러나오면 발이 움직이는 걸 참느라 무진애를 쓴다.
내 딴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잊기 위해, 조용히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한동안 소설만 수백 권을 읽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세상을 다 산 것처럼 폼만 잡는 한심한 소설이 너무 많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
--- p.115
결혼 날짜 받아 놓은 순진한 내 동생 몸 망치고 단물 빨아먹고, 이제 어쩔겨!
내가 아무리 왕제비라 한들 왕제비 면허가 있는 것도 아니요, 면허가 있다 한들 사교 댄스의 황제가 변두리 여관에서 새파란 애와 재미를 보려다가 새카만 애들한테 잡혔다는 게 알려지면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끝장이었다.
나는 애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말하기도 창피하다. 나는 알몸으로 엎드려 뻗쳐 같은, 군대 시절에도 받아보지 못한 온갖 기합을 다 받았고 통장을 압수당했으며 각서를 쓴 다음 수천만 원을 또 뜯겼다.
몽둥이찜질 안 당한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저당 잡혔던 집을 아예 넘기게 되었다. 거기서 비싼 세상 공부를 하고 깨닫게 된 진리가 있다. 마음먹고 계획적으로 덤벼들면, 아무리 날고 기는 왕제비라도 초짜 꽃뱀에게 당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천하에 없는 열녀라도 제비가 마음먹고 달려들면 무너지게 되어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건 춤판에서의 이야기다. 또 다행인지 불행인지 춤판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쓰려고 한다. 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해도 나는 아직 나이 오십도 먹지 않은 앞날이 창창한 사나이다. 은퇴하고 나서도 음악만 흘러나오면 발이 움직이는 걸 참느라 무진애를 쓴다.
내 딴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잊기 위해, 조용히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한동안 소설만 수백 권을 읽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세상을 다 산 것처럼 폼만 잡는 한심한 소설이 너무 많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
--- p.115
...그러나 가시리에서 여자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누가 감히 여자의 집에서 도둑질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도둑질한다고 해서 도둑질할 수도 없는 것을 가져가서 무엇에 쓰겠는가. 협죽도도 안다. 협죽도에게 물어보라. 수국에게 물으라. 남의 삶을 도둑질할 수 있는가. 있다면 그걸 어디다 쓰겠는가고. 여자는 자신의 일생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 p.176
...그러나 가시리에서 여자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누가 감히 여자의 집에서 도둑질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도둑질한다고 해서 도둑질할 수도 없는 것을 가져가서 무엇에 쓰겠는가. 협죽도도 안다. 협죽도에게 물어보라. 수국에게 물으라. 남의 삶을 도둑질할 수 있는가. 있다면 그걸 어디다 쓰겠는가고. 여자는 자신의 일생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