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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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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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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22g | 128*183*30mm
ISBN13 9788925871608
ISBN10 892587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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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며 걸어갔다. 수로에서 올려다본 하늘이 나뭇잎들에 가려 어두컴컴했다. 점점 더 주위의 벽이 벽돌에서 이끼 낀 돌담으로 변해갔다. 이 주변까지 오니 물은 말라붙은 채 젖은 낙엽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이윽고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돌담이 앞을 막고 있었다. 우리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요요를 떨어뜨린 덕분에 걔네들과 마주치치 않았으니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몰라.” 하루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여기서 잠깐 기다렸다가 천천히 돌아가자. 그때쯤이면 걔네들 갔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침 근처에 수로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는 게 보였다. 돌아갈 필요 따위 없는 것이다.
계단을 올라가니 처음 보는 들판이 덩그러니 눈앞에 펼쳐졌다.

여유 있게 야구를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땅에 잡초가 무성했고, 나무들이 여기저기 서 있었다.
인기척도 없었고, 쓰레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놀이기구나 가로등, 팻말, 울타리, 밧줄 같은 것도 없다. 민가나 전봇대, 송전 철탑도 보이지 않았다. 의당 있어야 할 낯익은 문명 세계는 홀연히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어딘가에서 솔개가 울었고, 또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나와 하루는 그 풍경에 압도당한 채 묵묵히 걸어갔다.
낯선 집 마당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거북함이 약간, 기묘한 장소를 발견한 기쁨이 약간, 신비한 그리움이 약간. 걸을 때마다 발치의 풀숲에서 메뚜기가 날아올랐다.

지형이 불쑥 솟아 언덕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올라가보니 들판 전체를 둘러볼 수 있었다.
어느 방향을 보아도 시야의 끝은 수직의 절벽이었다. 사방이 빙글 바위 절벽으로 막힌 원형의 땅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시킨다. 수로는 그런 숨겨진 토지의 암벽 틈새에서 은밀한 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선 집에 못 가겠는걸.” 나는 불쑥 그렇게 중얼거렸다. “온 길을 다시 돌아가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어.”
대충 지어진 목조 오두막이 있었다. 상당히 낡아 보이는, 버려진 집임에 틀림없었다. 느릅나무, 버드나무. 연못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큰 물웅덩이도 있었다. 인공 정원 같은 아름다움이 있는 경치였다.

구름이 하늘 위로 흘러갔다. 바람이 불고, 사방을 에워싼 절벽 위 숲이 출렁였다.
들판 한복판에 달걀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굵은 금줄이 쳐 있다.
처음 잠깐은 분명 ‘끝내준다. 우리의 멋진 은신처를 발견했어.’ 같은 흥분을 느꼈지만 그것도 이내 가시고, 여기는 들어와서는 안 될 곳, 아주 옛날부터 비오쿠에 존재해온 무시무시한 금단의 장소 같다는 기분이 점점 강해졌다.
“무섭다.”
하루는 창백한 표정으로 금줄이 쳐진 바위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무섭다, 무서워.”
겁먹은 하루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빨리 돌아가자!”
하루가 벌벌 떨며 소리쳤다.
그 순간이었다. 나는 하루 뒤에 있는 뭔가를 보았다.
그것은, 기억 속의 그것은, 또렷한 형태를 띠고 있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거무튀튀한 사람 모양의 안개 같은 것이었다.
똑바로 쳐다보는 것도 무서워 그대로 외면하고 있었지만, 짧은 순간 눈에 들어온 부분은 역시 새까만 안개였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축축한 흙과 뭔가가 썩는 냄새가 났다.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하루의 손을 잡아당겼다.
----「짐승의 들판」 중에서

덫을 살펴보니 토끼가 걸려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쿠사나기를 토끼에게 시험해보았다.
이번에는 죽은 뒤에도 찬찬히 관찰했다. 짐승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초막의 처마 밑으로 들어가 울타리 안에 넣어두었다.
죽은 토끼의 체내에서 전과 똑같이 검은 곰팡이가 솟아나와 전체가 검게 변했다. 다시 시간이 더 지나자, 표면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심장도 세포도 활동을 멈추었고, 살아 있는 기척은 전혀 없는데, 검은 토끼 내부에서는 어둠의 심연 속 혼돈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밤까지 토끼의 검은 사체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졸음이 몰려와 자리에 누웠다.
한밤중이 지나, 찰싹 맨손으로 널빤지를 때리는 듯한 소리 때문에 눈을 떴다. 실내 한 구석에 있던 토끼의 사체로 눈길을 주었다.
시커먼 덩어리가 파짓파짓 빛나고 있었다.
죽은 고깃덩어리에서 발하는 푸르스름한 불꽃이 초막 안을 비추었다.
일단 불꽃이 다 가라앉자, 끼릭끼릭 하는 하늘소 울음소리 같은 게 검은 덩어리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덩어리의 일부(머리 부분이었다)가 쏘옥 분리되었다. 뭔가가 꿈틀거렸다.
머리 부근에서 뱀이 기어 나왔다.
몸을 비틀면서 울타리 틈새를 스윽 빠져나오더니 바깥 풀숲으로 사라졌다.
주변이 환해지고 나서 자세히 보니, 울타리 안에 토끼의 형태를 남기고 있는 것은 뼈도 그 무엇도 아닌, 시커먼 그을음뿐이었다.

어둡고 조용한 겨울이었다. 난로 옆에 앉아, 진흙을 덧칠한 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키누요가 그곳에 있고, 이제는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자 쓸쓸함이 다소 줄어들었다.
산적들의 저택에서 가져온 쌀과 채취한 나무 열매나 말린 고기 등이 있었다. 혼자 겨울을 나기에는 충분했다.
밖에서는 눈이 조용히 쌓여갔다. 나무는 줄기도 가지도 새하얗게 변했다.

토끼 사건 이후, 몇 마리의 동물에게 쿠사나기를 시험해보았다. 비로소 나는 자신이 얼마나 신묘한 약을 만들었는지 이해했다. 쿠사나기는 생물에게 죽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었고, 또 소생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생사를 초월하여, 환생, 혹은 형질변환의 기적을 불러오는 것이었다.
토끼는 쿠사나기에 의해 숨이 끊긴 순간부터 피부 밑에서 다음 생명으로 변화할 준비를 시작했던 것이다. 커다란 회충을 잘못 보았다거나, 뱀이 원래 토끼 몸 안에서 살고 있었던 게 아니다.
다른 토끼를 잡아 똑같이 쿠사나기를 시험하자, 이번에는 변화하기까지 사흘이나 걸린 데다가, 뱀이 아닌 쥐가 나타났다. 두꺼비에게 시험하자, 검은 고치에 덮여 있다가 반나절 만에 도롱뇽이 되었다. 먹이를 찾아 눈 속을 걷던 너구리에게 시험하자, 12일 후 정오에 비둘기가 되었다.
무엇이 무엇으로 변할지, 변화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는 가지각색이었다. 생물의 종류와 상태, 기온과 습도, 대기의 양상부터 계절과 달의 기울기까지, 무수한 요인이 얽혀 있음에 틀림없었다.
나는 키누요의 관을 열었다. 최대한 잘 보관을 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겨울의 찬 기온 속에서는 그다지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나는 키누요에게 완성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체에 효과가 나타날지는 자신이 없어서 그냥 일시적이나마 위안을 얻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키누요의 입에 쿠사나기를 흘려보내고, 피부에도 쿠사나기를 뿌린 후 다시 관 뚜껑을 봉인했다.
---「풀의 꿈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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