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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모르는 이야기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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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236g | 120*170*20mm
ISBN13 9788993489224
ISBN10 899348922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재현
빠른 87년생이다. 경북대학교 화학공학과 졸업을 코앞에 두고 있다. 2008년 스토리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농담을 좋아하고, 위대한 것이라면 그에 관한 역사를 탐미하는 것도 즐긴다.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사람인 것이다.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가볍고, 진짜 괜찮은 여자 앞에서는 무거워지고 마는. 소설을 쓰는 내내 보통의 당신을, 또 정말 괜찮을 당신을 그려내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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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형사라 소개했다.
자신을 형사라고 소개하는 사람을 계속해서 문밖에 내버려 둘 순 없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고 뒤에는 그의 부하로 보이는 이가 서 있었다. 나는 그들을 집안으로 들였다. 느긋이 음료를 대접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정중히 소파로 손짓했는데, 그들은 그것을 보지도 않고 마치 눈에 익은 후배의 집에라도 온 듯 자연스럽게 소파로 걸어갔다. 그런 그들과 시선을 마주하기 위해 나는 부엌에 있던 나무의자를 가지고 나왔다. 적당히 자리를 잡자마자 계급이 높은 쪽의 형사가 말을 꺼냈다.
"유다희 씨 남자친구 분 되시죠?"
일주일 전까지는 그랬기 때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될까 고민했다. 그 시간이 길었을까. 형사는 나를 은근히 노려봤다. 나는 그 눈매에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절대 당황해선 안 될 상황일수록 더욱 그런 법이다. 나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숨을 한번 들이쉬고 대답을 했다.
"네. 그랬었죠."
형사는 가렵지도 않은 자신의 목 아래를 엄지손가락으로 긁으며 말했다.
"지금은 아닌가 보죠? 유다희 씨가 어제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존재'가 더없이 좋았다. 그 존재감이라는 것은 어떤 것보다도 두껍고 묵직했다. 그것을 의식하면서 우린 도서관으로 향했다. 전공인 클래식뿐만 아니라 철학과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다희는 나와 함께 책을 고르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나는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하면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슬쩍 올려보기도 했다. 이에 다희는 마치 낙엽 따위가 떨어졌다는 양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것이 일종의 반응이었다. 그러다 그녀의 골반에 손을 올리기도 했는데 역시나 같은 반응이었다. '이것 봐라?' 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글을 쓰다 말고 함께 책을 고르는 일에 흥미가 생겨버렸다. 밥을 먹고 순서처럼 도서관엘 가는 순간이 되면 나는 으레 문학 코너로 그녀를 데리고 가게 되었다.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조언을 해주고 싶다. 문학 중에서도 러시아 고전이 있는 책장 앞으로 가라! 그곳엔 톨스토이의 평화만이 부유하고 있다. 아니 그 평화마저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진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결국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와 투르게네프 앞에서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강당 안은 심히 어두웠다. 운동장에 켜진 가로등만이 유일하게 강당의 창을 통해 들어왔다. 그 빛으로 조금씩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바닥은 몹시 눅눅했다. 새벽의 추위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후덥한 구석이 있었다. 곰팡이 때문인지 퀴퀴한 냄새도 더러 풍기고 있었다. 강당 앞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무대가 높게 올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재롱 따위를 위해 만들어진 무대치곤 꽤나 높았다. 그리고 중앙의 넓은 바닥 가 쪽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꼭 농구를 관람하기 좋은 체육관 같았다. 천천히 오른쪽 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뒤에서 강한 악력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 악력에 대한 놀라움과 의아함으로 심히 가슴 한켠이 가라앉고 있었다. 그것은 공포라면 공포였다.

“애기들은 모유 수유를 해야 잘 큰대.”
“알아. 나도 그랬는걸. 그래서 이렇게 크지.”
그녀는 나의 신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물었다.
“그런데 애기가 그걸 매일 빨면 엄마한테서 그게 남아나긴 해? 금방 마르는 거 아냐?”
“아냐. 생각보다 많이 나와. 빨면 빠는 대로 나오는 샘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주기적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빨게 되잖아? 그럼 그 시간이 되면 저절로 나오기도 해.”
“아, 그래? 그런데 넌 그런 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해보기라도 한 사람 같다?”
교통사고로 젖통을 잃은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다희는 황당해했다.
“뭐? 말이 되냐 그게?”
“농담이야. 놀래긴. 나 오늘 몸이 좀 안 좋은 거 같아.”
“몸이 왜?”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몰라. 아침부터 이상하게 그래.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내가 어떻게?”
“음, 그러니깐……. 모유 수유?"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노골적으로 그녀의 가슴을 쳐다보며 말했다.
“으이구! 정말!”
뺨을 살짝 때린 그녀였지만 연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스스로도 막을 수 없어 보였다.

꿈은 대체적으로 비관적이거나 애완견이 죽었을 때와 같은 잔혹함과 암울함이 뒤섞여 있을 때가 많았다. 또한 내용도 다양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앞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뛰어 내려가기도 했고, 바둑(혹은 장기)을 두다 동그란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기도 했다. 가끔 그것이 꿈인지 환각인지는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것은 반수면 상태에서 나의 의?에 따라 그에 맞는 영상이 피어났고 움직였으?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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